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클베리 핀의 꿈'… 피톤치드 가득한 트리하우스

[여행]by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아웃도어 활동이 주목받으면서 숲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자연히 나무 위에 지어진 트리하우스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지고 있다.

주목받는 숲속 트리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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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교를 통해 진입하는 평택 트리하우스 허클베리 [사진/성연재 기자]

"피톤치드 가득한 그늘 짙은 숲속에서 머무르고 싶다."

코로나19 사태로 갈 곳 없는 요즘 사람들의 구미를 자극하는 말이다. 나무는 해충을 이기기 위해 피톤치드(Phytoncide)를 내뿜는다.


피톤치드는 1937년 러시아의 생화학자 보리스 토킨이 처음 사용한 용어로, 식물이 박테리아나 곰팡이, 해충을 퇴치하기 위해 내뿜는 살균 물질을 통틀어 말한다. '식물'을 의미하는 'phyton'과 '죽이다'는 뜻을 가진 'cide'의 합성어다.


대부분의 나무에서 피톤치드가 발생하지만, 특히 편백 숲에서 가장 많은 피톤치드가 나온다. 편백 외에 냉대 침엽수 계통인 소나무·전나무·가문비나무, 라벤더와 같은 허브에서도 많은 피톤치드가 생산된다.


산림욕은 이런 수종이 가득한 숲에서 하면 효과 만점이다. 살아있는 나무뿐 아니라 나무로 지어진 트리하우스에서도 피톤치드가 뿜어져 나온다. 최근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연구 결과, 목재를 건조해 제재한 뒤에도 '모노테르펜'과 '세스퀴테르펜' 등 피톤치드 성분이 다량 검출됐다.


경기 가평과 경남 남해의 소나무와 편백 원목을 제재해 저온 건조한 뒤 일정한 크기로 조각을 만들어 측정한 결과 소나무는 5천330ng(나노그램)/ℓ, 편백은 2천680ng/ℓ의 피톤치드 물질을 발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짙은 숲속의 나무 위에 지어진 집에서 머무른다면 더욱 큰 만족을 얻을 수 있을 듯하다.

한국 트리하우스의 메카 평택 트리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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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 둘러싸인 트리하우스 톰 소여 [사진/성연재 기자]

경기도 평택의 트리하우스 단지에는 국내 대표 제작 업체인 트리하우스코리아가 제작한 모두 4채의 트리하우스가 있다. 도무지 산이라고는 보일 것 같지 않은 평야 지대인 평택 진위면의 작은 도로를 달리다 보면 야트막한 산이 눈에 들어온다.


그곳에 자리 잡은 이 4채의 하우스가 지금 전국 트리하우스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곳이다. 트리하우스코리아의 정지인 대표는 2004년 3남매를 위해 허클베리와 톰소여 등 2채의 트리하우스를 지었다.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은 트리하우스다. 허클베리는 특히 그물로 된 잔교를 통해 진입할 수 있어 묘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잔교를 건너면 마치 동화 속 세상으로 갈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직접 맞닥뜨린 트리하우스는 기대감을 충족시켜주기 부족함이 없었다.


육중한 검은색 나무 대문은 개성이 가득했고 내부로 들어서니 아기자기한 느낌의 친자연적인 인테리어가 포근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줬다. 마침 이곳을 둘러보러 온 커플들이 기념촬영을 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 옆의 톰 소여는 구조가 더 독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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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하우스를 찾은 젊은 커플 [사진/성연재 기자]

2개 층을 쓰는 톰 소여 트리하우스는 아래쪽에 주방과 객실이 있고 위층에 또 다른 객실이 있어, 두가족 이상이 함께 쓰기 좋다. 두 곳 모두 다락방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무척이나 좋아할 듯하다.


가장 위쪽의 트리하우스 2곳을 보고 난 뒤 아래쪽으로 내려오니 관리사 바로 앞의 3층짜리 트리하우스가 궁금해졌다. 이곳도 잔교를 통해서만 접근이 가능하다. 아파트 필로티 구조의 느낌을 주는 1층에는 나무 식탁과 의자 등으로 구성된 식당이 있고, 2층은 거실이다.


맞은편에는 제일 작은 사이즈의 트리하우스가 있다. 크기가 작으니 더욱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이 트리하우스 바로 옆에는 작은 수영장이 붙어있다. 트리하우스코리아는 지금까지 전국에 20채의 트리하우스를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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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기둥이 보이는 트리하우스 허클베리의 침실 [사진/성연재 기자]

가장 대표적인 곳이 경기도 용인시가 모현읍 정광산 자락에 조성한 용인자연휴양림의 트리하우스다.


또 경남 합천군 황매산 군립공원에 있는 트리하우스도 트리하우스코리아의 시공으로 만들어져 지역 명소가 됐다. 정 대표는 많은 의뢰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한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같은 김제 트리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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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나무 사이의 김제 트리하우스 [사진/성연재 기자]

족히 300년은 된 듯한 느티나무와 100년이 넘은 굴참나무 위에 지어진 작은 나무집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만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처럼 보인다. 최은희 씨와 일본인 남편 미즈노 마사유키 씨가 만든 전북 김제의 트리하우스다. 트리하우스 아래가 출입구다. 안으로 들어서니 나무로 삐뚤삐뚤 만든 계단이 보인다. 허술할 것 같지만 의외로 견고하게 지탱하고 있다.


계단 위로 올라서니 출입구의 천장이자 트리하우스의 하부 공간이 나온다. 이곳에서 비상계단처럼 수직으로 선 2m 높이의 계단을 올라가니 트리하우스다. 트리하우스는 마치 만화 속 인물들이 나올 법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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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하우스에서 내려다본 정원 [사진/성연재 기자]

목공을 좋아하던 미즈노씨는 6년 동안 주변의 나뭇가지를 모아 조금씩 트리하우스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4년 전까지 다니던 반려동물 관련 회사도 그만뒀다. 어려운 형편에도 최씨 부부는 이미 시작한 트리하우스 짓기를 멈추지 않았다. 당장 돈이 되지는 않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가계가 기울면서 집짓기는 더 어려워졌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공사장에서 나온 폐자재를 뒤지는 그들을 손가락질하는 사람도 많았다. 낡은 집은 그렇게 부부의 손끝에서 아름다운 공간으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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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하우스로 오르는 비상계단[사진/성연재 기자]

버려진 목재로 만든 트리하우스는 제법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고,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찾아오는 사람이 한 달에 10여명 정도였지만, 올해 들어 방문자는 월 1천여명으로 급증했다.


최씨 부부는 "한때 사는 게 너무 힘들어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지만, 한 번뿐인 인생인데 해보고 싶은 일을 해보자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제 트리하우스의 입장료는 따로 없다. 음료수나 식사를 시키는 것으로 대신한다.

몸이 불편한 아내 위해 조성한 홍천은행나무숲 트리하우스

홍천 은행나무숲은 30여년 전 유기춘 대표가 소화기 불량으로 고생하던 아내를 위해 정착하면서 시작됐다. 인근의 삼봉약수를 마신 뒤 차도를 실감하자 부부는 인근의 땅을 물색했다. 당시에는 쓸모없던 계방천 주변 땅을 구입해 은행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30년이 지난 이곳은 매년 가을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 때면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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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 은행나무숲 트리하우스 [사진/성연재 기자]

매년 2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지역 대표 관광명소가 됐다. 10여년 전 다녀왔던 추억을 되살리며 홍천까지 차를 몰았다. 은행나무숲은 사람들로 붐비던 가을과는 달리 다소 썰렁한 느낌이었다.


농장에서 작업하던 유 대표가 반갑게 맞이한다. 나무로 만든 집 하나 보기 위해 멀리서 왔냐며 식혜를 내준다. 부인의 몸은 다행히 약수 덕분에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그는 신문에서 읽은 일본의 트리하우스 관련 기사를 읽고 2016년 트리하우스 코리아 정지인 대표에게 설계와 시공을 부탁했다. 그의 안내를 받아 찾은 트리하우스는 여느 트리하우스와는 구조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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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하우스 내부 [사진/성연재 기자]

보통 3∼4그루의 나무 기둥을 이용해 짓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100년 수령의 거대한 소나무 단 한그루에 지어진 형태다. 여러 나무가 무게를 지탱하고 있는 평택의 트리하우스와는 다른 모습이다. 내부로 들어섰더니 이곳도 다락방이 있다. 아래쪽은 바깥을 조망하기에 알맞은 형태다.


이 트리하우스는 바람에 집 자체가 조금씩 움직일 수 있게 돼 있었다. 소나무에 박힌 철심은 단단하게 고정됐지만, 철심을 잡고 있는 쇠판이 바람의 움직임에 따라 흔들리도록 설계됐다. 유 대표는 거대한 소나무 군락 위에 앞으로 10여채의 트리하우스를 더 짓고 싶다는 희망을 나타냈다.


"전국 최초의 트리하우스 단지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홍천 은행나무숲은 매년 가을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 때 공개된다. 입장료는 무료다.

고창 '책마을 해리' 트리하우스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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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해리의 트리하우스 도서관 [사진/성연재 기자]

전북 고창군에는 작은 폐교에 세워진 문화공간 '책마을 해리'가 있다. 이곳에 들어가면 플라타너스 위에 만들어진 트리 하우스 도서관을 볼 수 있다. 수령 70년의 플라타너스 가지 사이에 마치 커다란 새집처럼 자리 잡은 이곳에서 책을 읽으면 마치 동화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느낌이 들 것 같다.


이곳은 2001년 폐교된 나성초등학교가 있던 자리다. 자칫 도축장으로 활용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서울에서 출판사를 경영하던 이대건 대표가 2006년에 인수하면서 책을 테마로 한 장소로 거듭났다.


이 대표에게 이 폐교는 남다른 곳이다. 증조부가 일제강점기에 고향 발전을 위해 자신의 토지에 학교 건물을 지어 희사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는 증조부의 숨결이 서려 있는 이곳을 인수한 뒤 문화공간으로 개조하기 위해 서울을 오가며 정성을 들였다. 그러다가 2011년에는 아예 출판사를 이곳으로 옮기고 터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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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문화공간으로 꾸며진 책마을 해리 [사진/성연재 기자]

고향 땅을 문화의 향기 가득한 곳으로 만들겠다는 집념이 없었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책 마을 해리에서 트리하우스가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트리하우스의 이름이 '동학평화도서관'이다. 고창은 1894년 동학농민전쟁 기포지다.


트리하우스는 당시 폭정에 항거해 평화롭게 살고자 한 농민들의 염원을 담은 동학 정신을 기억하자는 의미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외관과 구조도 재미있다. 트리하우스는 외관이 대나무로 마감이 돼 다른 트리하우스와 다른 느낌을 준다.


들어가 보면 작은 창을 통해 바깥을 내려다볼 수 있고, 미니 테라스도 있다. 이 대표는 10년 전 처음 이 플라타너스에 트리하우스를 지을 꿈을 가졌다. 물론 이 작은 도서관이 전부가 아니다. 폐교 내부로 들어가면 기증받거나 모아온 서적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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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에 마련된 작은 도서관 [사진/성연재 기자]

알음알음 이곳에 대한 소문을 듣고 아이들과 함께 찾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 학교 건물 사이에는 오래된 피아노도 있다. 매년 가을에 책 영화제가 열리는 등 지역 문화 발전을 위한 다양한 행사도 개최된다.


이 대표는 이곳에 더 많은 트리하우스를 세울 예정이라고 한다. 그는 "더 많은 사람이 찾아와 트리하우스에서 책을 읽으며 꿈을 키워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평택·김제·고창=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polpori@yna.co.kr

2020.07.1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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