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판 '쥬라기 공원', 유전자조작 모기 7억마리 방사?

[트렌드]by 연합뉴스

쥬라기공원. 1993년 개봉 당시 혁신적인 스토리와 그래픽으로 화제가 됐고 지금까지도 명작으로 거론되는 영화죠.


영화 속 과학자들은 모기 화석에서 추출한 DNA에 유전자 조작 기술을 더해 멸종한 공룡을 복원해냅니다.


머나먼 미래의 일처럼 보였던 유전자 조작 기술은 어느새 우리 생활 속에 들어와 있습니다.


콩과 옥수수 등 먹거리 종자를 병해충에 강하게 만드는 데 널리 쓰일 뿐 아니라 이제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도 유전자 조작 바이러스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미국에선 유전자 조작 기술을 이용한 대규모 실험이 당국의 승인을 받아 화제인데요.


미국 플로리다주 지방정부는 "2021∼2022년에 걸쳐 플로리다 키스 제도에 유전자 조작 이집트숲모기를 7억5천 마리 이상 풀 계획"이라고 발표했는데요.


어마어마한 수의 모기를 방사하는 이 실험의 목적은 놀랍게도 모기 박멸입니다.


정확히는 이집트숲모기를 매개로 한 전염병을 없애려 유전자 조작 모기를 풀겠다는 겁니다.


OX5034라는 이름의 수컷 유전자 조작 모기.


이 모기가 암컷과 교미해 낳은 새끼가 암컷이면, 유충 단계에서 죽게 됩니다.


이집트숲모기는 통상 암컷만 피를 빨아먹고 질병을 옮기므로 이 방식을 통해 모기의 씨를 말리겠다는 계획인데요.


하지만 모기 방사 대상 지역 주민들은 "프랑켄슈타인 모기를 위한 실험동물이 되기 싫다"며 강력 반발 중입니다.


"환경과 공중보건에 이 돌연변이 벌레가 어떤 영향을 줄지 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


수많은 사람이 사는 지역에서 '모기 실험'을 하지 말라는 청원 글에 23만 명이 넘는 사람이 동의한 상태입니다.


미국 본토에서 '모기 실험'이 시행되는 것은 처음이지만 앞서 여러 국가가 비슷한 실험을 했습니다.


중국과 싱가포르 등에선 박테리아 감염 등으로 '불임'이 된 수컷 모기를 방생해 모기 개체 수 조절을 시도했죠.


이러한 시도가 효과를 거뒀다고 알려졌지만 미국의 '모기 실험' 계획은 여전히 논란입니다.


환경단체 등 전문가들은 유전자 조작 모기 방사가 궁극적으로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상당히 적극적인 방법으로 자연을 조작한다는 내용에 누리꾼들 역시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자연을 좀 내버려 둬라."


"(자연에 개입했다가 비극을 겪은) '쥬라기 공원' 못 봤냐."


말라리아, 지카, 웨스트나일바이러스 등 모기 매개 감염병이 매년 전 세계 1백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가는 상황인데요.


유전자 조작 기술이 인류를 감염병 고통에서 벗어나게 할지, 아니면 뜻밖의 재앙을 불러올지 논란이 뜨겁습니다.

연합뉴스

전승엽 기자 김지원 작가 박서준 인턴기자 김혜빈


kirin@yna.co.kr

2020.08.2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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