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에 돈, 휴대전화까지'…제주서 까마귀 절도 행각 기승

[이슈]by 연합뉴스

중산간 골프장·숲길에 출몰해 각종 물건 꺼내가고 공격까지


올해 초 제주지역 중산간에 있는 한 골프장을 찾았던 A씨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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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촬영 정유진]

라운딩하던 중 까마귀 무리가 카트를 습격해 감쪽같이 현금 30만원이 들어있던 지갑을 물고 날아간 것이다.


A씨는 "까마귀에 물건을 털리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캐디의 당부를 그냥 웃어넘겼는데, 정말 이럴 줄은 몰랐다"며 "쥐도새도 모르게 지갑을 가져간 걸 보니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제주지역 일부 골프장과 숲길에서 까마귀 무리가 절도 행각을 벌이거나 사람을 공격하면서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10일 도내 골프장업계에 따르면 중산간에 위치한 일부 골프장에서 까마귀들이 카트에 둔 김밥이나 과자는 물론 지갑과 옷, 심지어 휴대전화까지 물고 달아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특히 동물 중 영특한 것으로 꼽히는 까마귀는 사람이 없는 틈을 타 일명 '카트 털이'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내 골프장에서 캐디 일을 하는 김모(26·여)씨는 "까마귀가 그린(잔디) 주변에 카트를 주차하는 곳을 알고 미리 기다리고 있다가 사람들이 그린에 올라간 사이 카트 털이를 할 만큼 영악하다"며 "까마귀가 물건을 훔쳐가는 경우 골프장 측에서는 어찌할 방도가 없어, 라운딩 전 까마귀로 인한 분실물 발생 가능성을 골퍼에게 충분히 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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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의 군무 [연합뉴스 자료사진]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이 같은 상황은 중산간 숲길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제주시 조천읍 사려니숲길을 방문한 B씨는 제주도청 홈페이지를 통해 "숲길을 걷는 도중 까마귀가 갑작스럽게 아내의 머리를 치고 달아나는 바람에 아내가 머리를 다쳤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도지회에 따르면 2∼3년 전부터 사려니숲길 탐방로 입구 인근에 까마귀 무리가 반복적으로 날아와 탐방객의 머리나 어깨를 날개 또는 부리로 치거나 탐방객 가방을 열려고 시도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놀란 탐방객이 넘어지는 사고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사려니숲 관계자나 탐방객이 막대기 등으로 까마귀를 쫓으면 잠시 도망치는 척하다 금세 다시 날아와 또 한 번 머리를 치고 가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제주시는 지난 5일부터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도지회에 의뢰해 사려니숲길 내 까마귀 포획에 나섰다.


까마귀는 유해동물로 지정돼 있어 허가를 받을 시 포획할 수 있다.


하지만 사려니숲길에서 탐방객을 공격하는 까마귀 무리를 포획하는 데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자신들을 잡으러 온 것을 아는지 까마귀가 갑자기 사람들에게 가까이 접근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강창완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도지회장은 "까마귀들이 이 같은 행태를 보이는 데에는 사람이 가방에서 먹을거리를 꺼내 던져주거나 하는 일을 수년간 겪으며 생긴 경험에서 나오지 않았나 싶다"며 "까마귀들이 워낙 눈치가 빠르고 영리해 포획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dragon.me@yna.co.kr

2020.06.1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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