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어때] '환영받는 차박' 경북도 차박 페스타를 가다

[여행]by 연합뉴스

개별 가족 단위 여가 프로그램으로 각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차박 열풍이 불고 있다. 그러나 쓰레기 투기 문제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경상북도는 이에 모두가 만족하는 환영받는 차박을 모토로 차박 페스타를 열었다. 행사에 참가한 한 초보 여성 차박족의 좌충우돌 도전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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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쏟아지는 경북 차박 페스타 현장 [사진/성연재 기자]

차박이 골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차박 열풍이 거세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기존의 관광 시설 이용을 꺼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나만의 장비와 나만의 음식 재료를 싣고 훌쩍 떠나 차에서 숙박한 뒤 돌아오는 '차박'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편으론 차박에 따른 쓰레기 투기 문제가 여론의 지탄을 받는 일도 늘어나고 있다. 물론 쓰레기는 버리는 사람들의 시민의식이 가장 큰 문제다.


그러나 쓰레기 문제는 투기를 문제 삼는 일에서 한 발짝 나아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선제적으로 인력을 투입해 쓰레기 문제를 해결한다면 코로나19로 휴일에 갈 곳을 잃은 서민들의 숨통을 틔워줄 수도 있지 않을까.


그 해답을 경상북도가 먼저 냈다. 경북도는 최근 경북 상주시에서 총 50가족, 1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차박 캠핑 페스타'를 열었다.


차박의 부정적인 면을 불식시키고 새로운 차박 문화를 선도하자는 취지다.


경북도는 차박 축제장으로 고심 끝에 상주보 오토캠핑장을 선택했다. 낙동강이 바라다보이는 강변이라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안전을 위해 이동식 화장실을 추가 설치하고, 수시로 화장실 방역을 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초기에 경북 지역은 쏟아진 확진자로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은 여느 지역보다 확진자 수가 적다. 도는 그만큼 방역에는 자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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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솔도 차박 소품 [사진/성연재 기자]

초보 여성들, 차박에 뛰어들다

서울에 사는 20대 직장인 최서영 씨는 차박 축제 소식에 자신의 쌍용 티볼리 차량을 몰고 참여하기로 마음먹었다. 평소 차박에 관심이 있었지만, 쉽사리 시도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기회가 딱 맞을 듯싶었다.


아무래도 혼자서는 자신이 없어 회사 동료 언니와 함께 참가하기로 했다.


아웃도어에는 익숙하지 않았던 최씨는 넉넉잡아 아침 10시쯤 출발하면 오후 2시쯤 도착해서 여유롭게 차박세팅을 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최씨를 맞이한 것은 주말을 맞아 떠나는 차량으로 붐비는 고속도로였다. 최씨는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쯤 되어서야 행사장에 도착했다.


주변의 도움으로 서둘러 타프(그늘막)를 설치한 뒤 최씨는 차박 평탄화를 시도했다.


차박에서 '평탄화'라는 단어는 가장 중요한 용어다. 항공기의 비즈니스석을 생각하면 된다. 좌석을 젖혀 '풀 플랫'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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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영 씨 일행이 다운 침낭을 이용해 숙박하고 있다. [사진/성연재 기자]

티볼리는 다행히 2열 시트를 앞으로 젖히니 180도 가까이 평탄화가 이뤄졌다.


문제는 몸을 눕힐 수 있는 길이가 짧다는 것이다. 그래서 1열과 2열 시트 사이의 빈 곳에 캠핑용 미니 체어인 'BBQ 체어'를 두니 머리를 둘 공간이 확보됐다.


이쪽에 가방 등을 두면 머리를 받칠 공간이 된다. 물론 1열 좌석은 최대한 앞으로 당겨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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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눕힐 수 있는 공간이 짧아 1열과 2열 사이에 BBQ 의자를 끼워둔 모습 [사진/성연재 기자]

좌충우돌 첫 차박

아무래도 경험이 없다 보니 두 사람은 만반의 준비를 했다. 가정에서 쓰는 매트를 2종류나 가져왔다. 차량 뒷좌석이 가득 찰 정도로 물품을 과도하게 챙겨왔지만, 덕분에 따스하고 포근한 잠자리가 됐다.


침낭은 경험자로부터 다운 침낭 2개를 빌려와 전혀 춥지 않게 잠을 잘 수 있었다. 사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더라도 다운 침낭에 핫팩 몇 장을 침낭 내부에 넣으면 쾌적한 잠을 잘 수 있다.


두 사람은 초심자였지만, 경험자들의 조언을 잘 따른 덕분에 추위에 떨지 않고 잠을 잘 수 있었다.


물론 밖에서 조리하는 등 활동할 때는 난로가 필요하다. 차박 전용 텐트가 있었으면 좋겠지만, 이날은 기온이 크게 떨어지지 않아 차박 전용 타프로 충분했다.


난로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이들은 캠핑전문가로부터 빌려온 LPG 가스난로를 사용했다. 가스난로는 그을음과 냄새가 없어 쾌적한 난방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차량 내부에서 화기 사용은 절대 금해야 한다. 밀폐된 공간에서 화기를 사용하면 산소가 급속히 소진되고 일산화탄소가 급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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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 일행이 강변 풍경을 즐기며 커피를 마시고 있다. [사진/성연재 기자]

다양한 종류의 차박 차량들

최씨 일행은 다양한 차박 장비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일반적인 형태의 차박은 기본적으로 차량 내에서 숙박하되 바깥에서 조리한다.


겨울에는 추위를 피하고자 뒤쪽 트렁크에 연결할 수 있는 차박텐트를 쓰는 경우가 많다. 봄과 여름에는 차박텐트까지 설치할 필요는 없고 차박 타프를 활용하면 된다.


차량 내 숙박이 아닐 때는 차 위에 루프톱 텐트를 설치하는 게 일반적이다. 루프톱 텐트를 이용할 때도 아래쪽에 거실형 텐트를 붙이는 경우가 있다.


이 밖에 특수하게 차량을 개조한 차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올해 초부터 차량 구조변경 절차가 간단해졌기 때문에 개조를 하는 차량도 많아졌다.


더블캡 봉고 화물차 운전석 위에 루프톱 텐트를 얹은 뒤 화물칸은 개조해 테라스를 만든 경우도 있었다.

조용히 치러진 차박 페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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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박텐트를 설치한 차량들 [사진/성연재 기자]

차박 페스타는 조용히 치러졌다. 우선 참가인원을 50가족으로 한정했다.


복잡하지 않은 환경에서 차박의 고즈넉함을 최대한 즐길 수 있도록 한 배려다. 방역을 위해서도 참가인원을 축소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됐다.


화장실도 깔끔하게 운영됐다. 수시로 방역 요원이 방역을 했다.


저녁에는 모닥불 앞에서 통기타 공연이 이뤄졌다. 가족끼리 거리를 둔 채 모닥불 앞에 앉아 음악을 감상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행사 진행도 철저한 비대면으로 이뤄졌다. 참가자 전원에게 무전기가 보급됐다. 공지사항 또는 질문과 답변은 무전기를 통해 이뤄졌다.


다음날에는 녹나무(캄포)를 활용한 '비대면 도마 만들기 프로그램' 시간도 마련됐다. 물론 모든 지시는 무전기를 통해 이뤄졌다.


차박에 대한 관심 덕분인지,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직접 행사장을 찾아 꼼꼼히 이곳저곳을 살펴봤다. 이 지사는 차박 족들에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 지사는 "차박 페스타 장소 이외에도 강변에서 차박을 즐기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차박을 쓰레기 문제없이 즐길 수 있도록 지역마다 인원을 추가 배치하는 등 합리적인 행정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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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트인 강변에서 카누를 즐기는 가족 [사진/성연재 기자]

차박 페스타 일단은 성공…남겨진 숙제는

이날 참가한 여러 가족이 이 지사에게 "이렇게 좋은 기회를 마련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차박 페스타는 코로나19로 갑갑해진 서민들이 밖으로 나와 숨통을 틔게 해 준 면에서 호응이 컸다.


문제는 일반인들의 차박에 대한 인식이다. 쓰레기를 양산한다거나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등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역마다 인원을 배치하면 쓰레기와 일자리 문제까지 다 해결할 수 있다"면서 "지역경제 기여에 대한 문제는 쓰레기 수거 인증샷 등을 올리는 사람들에게 지역 상품권을 주는 방법 등 다양하고 합리적인 해결책들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0년 12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상주=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polpori@yna.co.kr

2020.12.1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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