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작업자
영화를 음악과 사운드 위주로 보는 글. 몇 박자 늦게, 근과거의 영화들을 주로 다룹니다.
기다리신 분은 거의 없겠지만, 오랜만입니다. 흔한 핑계이긴 한데, 그 사이 좀 바빴습니다. 먹고 살려다 보니 요즘엔 음악 일보다는 사운드 일을 더 많이 하고 있는데요, 청각적으로 기여한다는 점에서 유사해 보이는 두 작업의 궁극적인 차이를 절감하고 있습니다. 영화 상에서 음악과 사운드가 구현되는 것도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즉, 현대의 일반적인 유성영화에서라면, 음악 없는 영화는 있을 수 있지만 사운드 없는 영화는 없습니다. 음악 없는 영화를 볼 때 관객들은 어떻게 느낄까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제 개인적인 기억만으로 유추해보면,
좋은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이 다른 감독들과 구별되는 점을 꼽으라면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가장 중요한 건 감독은 역시나 ‘이야기를 잘 구성하고, 연기를 잘 뽑아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건 영화를 만드는 데에 동원되는 각 파트들의 사람들과 접점이 없는 감독 고유의 역할이지요. 사실 이러한 고유의 역할만 잘하기도 쉽지 않습니다만, 어떤 감독들은 자신의 영화에 들어갈 음악을 직접 만들기도 합니다. 우선, 당장 기억하는 사람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Clint Eastwood)입니다. 위 ‘밀리언 달러 베이비’ 음악의 주제는 클린트 이
1년 남짓 글을 연재하면서 본의 아니게 주로 할리우드 위주의 영화음악을 이야기 해왔습니다. 아무래도 제일 많은 제작 편수를 보여주기도 하고, 그만큼 다양하기도 하고, 또 그만큼 좋은 영화와 음악이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상대적인 주류와 비주류가 없을 수 없겠지요. 자신들에게 익숙한 서양 클래식 음악 기반 음악이 일단은 주류에 속할 거라 생각되구요, 현대 미국의 대중음악 장르도 역시나 주류일 것입니다. 숫자를 헤아려보진 않았습니다만 클래시컬한 스코어 음악이 얹히는 영화와 팝, 록음악, 재즈가 얹히는 영화의 비율은 거의
영화음악으로 언제부터 오리지널 스코어가 작곡 되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만, - 에이젠슈타인이었나 그보다도 전이었나 여튼 그 즈음일 겁니다 - 최초의 영화에 얹힌 음악들은 원래 오리지널 스코어는 아니고 클래식 곡들 중에서 감정이나 분위기 별로 골라내서 연주하는 형태였습니다. 말하자면 ‘삽입곡’들로 구성되었다는 것이지요. 시간이 지나면서 음악을 좀 더 주제적으로 써야겠다는 의식이 생겼고 오페라가 인물들의 주제를 다루는 방식을 차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려니 이미 있는 음악들만으론 영화내에서 위치에 따라 변하는 상황을 따라가기가 역부
영화 음악에 대해서 영화 감독들이 원하는 것은, 일단 영화의 드라마 흐름을 따라가면서, 경우에 따라 적당히 리드해주고, 때론 한 걸음 정도 뒤로 빠져주는 역할을 원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맞는 말이긴 한데, 이런 ‘보조적’인 역할에 치중하는 음악을 사용할 경우엔 음악도 기억에 남지 않고, 그래서 영화도 기억에 남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1년에 쏟아지는 수백 편의 영화들 중에서 기억에 남는 영화를 꼽아보면, 열 손가락도 다 채우지 못하지요. 그건 그 영화가 못만들어서가 아니라 - 못만든 것도 있긴 할 텐데 - 개성이 없어서입
제목이 좀 구식이고 요즘 표현으로 ‘오글거리는’ 것 같지요? 딱히 모던한 듯 담담하면서 간단한 표현을 하려니 저란 사람이 역시나 구식인 면이 있어서 어쩔 수 없습니다. 악기에 관한 이야기를 몇 번에 걸쳐서 하고 있는데, 소리내는 방식에 따라서 대표적이거나 개성이 분명하다거나, 혹은 그냥 제가 좋아서 고른 악기에 관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클라리넷입니다. 우선 가장 유명한 곡을 하나 링크합니다. 많이들 아시다시피, 이 곡은 곡 자체보다는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 (Out of Africa)’에 삽입되었다는 것 때문에 대
피들이라고 해놓고 바이올린 그림이 나와서 뭔가 잘못되었네 하시거나 모양은 비슷한데 다른 건가 하시는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사실 바이올린이나 피들이나 같은 악기입니다. 근데 바이올린은 일반적인 클래식 악기만 지칭하고, 피들은 그것까지 포함한 민속음악에서 사용하는 거친 음색의 바이올린을 지칭하는 식으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같은 악기이기는 하니까, 우선은 바이올린 음색이 도드라지는 영화음악을 하나 링크합니다. 많이들 아시는 ‘쉰들러 리스트트 (Shindler’s List)’의 주제곡입니다. 이 영화는 이미 20년이 지난 영
악기들마다 그 악기만의 고유의 음색이 있습니다. 그 음색들은 그냥도 예쁜 소리이긴 하지만, 어느 순간에 마치 내 기분을 안다는 듯이 들리는 때라도 있으면, 그때의 느낌과 기억은 상당히 오래 갑니다. 마치 뼈에 기록되기라도 한 것처럼, 어쩌면 평생 갈수도 있을 것입니다. 음악을 듣는 사람들 중에, 특히나 저처럼 인스트루멘탈 음악을 주로 듣는 사람들 중에는 특별히 선호하는 악기가 있기 마련인데, 이번엔 그 중에서 트럼펫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겠습니다. - 저는 전혀 다룰 줄은 모릅니다만, 그래서 개인적인 환상이 있기는 한 것 같은데,
어떤 영화를 보고 그 영화에서 처음 나오는 음악을 들을 때 제가 제일 먼저 드는 것은 ‘음색’입니다. 음색은 곧 어떤 악기- 또는 악기들의 조합 -를 사용했냐하는 것일 텐데요, 이걸 왜 우선 주의깊게 듣는가하면, 어떤 악기를 썼느냐에 따라서 곡의 스타일도 어느 정도 결정되는 부분이 있구요, 그에 따라서 영화의 첫인상도 좌지우지되고, 영화의 톤이랄까 그것도 무의식중에 예측하게 되기 때문이에요. 예컨대, 역사물같은 영화라면 그 시작에서 역사적인 시간과 지역을 의미하는 악기를 사용한 음악을 우선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만약 왕실이라면 다
흔히 시네마틱 사운드, 시네마틱 뮤직이라고 하면 저음 임팩트 위주의 거대한 어떤 것이 먼저 떠오르기 마련입니다. 시즌을 가리지 않고 나오는 미국영화와 그 중에 블록버스터급의 영화들이 맹위를 떨치고 있어서, 그런 영화들이 거의 일반이 되다시피해서 그렇습니다. 일전에 말씀드린 바 있는 한스짐머가 그 대표격인 사람이지요. 짐머 개인은 '나는 작은 드라마 영화도 많이 한다'고 억울해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도 많이 합니다) 본인도 그런 자신에 대한 인식에 대해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는지, 최근에 '배트맨과 슈퍼맨' 이후에 더는 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