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탁'…동강휴양림에서의 꿈같은 1박

[여행]by 연합뉴스

본격적인 캠핑의 계절이 돌아왔다. 캠핑 마니아들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한여름 휴가철 캠핑을 꺼린다.


지금이 최적기다. 국내에서 가장 멋진 캠핑장으로 손꼽히는 강원도 정선군의 동강전망자연휴양림 오토캠핑장을 다녀왔다.


환갑이 넘은 A씨 부부. 이들은 동강의 전망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곳 오토캠핑장에 텐트와 타프(그늘막)를 펼쳤다.


6개월 동안 유럽을 캠핑으로만 여행한 경력이 있는 부부다. 뉴질랜드에서는 캠핑카로 일주를 했다고 한다.


그들의 눈에도 해발 600m에 자리 잡은 이곳 동강전망자연휴양림 캠핑장은 최상의 캠핑장으로 느껴졌다.


연중 내내, 한겨울에도 운영되는 이곳에는 캠핑장을 제외한 다른 숙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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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의 일몰 [사진/성연재 기자]

그들이 자리를 잡은 곳은 3번 데크였다. 이 캠핑장은 모두 67개 사이트에 가로 4m, 세로 5∼6m 크기의 데크가 세팅돼 있다.


전망이 좋은 곳은 1∼10번 데크다.


이 가운데서도 가장 좋은 곳이 1∼5번 데크다. 6∼10번의 경우 앞쪽의 나무가 살짝 전망을 가린다.


그래서 주말마다 좋은 데크를 차지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이곳에서는 멀리 S자로 굽이치는 동강의 모습이 한눈에 바라보인다. 1번 데크 바로 위에 전망대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S자의 윗부분은 저 멀리 영월의 가정마을이다. 칠족령부터 해발 883m의 백운산까지는 S자의 가운데 부분이다.


아래쪽은 고성 산성과 최근에 세워진 '하늘벽 유리다리' 지역이다.


치열한 예약 경쟁에서 뒤지는 바람에 8번을 배정받아 텐트와 타프를 서둘러 설치한 뒤 영내를 둘러봤다.


그러다가 숨은 보석 같은 장소를 발견했다. 1∼10번 위쪽의 17∼20번 데크가 비어있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야트막한 나무로 둘러싸인 이곳의 4개 데크는 다른 캠핑장과 독립돼 있다. 이 중 18번과 19번 데크는 가장 탁월한 전망을 자랑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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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족령이 바라다보이는 곳에 세팅한 중년 부부 [사진/성연재 기자]

이곳을 발견하고는 결국 설치가 다 된 텐트와 타프를 옮기는 수고를 감내해야만 했다.


미니멀 캠핑에 최적인 돔 텐트를 쳤기에 두손으로 번쩍 들어 옮겼지만, 타프는 다시 설치해야만 했다.


하룻밤을 자더라도, 최상의 전망을 놓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4개 데크는 네 가족이 함께 간다면 최상의 선택이 될 듯하다.


전망을 포기한다면 매발톱꽃 등 진귀한 식물들이 피어있는 '상징광장' 왼쪽 위의 53∼62번 데크도 나쁘지 않다.


한가지 주의할 점은, 초심자들에게는 전망 좋은 자리가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바람이 강하게 불 때 대처법을 몰라 타프 폴(지지대)을 부서뜨리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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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본 캠핑장 [사진/성연재 기자]

유럽 캠핑장을 뛰어넘는 시설

A씨 부부는 필자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개인 사업자라면 이렇게 큰 비용을 들여 험준한 산길을 닦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토캠핑장으로 향하는 왕복 2차선 2.5㎞ 도로는 오로지 해발 600m에 자리 잡은 오토캠핑장만을 위해 건설된 것이다.


휴양림 시설에는 모두 79억여원의 국·도·군비가 들어갔다. 2013년 6월 개장한 캠핑장은 때마침 개장 6년을 맞았다. 가격은 2만∼3만원에 불과하다.


전기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그야말로 캠핑의 천국인 셈이다.


캠핑장 가운데 부분에는 샤워실과 개수대, 화장실 등이 있는 복합건물 2동이 자리 잡고 있다. 한겨울에도 온수가 펑펑 나오는 실내 개수대와 야외 개수대, 타고 남은 재와 숯을 버릴 수 있는 재수거통, 쓰레기 분리수거시설들이 잘 갖춰져 있다.


샤워한 뒤 나와보니 카라반 한 대가 복합건물 인근에 정차돼 있다. 1∼10번 사이트는 전망이 좋지만, 전체적으로 경사가 있어서 카라반 주차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 카라반은 평평한 27∼40번 자리 쪽에 주차하는 것이 편리하다.


다만 카라반 전용 사이트들은 아니어서, 주차에는 살짝 불편한 면이 있다.


한번 설치한 텐트를 걷어 옮기는 등 헤매다 보니 해가 동강 위쪽으로 떨어지고 있다.


석양을 바라보며 즐길 수 있는 캠핑장 가운데서도 국내 최상급이다.


풍경에 홀려 사진 수백장을 찍고 나니 저녁 시간이다. 캠핑의 백미는 바로 저녁때다.


해가 뉘엿뉘엿 떨어지고 등불이 하나둘 켜지면 마법과도 같은 캠핑장의 밤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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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팬으로 하는 간단한 바비큐 [사진/성연재 기자]

모두 저마다의 방법으로 저녁 시간을 맞이한다. 캠핑장의 밤은 무엇보다 고요하고 특별하다.


뜻맞는 사람들과 상쾌한 밤공기 아래 정다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바비큐를 하는 사람도 있고 독서를 하는 사람도 있다. 소형 프로젝터를 갖고 와 조용히 동영상을 감상하는 사람도 있다.


오랜만에 바비큐 대열에 동참하기로 했다. 캠핑장이 있는 신동읍에는 개인이 운영하는 식육점이 몇 곳 있다.


처음엔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장을 보려 했으나 가격이 다소 높은 데다가 종류도 많지 않아 인근 식육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바비큐라면 지긋지긋하게 한 터라, 이젠 코팅이 잘 된 프라이팬을 선호한다. 프라이팬에 고기를 구워 먹고 난 뒤 다시 햇반으로 볶음밥을 해 먹었다.


용량에 여유가 있는 사람은 여기다가 라면을 끓여 마무리하는 것이 캠핑 요리의 완성이겠지만, 너무 과한 것은 싫어서 볶음밥에서 멈췄다.


참고로 이곳에서의 모닥불은 전면 금지돼 있다. 최근 발생한 강원도 산불을 생각하면 적절한 조치가 아닐 수 없다.

주변 즐길 거리·캠핑장 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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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위에 세워진 하늘벽유리다리 [사진/성연재 기자]

주변은 아웃도어의 천국이다. 등산도, 물놀이도, 전망대에서 그 코스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등산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최적의 환경이다.


연포마을에서 시작한 하늘벽 유리 탐방로 구간은 새로 개척된 곳으로, 아름다운 동강의 흐름을 보면서 걸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휴양림에서 캠핑하면서 트레킹을 즐기려면 연포마을에서 하늘벽 유리 탐방로를 지나 칠족령으로 빠지는 2시간 코스가 적당하다.


특히 하늘벽 유리 탐방로 구간은 아찔한 절벽 사이에 놓인 유리 다리를 건너는 짜릿함을 맛볼 수 있다.


칠족령에서 하산하지 않고 백운산까지 올라가는 코스는 추가로 5시간이 넘게 걸리는 만만치 않은 코스다.


하늘벽 유리 탐방로 인근 지역은 카약을 즐기기에도 좋은 구간이다. 과거에는 래프팅을 많이 했지만, 최근엔 카약으로 스릴을 만끽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다만 이 구간은 물살이 빠르고, 높이가 낮은 다리가 많아, 유경험자들과 함께 타는 것이 좋다.


특히 낮은 다리를 만나면 카약에서 내린 뒤 카약을 들고 다리를 통과해야 하는 등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캠핑장 예약은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매달 1일 오전 11시부터 다음 달 예약을 받는다. 예를 들어 8월의 경우 7월 1일 오전 11시부터 예약 신청을 할 수 있다.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동절기에는 예약제가 아니라 선착순 방식으로 캠핑장이 운영된다. 갑작스러운 눈 등으로 예약을 지키기가 힘들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요금은 성수기 7∼8월과 비수기 주말은 3만원이며, 비수기 평일은 2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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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읍내에 핀 꽃잔디 [사진/성연재 기자]

캠핑 장비와 팁

초보자들의 가장 많은 실수는 타프의 존재를 무시하는 것이다. 타프야말로 한여름의 뙤약볕을 막아주고 세찬 비를 피할 수 있게 해 주는 소중한 존재다. 이를 무시한 사람들은 된통 고생한 뒤에야 타프를 구하는 경우도 많다.


타프는 내수압과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 원단의 두께다. 초심자들은 제품 설명서 가운데 75D, 150D, 210D, 150/300D 같은 숫자를 잘 살펴봐야 한다. 여기서 D는 데니어(원사 1g의 무게로 9천m의 길이를 뽑아냈을 때의 굵기)를 뜻한다.


숫자가 낮을수록 원단의 두께가 얇다. 오토캠핑의 경우 최소 210D 이상의 제품이 되어야 차광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210D를 넘어서면 두꺼운 느낌이 들고 설치에 힘이 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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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한 세팅에 쓸모있는 백패킹용 식탁 [사진/성연재 기자]

타프의 경우 등산과 캠핑을 함께 다루는 종합 아웃도어 브랜드 제품은 멀리하는 것이 좋다. 종합 아웃도어 브랜드는 의류에 더 치중하기 때문이다. 이름난 아웃도어 업체조차 75D나 150D의 얇은 타프를 판매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타프류를 산다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는 게 마니아들의 조언이다. 씨줄과 날줄의 데니어가 150/300D로 개발된 원단을 사용하는 제품이 호평을 받고 있다.


코팅 여부도 빼놓지 않고 체크해 봐야 한다. 원단 안쪽에 블랙펄 코팅이 된 제품을 사는 것이 좋다. 차광 효과가 높아 특히 여름철에 쾌적한 캠핑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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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광 효과가 좋은 중소기업 타프 [사진/성연재 기자]

텐트의 경우 여름에는 타프를 쓰는 편이 좋기 때문에 작은 돔 텐트를 장만하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타프와 모기장이 달린 스크린형을 일체화한 타프쉘을 쓰는 사람들이 많다. 타프쉘도 원단 안쪽에 블랙펄 처리를 한 제품이 차광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초심자들이 놓치기 쉬운 요소가 조명이다.


랜턴 없이 캠핑을 가는 초심자들이 종종 있는데, 고기가 설익었는지, 새까맣게 타는지를 씹고 난 뒤에야 알아차리게 된다.


조명은 충분히 준비하는 것이 좋다. 특히 나방 등 해충들이 덤비기 시작하는 6월 이후부터는 큰 조명과 작은 조명을 하나씩 준비하는 것이 좋다.


밝은 조명은 텐트에서 약간 멀리 떨어진 곳에 설치해 그쪽으로 나방들이 몰리게 하고, 은은한 조명을 식탁 위에 사용하는 것은 캠핑 고수들이 알고 있는 조명 운용법이다.


현장에서 음식을 조리할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야채 등은 썰어서 가는 것이 좋다. 그러나 육류의 경우에는 현지 식육 식당을 이용하는 것도 고려해 보자.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할인마트 등에서 모든 것을 장만하는 것보다 주민들이 운영하는 식육 식당을 이용하는 편이 지역경제 발전에 도움을 준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9년 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정선=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polpori@yna.co.kr

2019.06.1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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