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과 살고 싶으니 이혼해 줘" 이런 요구도 가능해진다?

[트렌드]by 연합뉴스

세계 영화계에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홍상수 감독.


2016년 배우 김민희씨와 불륜설이 불거졌던 홍 감독은 같은 해 아내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해 많은 이들을 경악케 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홍 감독이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만큼 이혼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고 봤고, 지난해 이를 기각했는데요.


대법원 판례는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그 파탄을 이유로 들어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고 봅니다.


이를 '유책주의'라 하는데요.


그런데 조만간 바람을 피우는 등 문제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이혼을 요구할 경우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수도 있게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옵니다.


지난 10월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는 파탄주의에 대한 연구 용역을 발주하고 "일부 파탄주의 도입에 대한 요구가 지속되고 있고 사회적으로 찬반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며 "사법부가 사회적 변화에 대응해 파탄주의 채택을 전제로 실증적 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파탄주의는 혼인 관계가 사실상 회복될 수 없을 만큼 파탄 났다면 어느 배우자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고 이혼을 허용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최근 대한변호사협회 학술연구대회에서도 유책주의에서 파탄주의로 전환이 논의되기도 했죠.


이와 관련해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억울한 이혼 많이 생기겠다", "결혼을 더 망설이게 될 것" 등 부정적인 의견이 쏟아졌는데요.


이런 반응에 대해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는 "결혼 합의 사항을 위반하지 않은 사람은 계약을 아직 깰 수 없다고 하는데, 이를 위반한 사람이 오히려 깨자고 하니까 도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2015년 대법원에서 파탄주의 도입 필요성을 놓고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했습니다.


당시 대법관 13명 가운데 과반수인 7명이 파탄주의 전환은 현 단계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는데요.


제도가 미비한 상황에서 파탄주의를 도입하면 사회적 약자가 보호받지 못하게 될 위험이 크다고 봤죠.


단적인 예로 간통죄가 폐지된 상황에서 중혼(배우자가 있는자가 거듭 혼인하는 일)을 결과적으로 인정하게 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로부터 5년이 흐른 현재, 다시 파탄주의에 대한 논의가 수면위로 떠오른 건데요.


윤진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혼인에 파탄이 생겼으면 법원이 이혼하지 말라고 해서 부부가 다시 사는 건 아니다"라며 "그러니 유책주의를 고집하는 건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고 서구에서는 이미 유책주의 대신 파탄주의를 채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는 파탄주의를 도입하고 있죠.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당장 파탄주의로 전환은 시기상조이며 부양의무 등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고 상당수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양소영 변호사는 "다른 나라는 상대가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황에서 쫓아내는 등 축출 이혼이 될 때는 파탄주의를 도입해도 이혼을 못 한다"며 "그런데 우리 현행법에는 그런 조항이 없고 더구나 미성년 자녀가 있으면 자녀들의 생존권은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해 아직 해결된 게 없다"고 말했습니다.


부부가 3~5년 정도 별거하면 이혼을 허용하고 있는 독일이나 영국은 일정한 경우 이혼을 제한하는 가혹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경제적으로 고통을 주거나 자녀를 위해 혼인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이혼을 허용하지 않죠.


윤진수 명예교수는 "파탄주의로 가려면 이혼한 후에도 생활 형편이 어려운 전 배우자에 대해서 부양을 해야 된다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혼의 책임과 자유 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파탄주의가 도입될 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박성은 기자 성윤지 인턴기자 최지항 / 내레이션 김정후 인턴기자



연합뉴스

junepen@yna.co.kr

2020.11.1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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