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의 아니게 연애 공백기』 최미정 저자 인터뷰

[라이프]by 예스24 채널예스
『본의 아니게 연애 공백기』 최미정

“나에게 흠이 하나 있다면 내가 얼마나 끝내주는 사람인지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모하메드 알리는 이와 같은 말을 했다. 어쩌면 우리에겐 이런 자신감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본의 아니게 연애 공백기』를 쓴 최미정 저자는 나이가 찼다는 이유로, 이상한 상대들만 꼬인다고, 제대로 된 연애경험이 없다고 ‘난 안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좀 더 자신을 믿고 나 자신을 사랑할 때, 연애 여부와는 상관없이 더 자주, 더 우연히 행복을 마주할 수 있다고 말이다.

 

블로그에 연애 칼럼을 쓰시면서 많은 인기를 얻으셨는데요, 처음에 어쩌다 연애 칼럼을 쓰시게 됐나요?

 

연애 때문에 힘들 때, 친구와 가족에게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 있었어요. 저는 너무 힘든데, 마냥 행복하게 연애하고 있는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자니 알량한 자존심이 상하는 것 같았고, 친구들에게 털어놓았을 때 ‘네가 잘못해서 그런다’, ‘네가 이렇게 했어야 한다’ 같은 말을 들으면 화가 나기도 했어요. 제 편을 들어주시길 바라며 부모님께 고자질하듯 얘기도 해보았으나, 어른들이라 점잖게 잘 들어주실 뿐 ‘그 사람이 나쁘다’라며 제 편을 들어주시지 않더라고요. 아주 솔직한 속내는, 회사 잘 다니던 딸이 그만 두겠다고 할 때 ‘웬만하면 그냥 다니지’ 하는 것처럼 ‘웬만하면 그냥 사귀고 결혼했으면…’ 하시는 것 같았어요.

 

대나무숲처럼 답답한 마음에 연애에 대한 생각을 블로그에 올려보았는데, 뜻밖에 저와 비슷하게 마음고생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 자체만으로도 ‘나만 모질이가 아니구나’ 하는 위안이 되었어요. 전혀 다른 사람들이 뒤엉키는 공간이다 보니, 저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관점을 알려주는 분들도 많았고요. 말 못하고 끙끙대는 것들에 대해 털어놓는 속시원함, 공감, 배움에 중독이 되어 지금까지 글을 쓰고 있어요.

 

연애 관련 칼럼을 많이 쓰셔서 주변에서도 연애 상담을 받는 지인들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평상시에 어떤 질문을 많이 받으시는지, 그리고 또 어떻게 상대방에게 말씀해주시는지 궁금합니다.

 

이 부분에서는 남녀차이가 뚜렷했습니다. 여자분들은 헤어지기 전까지 고민을 많이 하시고, 남자분들은 이별 뒤에 괴로워하십니다. 여자분은 ‘충분히 이야기를 했다, 아무리 말해도 변하지 않았다, 더 이상은 희망이 없는 것 같다’라고 하시고, 남자분은 ‘갑자기 헤어지자고 했다’, ‘되돌아보니 내가 다 잘못한 것 같기는 한데, 다시 기회를 갖고 싶다’라고 하실 때가 많습니다. 상황에 따라 조금 다르기는 하나, 저는 ‘헤어지시라’고 합니다.

 

제 말을 듣고 헤어지는 분은 없으셨고요, ‘내가 생각하는 것도 그렇다’라고 확인하는 용도로 쓰시거나, 제 입에서 ‘그래도 노력하면 잘 될 거다’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계속 물어보시기도 합니다. 한 마디로, 이미 답은 자신 안에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상담을 하는 과정은 자신도 몰랐던 자신이 바라는 것을 뚜렷이 하는 과정일 뿐입니다.

『본의 아니게 연애 공백기』 최미정

이번 책 『본의 아니게 연애 공백기』를 보면 자존감이 높아야 행복하고 똑똑한 연애를 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요, 책을 아직 읽지 않은 독자들을 위해 연애를 위한 자존감 고양 팁 하나 말씀 부탁드립니다.

 

상대의 행동을 바로 내 가치 평가라고 여기지 마세요. 나에게 떡볶이 사줬다고 나를 2천원이면 꼬실 수 있는 저렴한 사람으로 봤다고 생각하거나, 내 카톡에 3시간 후에 대답했다고 나를 무시한다고 보거나, 나에게는 바쁘다고 하면서 친구는 만나는 것을 보니 나를 싫어하는 것 같아 괴로워집니다. 그런데 상대방의 행동이 나를 무시하거나, 싫어하거나, 만만하기 봤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큰 착각이었습니다. 상대방은 아무 생각 없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우리도 그냥 귀찮거나, 그냥 별 생각 없거나, 그냥 피곤할 때가 수두룩하잖아요.

 

특히 요즘은 스마트기기의 발전으로 사람들의 집중력이 3초 수준이라고 합니다. 카톡창 여러 개 띄워놓고 동시에 여러 명과 대화를 하지만, 누구와 무슨 대화를 했는지 기억도 못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입력한 정도만 기억할 뿐. 대화를 했으나 기억이 안 나서, 언제 만나기로 했는지 기억이 안나 다시 카톡창 위에 올려봐야 간신히 알 정도입니다. 상대방이 성의 없게 대했다고 날 무시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냥 정신없고 별 생각이 없었을 겁니다. 즉, 날 무시하는 게 아니라 별 생각 없는 거라고 생각하는 게 좋습니다.

 

특별히 어떤 분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열심히 잘 살면서 스트레스 받는 분께, 시간 내어 읽어 주십사 부탁드리고 싶어요. 애초에 남들이 뭐라 하던 자신의 스타일대로 사시는 분들은 스트레스를 덜 받습니다. 반면, 사회에서 무던히 잘 살고자 하는 분들이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게 되는 것 같아요. 특히 참 괜찮은 분들이 겸손하고 배려심이 많다 못해 자존감이 낮거나, 누가 정했는지 모를 기준에 착실히 맞추려고 사회적 압박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이 책을 읽어주신 많은 분들이 ‘연애책을 가장한 인문학/심리학 서적’이라는 말을 하셨습니다. 이 책 한 권이 ‘해답’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나, 무엇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지 정체라도 일부 알게 되면, 스트레스가 덜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 책에서 작가님이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어떤 부분인가요? 왜 그 부분이 좋으신가요? 또 책에서 못 다한 말이 있다면 덧붙여주세요.

 

연애를 하면서도 핑크빛 나날들만이 아니라 우울하고 외로운 감정에 대해 중점적으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는 그 점이 가장 괴로웠거든요. 연애를 하면 외로움은 끝나고, 꽃길만 걷는 과정인 줄 알았지, 또 다른 종류의 외로움이 있고, 다른 가시밭길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기에 힘들었어요. 앞으로도 연애를 하든 결혼을 하든 형태가 바뀐 외로움은 계속 함께 할 것이고, 긍정적인 면과 더불어 힘든 면이 늘 따라올 겁니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마음이 편해질지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주변에 가까운 사람들이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면 더욱 외로운 마음이 커지고 조급한 감정에 휩싸일 때가 있는데 이러할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깃발게임이라고 하나요? 모래성 위에 깃발을 꽂아놓고, 서로 한 번씩 모래를 쓸어오며 깃발을 쓰러뜨린 사람이 지는 게임이요. 처음 친구의 결혼이 모래를 쑥 빼간 것, 다음 친구도 모래를 쑥 빼가고, 이제 아슬아슬 꽂혀있는 깃발 주위의 모래를 살살 긁어내야 되는 입장인데, 나 말고도 다른 친구가 경쟁하고 있다는 느낌이면 몹시 초조합니다.

 

반면 다른 길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했습니다. 똑같은 지역에 여행을 가도 어떤 사람은 맛집 위주로 돌아다니고, 어떤 사람은 사진을 찍고, 어떤 사람은 휴양을 합니다. 그냥 저 친구는 저 사람과 하는 여행을 택한 것이고, 나는 혼자 하는 여행을 하고 있다고 보면 편해졌어요. 둘이 다니니 재미나고 혼자 있으니 적적한 점도 있되, 둘이 있으면 식사 경로 등을 매번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한 대신 혼자 있으면 멋대로 할 수 있어 편하기도 합니다. 연애를 경쟁으로 생각하면, 친구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해주기도 힘듭니다.

 

마지막으로 연애와 결혼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힘들어 하고 있는 비자발적 솔로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제가 사회적 압박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때, 친구가 제게 던진 말이 있습니다.

 

“대체 누가 그러는데?”
“사람들이.”
“그 사람들이 누군데?”
“인터넷에서도 그러고, 다들 그러잖아.”
“그러니까 그게 누구냐고?”

 

이렇게 묻는데 말문이 막혔습니다. 몇 살까지는 연애를 해야 하고, 몇 살까지는 결혼을 하고, 몇 살이면 돈은 얼마 정도 모아놨어야 하고, 집은 몇 평 이상은 되어야 하고, 차는 어느 급이어야 하고. 이 미션을 수행하지 못했으면 모질이 같고. 이런 것들이 대체 누가 정한 것인지, 그리고 그걸 무조건 따라야 될 만큼 그들이 대단한 사람들인지 따져보면 실체가 불분명합니다. TV, 신문기사, SNS, 커뮤니티, 책에서 그러라고 했는데 못해서 스트레스 받는다고 하면 바보 같잖아요.

 

설령 실체가 뚜렷한 가까운 사람이 ‘연애 좀 해라’, ‘결혼해라’ 하며 스트레스를 준다고 해도, 그 사람의 말을 꼭 들어줘야 되는 건 아닙니다. 흔히 ‘친구 말 듣고 주식사면 안 된다’, ‘남이 투자하란다고 투자하면 안 된다’라는 말을 합니다. 이 주식 오를 거라고, 지금 집 사놔야 된다고, 그 말을 따라 했다가 전재산을 잃어도 책임져주지 않으니까요. 마찬가지로 옆에서 ‘연애하라고, 따지지 말고 아무나 만나라고, 또는 빨리 지금 만나는 사람이랑 결혼해버리라고’ 해서 결혼했다가 인생의 일부를 날린다 해도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아요.

 

길에서 전단지나 휴지 나눠준다고 다 받아오지 않듯, 스트레스를 준다고 다 받아서 알뜰하게 챙겨올 필요 없습니다. 돈이나 좋은 선물, 도움되는 정보, 긍정적 감정만 알뜰히 챙겨오세요. 스트레스만 차곡차곡 마음에 담아오지 말고.

 

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본의 아니게 연애 공백기』 최미정
본의 아니게 연애 공백기

최미정 저 | 대림북스

 

이 책은 마치 연애에세이처럼 저자와 주변인들의 사례가 흥미롭고 유쾌하게 서술되어 있다. 사람들의 다양한 연애패턴과 내적고민을 살펴보는 동시에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연애와 사랑과 관련된 심리적 이론이 서술되어 있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도서 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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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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