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배우 손준호, 무대에서도 가정에서도 변신중

[컬처]by 예스24 채널예스

뮤지컬 <드라큘라>

아일랜드 출신 브램 스토커의 동명 소설을 무대에 올린 뮤지컬 <드라큘라>가 지난 2월 11일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했다. 수백 년 동안 한 여인만을 사랑한 드라큘라 백작의 이야기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서정적인 음악과 웅장한 무대세트, 화려한 의상과 곁들여져 풍성한 즐길 거리를 선사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드라큘라만큼 주목받는 인물이 있다. 바로 드라큘라를 쫓는 데 인생을 바친 반 헬싱. 그리고 그 반 헬싱으로 캐스팅돼 더 주목받는 배우가 손준호 씨다.

젠틀한 이미지 벗고 연기 스펙트럼 넓히고파

뮤지컬만 해도 ‘드라큘라’를 소재로 한 작품이 많은데, 참여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유명한 작품이라 재연 때도 오디션을 봤어요. 그때는 잘 안 됐는데, 이번에는 참여하게 됐습니다. 작년에 <엑스칼리버>를 하면서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을 경험했고, 또 귀족처럼 지금까지 제가 했던 젠틀한 이미지와는 다른 강한 캐릭터를 맡았는데, 색다른 매력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드라큘라>에서도 반 헬싱이라는 인물에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연기적으로 뭔가 변화를 꾀하는 시기인가 봅니다. 그런데 재연 때는 제안이 들어와서 비공식적으로 본 오디션이 아니었나 보네요?


오디션에 제가 지원했죠. 반 헬싱도, 전작인 <빅 피쉬>도 직접 지원했어요. 연기를 좀 다양하게 해보고 싶었거든요. 지금까지 변화의 폭이 좁았다면, 이렇게 얘기하면 거창하지만 연기적인 스펙트럼을 넓혀보고 싶었다고 할까요. <빅 피쉬>의 에드워드 블룸과 <드라큘라>의 반 헬싱은 전혀 다른 캐릭터라서 솔직히 힘들기는 했는데 그만큼 재밌더라고요. 어제 에드워드로 무대에 서고 다음날 연습실에서는 반 헬싱을 하는데, 힘들면서도 재밌는 거예요. 서로 다른 두 인물의 삶을 살아보는 게.


그러게요, <빅 피쉬> 폐막하자마자 <드라큘라>가 개막했잖아요. 전작의 경우 무대에서 10대부터 70대까지 쉼 없이 변신하느라 무척 힘들었을 텐데, 이제 드라큘라를 쫓아야 하네요.


아내를 뱀파이어로 만들어버린 드라큘라를 잡겠다고 15년을 쫓아다니는데, 주위에서는 반 헬싱더러 미쳤다고 하죠. 이상한 사람 취급까지 받으며 지쳐갈 무렵 드라큘라의 존재가 나타난 거예요. 그간 억눌렸던 분노의 감정이 증폭돼 표출되는데, 지금까지 제가 그런 연기를 해본 적은 없어서 객석에서 색다른 모습을 보시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뮤지컬 <드라큘라>는 2004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고, 국내에서는 2014년, 2016년 무대에 올랐는데 객석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4중 회전무대도 인상적이었고요.


무대가 정말 압권입니다. 연습실에서는 ‘이 부분에 이런 무대가 있다’고 상상만 하다 테크리허설을 하는데, 저처럼 처음 참여하는 배우들은 다들 놀라서 ‘오, 오오오!’ 계속 감탄사를 내뱉게 되더라고요. 대규모 무대를 많이 봤지만 <드라큘라>도 엄청난 것 같아요. 그 무대를 생각하고 만들어서 구현하는 창작진과 제작진들이 신기할 정도예요.


의상도 남녀 배우 모두 화려하고 멋지잖아요.


네, 장면마다 배우들이 입고 나오는 옷도 굉장히 멋있을 거예요. 여주인공 미나 의상도 아름답고. 특히 드라큘라를 맡은 세 분이 굉장히 멋있잖아요. (전)동석 배우가 의상 맞춰보는 날 전화를 했더라고요. 의상이 정말 멋있다고. 저도 한껏 기대를 했죠. 며칠 뒤에 반 헬싱 옷을 입어봤는데 마음에 쏙 들더라고요. 의상 선생님한테 다음 옷도 달라고 했더니 ‘그게 끝’이라는 거예요. 반 헬싱은 단벌 신사랍니다. 사실 공연 때 의상이 많으면 갈아입을 때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편하기는 한데, 그래도 의상 체인지가 전혀 없다고 하니까 좀 아쉽더라고요. 옷을 안 갈아입으니까 객석에서는 제가 나오면 바로 알아보실 수 있을 거예요(웃음).


다음에는 드라큘라에도 도전해 보세요(웃음). 반 헬싱과 대치하는 세 명의 드라큘라는 각각 어떤 매력이 있나요?


아직 세 분과 많은 공연은 못해봤지만, 일단 류정한 선배님은 눈빛에서 진실된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작품으로는 처음 뵙는 거라 솔직히 좀 어려운 면이 있었는데, 물론 (김)소현 씨한테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요. 제 예상과 달리 굉장히 편안하고 특유의 유머코드도 있으셔서 재밌더라고요. 성악을 전공한 선배기도 해서 후배 입장에서는 좋은 길잡이가 되죠. 김준수 배우는 늘 하는 말인데, 내일이 없는 배우처럼 하는 게 장점인 것 같아요. 연습부터 단 한 번도 대충하는 법이 없어요. 몸이 안 좋을 때는 연습이니까 좀 살살하자 싶다가도 이 친구와 맞추다 보면 110% 이상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많이 배우게 되죠.


창법도 굉장히 독특하잖아요. 너무 힘들지 않을까 싶은데, 막공까지 그렇게 쭉 가더라고요.


그런 부분도 많이 공부하게 돼요. 성악하는 사람들은 성대를 붙여서 맑은 소리를 내는데, 저희와 다른 발성을 통해 다른 소리를 내면서도 넓은 음역대를 풍성하게 내거든요. 그리고 전동석 배우 같은 경우는 연구를 많이 해요. 대본도 많이 보고, 작품이나 인물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아이디어도 나누고요. 제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언급해 주니까 캐릭터를 잡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되죠.

뮤지컬계 대표 배우 부부, 일도 육아도 함께

기존 이미지와는 다른 캐릭터지만 반 헬싱이 손준호 씨와 닮은 부분은 아내에 대한 깊은 사랑이죠(웃음). 요즘은 두 분 어떻게 지내나요?


김소현 씨도 저도 작품하면서 한동안 굉장히 바빴어요. 저희가 따로 돌봐주는 분 없이 아이를 키워요. 공연할 때는 양가 부모님이 많이 도와주시고. 가족이 돌보는 거니까 아이한테 무리가 없을 줄 알았는데, 엄마 아빠가 아니라서 그런지 아이가 좀 힘들어하더라고요. 고맙게도 소현 씨가 ‘당신이 일을 하고 내가 쉬어가겠다’며 지금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아내한테 더 신경을 쓰게 돼요. 저보다 더 활발하게 활동하고, 잘할 수 있는 사람이 큰 결단을 내려준 거니까. 이런 마음이 이번 작품에도 도움이 되고요.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되지만, 이런 고마운 사람을 드라큘라가? 분노가 생기더라고요(웃음).


몇 년 전 인터뷰 때, 초반에는 손준호 씨가 육아를 전담했다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배려가 있었기에 매끄러운 화답도 가능한 거겠죠. 두 분이 함께 노래하는 공연은 꾸준히 이어지던데, 다퉜을 때는 힘들지 않나요(웃음)?


정말 힘들죠. 그런데 저희 일이 많은 분 앞에 서야 하고, 그분들이 저희에게 기대하고 생각하시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것에 부합해야 하니까 초반에는 다투면 눈을 바라보지 않고 인중을 봤어요(웃음). 그런데 그것도 힘들어서 최대한 다투지 않으려 했고, 요즘에는 안 좋은 감정으로 무대에 섰다가도 노래를 부르다 보면 자연스레 풀려요. 그게 장점이에요. 무대에서 노래하고 관객들과 얘기나누다 보면 집에 돌아올 때는 ‘우리가 싸웠나?’ 싶을 정도거든요. 그래서 ‘우리 싸울 거면 콘서트 전에 싸울까?’라고 농담하기도 해요.


뮤지컬 <명성황후>나 <마리 앙투아네트> 등 같은 작품에 참여한 적도 있는데, 좋은 점도 있고 조금은 불편한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이제 불편한 점은 없어요. 며칠 전에도 <드라큘라> 드레스 리허설이 있었는데 와서 봐달라고 부탁했어요. 아내면서 가장 친한 동료라서 누구보다 적나라하게, 정확하게 말해줄 수 있거든요. 든든하죠. 주변 동료들도 부러워해요. 리허설 보고는 등 좀 펴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빅피쉬>에서 노인 연기를 할 때 등을 구부렸더니, 여전히 저도 모르게 등을 구부리는 면이 있나 봐요. 아, 이 얘기 나가면 관객들이 제 등만 보시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요(웃음).


그러고 보면 전공도 같고, 직업도 같고, 방송에도 같이 출연하고. 천생연분이네요.


24시간을 같이 하죠. 그래서 김소현 씨가 좀 힘들어 했어요. 맨날 손준호라고. 그게 왜 힘들죠? 저는 ‘24시간 김소현’ 좋습니다. 진심이에요(웃음). 우리가 친한 친구와 있으면 서로 말 안 하고 각자 다른 일을 해도 편하잖아요. 저는 그런 차원에서 김소현 씨와 24시간 함께 있는 게 좋아요.


그래도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지 않나요? ‘손준호’를 찾고 있을 때도 있고.


찾기는 뭘 찾아요. 찾고 싶은 것도 없고(웃음). 이렇게 얘기하면 김소현 씨가 또 뒷목을 잡을 수도 있는데, 저는 작품이 끝나서 여행을 갈 때도 가족들과 함께 떠나고 싶어요. 그렇다고 오로지 김소현만 보는 건 아니죠. (이)지훈 형과 낚시도 가고, 친구들과 시간도 보내고요.

다음에는 김소현 씨를 만나봐야겠네요(웃음). 그럼 요즘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어떤 건가요?


인터뷰에 맞게 배우로서 고민하는 걸 말씀드리고 싶은데, 솔직히 ‘어떻게 하면 우리 주안이를 잘 키울까’가 가장 큰 고민입니다.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자식인 것 같고. 벌써 9살이거든요. 돌이켜보면 제가 9살 때 어떻게 생활했는지, 부모님께 어떤 칭찬과 꾸중을 들었고, 학교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다 생각이 나거든요. 내가 아이를 너무 어리게만 생각하지 않았나. 그래서 대화의 방법도 달라져야 할 것 같고, 말 한 마디가 조심스럽고. ‘내 아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지?’ 이게 가장 큰 고민입니다.


아이를 키우고 있다면 누구나 공감할 것 같아요. 배우로서도 다양한 연기에 도전하고 있는 만큼 해보고 싶은 특정 배역이나 캐릭터도 있을 법한데요.


저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별로 없고, ‘내가 이 정도 역할은 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도 없습니다. 어떤 작품이든, 어떤 배역이든 기회가 주어지고 하고 싶으면 두려움 없이 도전해보고 싶고요. 드라마나 영화도 열심을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해보고 싶은 건, 지금은 보기 힘든데 TV 시트콤을 해보고 싶어요. 편안하게 저를 다 보여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드라큘라>가 6월 7일까지 공연되는데, 작품이 끝날 즈음에는 어떤 모습을 기대하나요?


강인한 이미지, 억눌렸던 분노를 분출하는 단계를 조절하는 데 지금 노력을 굉장히 많이 하고 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능숙해지면 관객들이 그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반 헬싱이라는 인물을 이해하는 데도 좀 더 편하지 않을까. 물론 처음부터 완벽하게 보여드리고 싶지만 시간이 해결해주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잖아요. 배우들과의 호흡도 훨씬 자연스러워질 테고. 저의 달라진 모습을 보는 재미를 맛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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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사진 | 신화섭(스튜디오 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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