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영 “선거는 과학이고, 정치는 복합예술이다”

[비즈]by 예스24 채널예스

뜨거웠던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코로나19로 대부분의 나라가 선거를 연기한 가운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치러진 선거였다. 투표율 66.2%가 말해주듯 우리나라 국민은 정치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고 뜨겁다. 정치의식 또한 앞서 있다. 정치권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지 오래지만 욕하면서도 본다는 ‘막장 드라마’처럼 정치권을 질타하면서도 관심의 끈을 놓지 않는다. 뉴스의 앞 순서에 정치 이슈가 배치되는 것도 그만큼 정치가 세상 살아가는 데 중요한 영역이기 때문일 것이다. 21대 총선에서 정확한 예측으로 화제가 된 『대통령을 만드는 정치컨설턴트』의 저자 박시영 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는 세상이 존재하는 한 정치는 존재할 것이고, 정치가 존재하는 한 정치컨설턴트에 대한 관심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우선 21대 총선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유튜브 채널인 <박시영의 눈>에서 진행한 총선 개표방송은 동시 접속 10만 명, 누적 시청은 100만 명을 넘었습니다. 공중파 개표방송을 뛰어넘는 파급력을 보여 주셨는데, 이처럼 국민이 열광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사실 저는 공중파의 출구조사가 적잖게 틀릴 것이라 예상했어요. 민주당 지지층이 대거 몰린 사전투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거라고 봤거든요. 그래서 사전 투표함이 개봉되지 않은 상태에서 민주당 후보가 2%P 이내의 박빙 열세라면 막판 역전이 가능하겠다는 판단을 내렸죠. 여론조사 발표가 금지돼 있는 D-6 기간에 비공표용 여론조사를 해 본 적이 있는데, 상대적으로 사전투표는 민주당 지지층이 선호했고, 통합당 지지층은 본 투표를 선호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거든요. 실제 출구조사와 달리 당락이 뒤바뀐 곳 중 민주당 후보가 역전한 곳이 11곳에 달할 정도로 제 예상이 적중했죠. 투표율을 정확히 예측해서 관심을 끈 데다 출구조사의 문제점에 대해 짚어주고, 경합지역에 대한 결과 예측까지 단호하게 얘기하니 열광한 것 같아요.


그동안 수많은 선거를 지켜보면서 불만이었던 것이 개표 현장에 비해 공중파의 실시간 개표 결과가 1시간 이상 늦어진다는 점이었어요. 물론 정확한 득표는 선관위의 최종 판정을 받아야 하므로 발표가 늦어지는 것은 이해하지만, 누가 당선되었는지는 후보 측과 연락하면 1시간 전에 충분히 알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 점을 십분 활용해서 평소 알고 지내던 정치권 관계자들과 연락해서 신속하게 경합지역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었어요. ‘박시영의 폰’이 70억 출구조사를 눌렀다고 평가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죠. 제가 말한 정보가 각종 커뮤니티 등 SNS에서 빠르게 전파되었다고 들었어요. 그 결과 동시 접속이 10만 명을 넘어섰고, 누적 조회 수는 100만 명에 달했죠.


선거 예측이 정확하기로도 유명하시죠. 이번에도 역시 총선 투표율 및 개표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하여 '갓 시영'이라는 애칭을 얻었습니다.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2008년 18대 총선, 2016년 20대 총선, 19대 대선 민주당 경선, 19대 대선에 이어 이번 21대 총선에서도 예측 결과가 적중했어요. 특별한 노하우는 없어요. 다만 여론조사를 꾸준히 하고 있고, 다양한 여론조사 정보를 접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특히 정성조사인 FGI(Focus Group Interview)를 400그룹 이상 진행(모더레이터)해 오면서 민심을 읽는 눈, 유권자의 마음을 읽는 촉이 발달한 것 같아요. 선거 프레임, 선거 전략, 이슈 대응, 정당 지지층 결속력, 투표율 등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개표 결과 예측 범위를 정한 다음에 마지막 순간에는 촉을 믿고 판단을 내립니다.


‘정치컨설턴트’라는 직업이 다소 생소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시나요?


정치컨설턴트라고 하면 대부분은 대선이나 총선과 같이 중요한 선거에서 유력 후보를 홍보해서 당선시키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거예요. 하지만 그건 정치컨설턴트가 하는 일 중 일부분일 뿐이에요. 저는 유망한 정치 신인을 발굴하는 일부터 시작해요. 지금은 청년들에 주목하고 있어요. 20~30대 청년들 중에도 정치를 하면 잘할 것 같은 친구들이 있거든요. 그 친구들을 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인 <박시영의 눈>에서 소개하고 있어요. 이런 일 외에 정치컨설턴트가 하는 일은 많아요. 국민의 마음을 읽고 그 정서를 청와대나 정당,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후보자 등에 전달하는 역할도 하고, 정치권 시각과 민심의 간극을 파악해 정치 현안에 대해 대응 기조나 메시지를 자문하는 일, 정당 이미지 조사를 해서 개선 방향을 찾는 역할, 정당 관계자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정세 특강, 각종 방송사 시사 프로그램 출연, 공공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한 정책 컨설팅 등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정치인이나 정당에는 서포터즈 역할을 하고, 국민에게는 정치 상황을 정확하게 볼 수 있도록 안내자의 역할을 하는 셈이죠. 사실 제가 정치 컨설팅을 하는 이유도 국민의 마음을 잘 읽어서 청와대 직원이나 정당 관계자에게 국민이 원하는 바를 가감 없이 전달하고 싶어서예요. 민심의 대변자 역할을 하고 싶은 거죠.


이 일을 하시면서 많은 선거가 있었을 텐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선거는 언제였나요?


2018년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이재명 후보 컨설팅이 기억에 남아요. 여론조사를 해 보니 이재명 후보는 유능함과 선명성 2가지 핵심 이미지가 존재했어요. 이 중 무엇을 앞세울지 고민하다 유능함으로 정했어요. 성남 시장을 잘했기 때문에 일을 잘한다는 이미지가 워낙 탄탄했기 때문이죠. 민주당 지지층뿐만 아니라 타 정당 지지층도 이재명 후보가 유능하다는 것은 인정하는 부분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일 잘한다는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가족 문제 등 개인사에 대한 논란의 파장을 줄일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기도 했죠.


실제 컨설팅을 통해 당선된 대통령이 있나요?


네. 문재인 대통령이에요. 제가 선거 전략을 세웠죠. 첫 번째 전략은 적폐 청산, 즉 촛불을 구현하고 대변하는 맏형의 역할로 포지셔닝을 명확히 하는 것이었어요. 두 번째는 준비된 대통령의 이미지를 강화하는 것이었죠. 세 번째는 당과 후보를 결합해 시너지를 내야겠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제가 제안한 슬로건은 촛불의 정신이 오롯이 담긴 ‘나라다운 나라’였어요. 문안을 다듬어 최종 대선 슬로건으로 ‘나라를 나라답게’가 탄생했죠. 서브 슬로건으로는 ‘준비된 민주당, 든든한 문재인’이었고요. 슬로건이라는 건 단순히 멋있는 말의 조합이 아니에요. 치밀한 전략을 바탕으로 해서 나오는 거죠.


성공적인 정치컨설턴트의 비결은 무엇인가요?


정치컨설턴트의 힘은 첫째, 정확한 민심을 읽는 눈에서부터 나와요. 정세분석이 그래서 중요하죠. 과학적인 정세분석의 토대 위에서 전략, 대응 기조를 세워야 해요. 이와는 별개로 직관력도 중요하죠. 물론 처음부터 직관력이 생기는 건 아니니 훈련을 해야 해요. 제가 하는 훈련은 질문을 많이 받는 거예요. 정치와 관련해서 궁금한 모든 걸 물어보라고 해요. 법륜스님의 ‘즉문즉설’과 비슷한 개념이죠. 예기치 못한 질문에 답을 하면서 순발력도 키우고 자신의 생각도 정리할 수 있어 좋아요.


둘째, 트렌드에 민감해야 해요. 과거에 적용했던 예전 방식만 고집해서는 안 돼요. 직전 선거에서 유행한 캠페인이 뭔지, 유권자가 무엇에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시대정신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늘 고민하고 새로운 흐름을 수용할 줄 알아야 해요.


마지막으로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는 기가 중요해요. 전략을 잘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철하는 것은 더 중요하니까요. 특히 각 캠프 진영에는 선거를 여러 번 치러본 쟁쟁한 참모들이 많잖아요. 그들과의 기 싸움에서 절대 밀리면 안 돼요. 전략 브리핑 때 어떤 질문에도 시원스럽게 답변해야 하고, 그 자리에서 상황을 정리해야 해요. 모든 걸 다 알 수는 없지만, 맥을 읽을 줄 알면 질문에 대해 얼마든지 대처할 수 있어요.


이 책은 직업을 소개하는 ‘잡프러포즈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청년들에게 이 직업을 추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첫째, 시장의 가능성이에요. 사회의 갈등 기제가 커지고, 이해관계는 더 복잡해지고, 환경의 중요성 등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어요. 이처럼 정치라는 영역은 앞으로도 건재할 텐데 정치적 훈련을 받은 청년이나 전문가 집단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예요. 과거 80~90년대에는 학생운동 등의 민주화운동 세력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2000년대 들어와서는 각종 전문가 직종의 인사들이 정치에 대거 입문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법조계 출신들만 강세를 띠고 있고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예비 정치인을 공급해주는 공급처가 사라졌다는 거예요.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청년층의 목소리를 대변할 젊은 정치인이 국회의원 중에 많아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정치권 내에 형성되고 있다는 겁니다. 기성세대에 대한 청년들의 불신이 큰 상황에서 청년 정치인을 우대하는 것이 선거 승리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거죠. 이런 흐름은 앞으로 더 강화될 추세이기 때문에 청년을 대표할 정치적 자원들에 대한 요구는 틀림없이 더 커질 거예요. 또한 요즘은 국회의원 보좌진 공채에 청년 지원자가 대거 몰린다고 해요. 연봉도 괜찮고 보좌진 경력을 쌓은 후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 등에 직접 도전할 수도 있고 소속된 정당이 집권하면 청와대에 들어갈 기회도 있으니까요. 정치 시장을 블루오션으로 보는 건데, 저는 이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봐요. 잘한 결정이라고 격려를 보내고 싶어요.


둘째, 굉장히 재미가 있어요. 정치와 스포츠, 그리고 게임의 공통점이 뭔 줄 아세요? 승부가 바로 난다는 거예요. 스포츠와 게임은 경기가 끝나면 바로 결과가 나오잖아요. 정치도 마찬가지예요. 선거를 통해서 바로 결론이 나오죠. 그런데 우리 인생은 어떤가요? 인생 자체에 대해 값을 매기기는 쉽지 않잖아요. 과연 어떤 삶이 행복한 삶이고 어떤 삶이 잘 산 삶인지 누가 평가를 내릴 수 있겠어요. 쉽지 않죠. 기준도 모호하고 사람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다 다르니까요. 하지만 스포츠나 선거는 결과를 바로 알 수 있어요. 정해진 규칙대로 경쟁하고 결과에 승복해야 하고 반칙하면 퇴출당하잖아요. 실패했어도 재기할 수도 있고요. 사람들이 열광할만한 재미와 매력이 듬뿍 담겨 있다 보니 푹 빠져드는 거죠.


셋째, 보람 있는 직업이에요. 정치컨설턴트가 자문한 대로 정당이나 후보가 캠페인을 잘해서 승리하는 순간은 정말 짜릿하고 보람 있어요. 정치컨설턴트에겐 대통령을 만들고 국회의원을 만든다는 자부심이 있어요. 사실 이 일은 정권을 창출한다는 그런 자부심이 없으면 힘들어서 못 해요. 내가 한 정치 현안 자문에 대해 청와대나 정치권의 감사 인사를 접할 때, 나를 만나고 싶어 하는 정치인이나 선거 출마자들이 늘어날 때, 방송 출연 요청이 급증하거나 유튜브 영향력이 커질 때 보람을 많이 느끼죠.

박시영

여론조사 및 정치컨설팅 기관인 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 참여정부 청와대 여론조사국장 출신으로 민심을 읽는 눈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치컨설턴트로서 수많은 선거 승리를 이끌어왔으며, 19대 대선 때 문재인 후보의 컨설팅을 맡아 당선에 기여했고, 20대 총선 때는 ‘여당 과반 붕괴’를 정확히 예측했다. 현재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KBS <사사건건>과 <더 라이브>, YTN <더 뉴스> 등의 방송과 ‘박시영의 눈’,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 ‘유시민의 알릴레오’ 등의 유튜브에 출연 중이다.

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대통령을 만드는 정치컨설턴트

박시영 저 | 토크쇼


정치컨설턴트는 자질이 있는 사람을 정치에 입문시키는 일부터 정치인의 이미지 관리와 정치 현안에 대한 메시지 자문, 그리고 선거 콘셉트와 방향을 잡아 승리를 이끌어내는 역할까지 정치 분야에 있어 감초처럼 다양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도서 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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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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