'마태수난곡', 바흐의 원류를 찾는 여정

[컬처]by 예스24 채널예스

사순절(四旬節), 예수의 수난과 시련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 주일을 제외한 40일간을 교회에서는 사순절(四旬節)이라고 한다. 성경에서 40이란 숫자는 수난과 시련을 상징한다. 기독교인들은 예수의 고난을 40일간 기념하며 회개와 금식 등으로 경건한 주간을 가진다.

 

이 기간은 특히 수난곡(Passion)의 연주가 곳곳에서 들려오는 주간이기도 하다. 수난곡은 예수가 죽기까지의 시련을 기록한 이야기에 음률을 붙여 전례 예식에 사용하는 곡으로, 주로 부활절 주간 연주를 염두에 두고 작곡하는 경우가 많다. 음악 초기교회시절부터 성서 봉독에 음률을 붙여 낭송하는 전통에 따라 성경 신약의 4복음서(마태, 마가, 누가, 요한)의 내용을 주로 바탕으로 한다.

 

지난 3월 16일, 마지막 고난 주간을 앞두고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성 토마스 합창단의 바흐 <마태수난곡> 전곡 연주가 있었다. 사순절 기간에 맞춰 내한한 만큼 공연의 의미가 각별했다.

'마태수난곡', 바흐의 원류를 찾는

출처_Matthias Knoch

바흐 음악의 원류라는 자부심

성 토마스 합창단은 1212년 창단 이래 독일 라이프치히의 가장 오랜 역사를 이어 온 800여 년 전통의 합창단이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역시 생전에 이 합창단의 토마스칸토르(합창단이 소속된 교회의 합창장을 일컫는 용어)로 재직했다. 바흐의 종교음악 대부분이 성 토마스 합창단의 음악으로 초연되었으며, 바흐 필생의 역작이라 일컫는 <마태수난곡>도 그중 하나다. 기독교음악 보전과 계승이 가장 큰 목적으로, 그중에서도 바흐의 작품을 계승하는 데 중점을 둔다. 보이소프라노부터 테너와 베이스 등의 파트도 있는 합창단이어서 변성기가 지난 이후에도 단원으로 남을 수 있다.

 

단원들은 성당 옆의 학교에 재학하면서 일반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고 단체합창연습과 레슨을 별도로 받는다. 매주 주일미사 때마다 정기연주를 하며, 20세기 들어서는 정기적인 공연 투어를 시작해 현재는 미국, 중국, 일본,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세계 각지에서 공연하고 있다.

'마태수난곡', 바흐의 원류를 찾는

출처_빈체로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Gewandhausorchester)도 1743년 창단한 ‘대 콘서트’를 모태로 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관현악단으로 역사에서는 성 토마스 합창단을 앞지른다. 종신지휘자였던 멘델스존이 바흐 사후 연주되지 않았던 <마태수난곡>을 다시 연주, 해당 곡 연주에서는 독보적 정통성을 인정받고 있다. 창단 초기부터 성 토마스 합창단과 긴밀하게 협력해 현재는 라이프치히 시립 오케스트라로 정착되었다.

예배이자 노래, 예식이자 공연

예수가 자기 죽음을 알고 제자들을 향해 여기 있는 사람 중 한 사람이 자신을 팔아넘길 거라고 말했을 때, 제자들의 대답이 합창단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주여, 접니까? 저입니까?” (마태복음 26장 17절~22절)

마침내 예수가 잡혀 재판장에 섰을 때, 로마의 총독이었던 빌라도는 축제 기간에 군중이 원하는 한 명의 죄수를 풀어 주는 관습을 따르려 했다. 마침 그 때에 바라바라고 하는 유명한 죄수와 예수가 있어 빌라도는 사람들에게 질문한다.

“두 사람 가운데 누구를 풀어주기를 원하는가?”

 

그들이 대답하였다.

 

“바라바요!”

 

그러면 그리스도라 하는 이 예수는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그들이 모두 소리쳤다.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마태복음 27장 15절~22절)

'마태수난곡', 바흐의 원류를 찾는

출처_빈체로

오케스트라의 손으로 만들어진 선율과 합창단의 입을 통해 쏟아진 성경의 한 장면은 텍스트를 넘어서 수난기에 입체감을 부여했다. 교회에서 연주할 때에는 합창단이 부르는 부분을 회중이 같이 부르게 된다. 관객과 연주자가 공연을 만드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독일어로 된 작품인데다 다른 사람들의 감상을 제한할 수 있어 공연장에서는 관객이 참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음악적인 완성도를 넘어 역사가 깊은 예식을 같이 보여준다는 점에서 다른 클래식 공연과 다른 면모를 보인다.

한국을 찾은 바흐

바흐는 당시 교회 음악과 세속음악에서 사용되는 모든 기법을 동원해 <마태수난곡>을 작곡했다. 오히려 지금 시대의 청중들은 베토벤과 바흐가 살았던 시대보다 그들의 선율을 더 많이 듣고 익숙하게 여기지만, 작곡될 당시의 악기를 복원하고 당시 초연했던 장소의 고증을 거쳐 오케스트라단과 합창단의 위치를 조정하는 등 원류를 계승하려는 노력으로 서울에서도 1727년의 라이프치히 예배를 함께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성 토마스 합창단은 2004년 처음으로 내한해 4년 간격으로 한국을 찾았다. 2016년 한국을 찾았으니, 2020년을 기대해 본다.

 

글 | 정의정사진 | 기획사 제공 

2016.03.2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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