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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마약투약·절도 행각 자가격리자, 지자체 관리부실 드러나

by연합뉴스

자가격리 이관 과정서 지침 위반 눈 감아…앱 관리도 부실

연합뉴스

자가격리 무단 이탈 (PG) [권도윤 제작] 일러스트

마약에 취해 차량을 훔쳐 경찰에 붙잡힌 20대 여성이 자가격리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관할 지자체의 관리 부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14일 광주 서구청에 따르면 A(24·여)씨는 이달 1일 필리핀에서 국내로 입국했다.


A씨는 2주간 자가격리 통보를 받고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자가격리 관리 앱'을 통해 자가격리 장소를 서울 강남구로 등록했다.


하지만 A씨는 이후 본인의 주소지가 있는 광주 서구로 장소를 바꾸고 싶었다.


강남구 승인을 받은 A씨는 보건당국의 이송 차를 타지 않고 스스로 광주 서구 보건소를 찾아왔다.


엄연히 자가격리 수칙 위반이지만 광주 서구는 A씨를 제재하지 않고 오히려 자가격리자를 위한 생필품 키트까지 건네주며 수칙 위반을 눈감아줬다.


자기격리 관리 앱을 이관하는 과정에서도 허술함이 드러났다.


A씨가 광주로 옮기는 것을 허가한 강남구는 자가격리 관리 앱 권한을 광주 서구로 이관해줘야 했지만, 업무가 많다는 이유로 책임을 떠넘겼다.


서구는 A씨에게 기존에 설치된 앱을 직접 삭제하고 다시 설치해 주소지를 재등록하도록 안내했지만 A씨는 이를 따르지 않았다.


오히려 기존의 관리 앱을 삭제만 하고 다시 설치하지 않았지만, 서구는 이마저도 특별히 문제 삼지 않았다.


자가격리자에 대한 허술한 관리가 이어지는 동안 A씨는 자가격리 장소를 이탈해 모텔을 전전하며 지내온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 서구는 A씨가 마약에 취한 채 차량을 훔쳐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혀 통보를 받게 될 때까지 알지 못했다.


A씨는 전날 오전 1시께 광주 서구 화정동에서 키가 꽂혀 있던 주차 차량을 훔쳐 타고 북구 두암동까지 운행했다가 오전 4시 20분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지구대원들에게 검거됐다.


A씨는 마약을 한 상태였고, 소지품에서는 필로폰으로 추정되는 마약 1g도 발견됐다.


약에 취해 환각 상태에서 차량을 훔쳐 수㎞ 떨어진 지역으로 간 A씨는 차 안에서 "살려달라"고 외치며 소동을 피웠다.


이를 목격한 행인의 신고로 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차량 절도 사실이 발각됐다.


경찰은 A씨를 절도 및 마약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관할 경찰서로 압송해 조사하던 중 그가 필리핀에 입국해 자가격리 중인 사실을 확인하고 서구에 통보했다.


혹시 모를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경찰서가 폐쇄되고 접촉 직원이 격리됐으나,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이 나와 폐쇄·격리 조치는 해제됐다.


서구 관계자는 "자가격리자라고 하더라도 개인의 사정에 따라 처음 등록한 격리장소를 옮길 수 있다"며 "이관 과정에서 앱 설치는 강제할 수 없어 전화로 특이 동향을 확인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A씨가 매번 전화를 잘 받아 의심스러운 상황은 아니었다"며 "인력의 한계로 거주지를 직접 찾아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앱 관리를 담당하는 사람이 1명뿐이어서 앱이 깔려 있었다고 하더라도 관내 수십명의 자가격리자를 24시간 관리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해외 입국 자가격리자는 2주간 자가격리 조치와 동시에 무단이탈 방지를 위해 자가격리 관리 앱을 의무적으로 설치해 관할 지자체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천정인 기자 = ​in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