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 캣, 유쾌함과 섬세함이 뒤섞인 자아

[컬처]by 예스24 채널예스

도자 캣(Doja Cat)

무게감이 없다고 무시했다가는 큰코다친다. 현재 틱톡에서 댄스 챌린지로 유행한 「Say so」 이전, 도자 캣은 「Mooo!」의 자작 뮤직비디오로 2018년부터 밈(meme)적인 성공을 거뒀다. 2013년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공개한 데뷔곡 「So high」에도, 은어로 대마초를 뜻하는 그의 이름 도자 (Doja)에도 장난기가 서려 있다. 그럼에도 2019년 개봉한 영화 '버즈 오브 프레이'의 사운드트랙 「Boss b*tch」의 목소리는 충분히 주체적이었다. 그 연장선에서 'Hot Pink'는 자유분방한 레퍼런스와 직설적인 화법을 바탕으로 유쾌함과 섬세함이 뒤섞인 자아를 그려나간다.


대체로 미니멀한 악기 구성과 겹겹이 쌓인 보컬 코러스가 앨범을 주도하는 듯 하나, 핵심 요소들은 따로 있다. 1970년대의 디스코를 다프트 펑크처럼 풀어낸 「Say so」와 구찌 메인 (Gucci Mane)이 피쳐링한 PBR&B 곡 「Like that」에는 배경에 신시사이저를 깔아 로파이한 매력을 부여하고, 스와힐리어 사랑 노래 말라이카 (Malaika)를 샘플링해 트랩 비트로 흥겹게 풀어낸 「Won’t bite」, 「Bottom bitch」를 여는 기타 리프는 1990년대를 풍미한 펑크 록 밴드 블링크 182(Blink-182)의 「What’s my age again?」에서 가져온 것으로, 원곡보다 느려진 템포는 칠 웨이브 장르의 문법이다. 서로 접점이 없는 다양한 레퍼런스를 조합해 새로운 맥락을 생성하고, 이를 통한 조소를 추구하며 진중함과는 거리를 두는 온라인 서브컬쳐의 쉿포스팅(Shitposting) 정서는 이렇게 음악으로 현현한다.


몽환적인 사운드를 듣기 즐겁게 해주는 건 가사의 몫이다. 수록곡의 테마가 연애의 시작부터 끝까지의 단계를 아우르고, 주인공이자 화자인 도자 캣은 각 단계마다 자신의 욕망과 감정을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Cyber sex」에서 시작해 자신의 성기는 가지고 놀아도 감정은 가지고 놀지 말라는 「Rules」를 거쳐, 마음이 열리면서 수줍어하는 「Say so」까지의 과정이 드라마틱하다. 이후 사랑에 중독되고, 상대의 바람으로 이별을 당한 설움이 「Better than me」에서 터져 나오고 나서야 도자 캣의 일기장은 끝을 맺는다. 구찌 메인이 마초 맨 역할을 맡고, 도자 캣이 수동적인 화자로 등장하며 뻔한 연애의 모습을 그린 「Like that」 은 진부하지만, 다른 곡들과의 대비를 통해 해석하면 입체적이다.


도자 캣의 정체성은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레트로 등 서브컬쳐와 키치함의 요소를 아이러니하게 소비하는 인터넷 문화를 기반으로 하지만, 'Hot Pink'는 한발짝 더 나아갔다. 사이키델릭한 기타 톤과 강렬한 드럼머신, 코러스와 랩의 완급을 섬세하게 조절하면서 다소 마이너할 수 있는 취향의 집합을 듣기 좋게 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속에 주체적인 자아를 담았다. 음악적, 정서적인 성숙을 기록한 마일스톤.

 

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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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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