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의 거장 존 윌리엄스와 한스 짐머

[컬처]by 김연일

영화에서 음악의 역할이랄까 기능이랄까 그런 걸 설명하려면 이러이러하다라고 할 수 있는 게 많이 있을 텐데,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제일 신경써야 하는 건, 개인적인 생각인데요, ’과연 이 음악을 들으면 이 영화가 대번에 떠오를 것인가’하는 것입니다.


이건 영화뿐 아니라 음악이 얹히는 영상물이면 무엇이든 우선 신경써야할 것이기도 한데, ‘시그니쳐(Signature)’, ‘아이텐티티(Identity)’, 라는 말들로도 설명되기도 합니다. 요는, 시작부분이나 특정 부분에서 들리는 음악이 그 영화의 이미지를 결정하게 되니까 다른 음악의 요소들보다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한다는 거지요.


그렇다곤 해도 기억에 남는 음악이래봐야 가사도 없는 연주음악인 영화음악이 일반인들에게 각인되기란 쉽지는 않습니다. 쉽지 않지만 어쨌든 각인시키기 위해서 작곡가들은 자신들이 가진 기술들을 총동원하기 마련인데, 그 중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유독 이걸 잘하는 작곡가가 있고, 그 사람들이 만든 누구나 다 안다고 할 수 있는 주제음악들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람이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이고 그런 영화가 스타워즈 (Starwars)일 것입니다.

영화음악의 거장 존 윌리엄스와 한스

존 윌리엄스는, 죠스(Jaws), 스타워즈(Starwars), 슈퍼맨(Superman), 이티(E.T.), 인디애나존스(Indiana Jones), 쥬라기 공원 (Jurassic Park), 해리포터 (Harry Porter), 등의 유명한 시리즈 영화 뿐 아니라 수많은 유명한 영화들의 음악을 담당한, 명실공히 21세기 영화음악의 거장 중의 거장입니다.


이 사람 음악의 특징은, 화려하면서 능란한 오케스트레이션을 기반으로 하는데, 결정적으로, 메인 멜로디가 정말 귀에 쏙 박혀서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게 만드는 능력면에서는 최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은 주로 금관악기 음색으로 된 영웅적인 멜로디인데요, 스타워즈의 그 시작할 때의 음악을 생각하시면 쉽게 동의하실 거에요.

영화음악의 거장 존 윌리엄스와 한스

시그니쳐, 아이텐티티 측면에서는 스타워즈의 테마를 따라갈 음악은 많지 않습니다. 애초에 이 음악은 원래 루카스 감독이 홀스트(Holst)의 ‘혹성(Planet)’을 편곡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윌리엄스가 ‘만드는 게 더 좋아’라고 해서 만들었다는 일화가 있다더군요.

윌리엄스처럼 멜로디도 멜로디지만, 멜로디를 어떤 음색으로 하느냐도 굉장히 중요한 요인입니다. 음색이라고 하는 건, 하나의 악기가 될 수도 있고, 몇 개의 악기 조합의 음색일 수도 있는데, 많이 섞을 수록 인지도는 확실히 떨어집니다. 인지도를 각인시킬 메인 음색은 단 하나의 악기로 하는 경우가 효과적인 때가 많아요.


악기로 대표되는 음색은 그 자체로 영화의 시대, 지역, 계급적인 설정들을 드러내 줍니다. 영화의 그림으로 치면 설정샷, 마스터샷과도 비슷하구요, 사운드로는 설정샷이나 마스터샷에 얹히는 엠비언스와도 비슷한 기능을 합니다. 일전에 말씀드린 제임스 호너의 아일랜드 악기로 된 음악은 타이타닉에선 아일랜드에서 출발하는 타이타닉배의 3등칸 서민 객실의 설정을 보여주고요, 오래 전 영화입니다만 ‘블레이드러너(Blade Runner)’나 최근의 ’트론 레거시(Tron)’, ’오블리비언(Oblivion)’의 신디사이저로 된 음악은 SF적인 설정을 드러내주지요.


근데, 악기나 음색이 그 자체로 들리지는 않습니다. 어떤 리듬이 있는 어떤 멜로디에 어떻게든 얹히게 마련인데, 만약에 음색만으로 테마를 만들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엄밀히는 순수하게 음색만 있는 건 아니고, 단순한 음조를 가진 멜로디에 단순한 리듬을 가지고는 있습니다) 음색으로 가장 유명한 경우는 아마도 ‘다크나이트(The Dark Knight)’의 조커(Jocker)의 테마일 겁니다.

보통, 음악이라 하면, 어떤 악기를 쓰던 간에 멜로디가 들립니다. 멜로디라는 건 높이와 길이가 다른 음들의 연속이지요. 그런데 조커의 테마의 시작부분은 바이올린 활을 긋는 소리 하나만으로 꽤 일정시간 끌고 갑니다. 그냥 긋는 건 아니고 활을 누르는 정도나 긋는 위치, 왼손의 음을 짚는 위치를 아주 미세하게 연속적으로 바꿔서 음색과 음높이가 고정되어 있지는 않고 움직이긴 합니다만, 일반적인 ‘멜로디’는 일단 배제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음 하나뿐인, 어떻게 보면 그저 ‘소리를 내는 정도’인 이것이 영화에 얹힐 때 꽤 효과적이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어요. 특정 인물에 대한 테마를 멜로디가 희박한 채 거의 음색만으로 특정지으면서도 성공적인 경우라고 볼 수 있지요.

영화음악의 거장 존 윌리엄스와 한스

다크나이트의 작곡가인 ‘한스 짐머(Hans Zimmer)’ - 요즘엔 ‘치머’라고 읽기로 했나 봅니다.-는 존 윌리암스의 전통적인 작곡기법과는 완전히 다른 경향을 보여줍니다.


이 사람의 음악엔 멜로디가 있어도 엄청나게 단순해서 그게 중요한 요소는 아니에요. 중요한 것은 음색입니다. 

 

다크나이트 이전엔 당연히 멜로디, 화음 등이 중요한 전통적인 형태의 음악을 안한 건 아니지만, 다크나이트 이후로는 음색을 가장 중요시해서, 멜로디가 없는 듯이, 흉내내자면 ‘우웅, 우웅~’하는 것 같은데, 그 구성음색은 전자적인 테크닉을 잘 활용해서 온갖 소리가 다 들어있는 희한한 멋진 음악을 만듭니다. 

 

과거에 블레이드 러너의 작곡가인 반젤리스라던가 몇몇이 신디사이저만으로 비슷한 걸 했습니다만, 한스 짐머의 경우엔 리얼 악기를 녹음한 소스를 변형하고 조합하는 과정을 거쳐서 신디사이저만으로는 나오기 힘든 ‘덩치에 압도되는 감’을 갖고 있는 음악을 들려줍니다. - 소리로 만든 벽(Sound Wall)이라고도 표현하더군요. 


음악비즈니스적으로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같이 일하는 ‘동료 작곡가’들이 많이 있어서 아주 다작을 하는데, 다작을 하면 다 비슷비슷할 것 같지만, 그 와중에 영화마다 꼼꼼히 만진 독특한 음색을 꼭 하나씩 사용해서, 해당 영화가 특색을 갖게 만드는 데에 톡톡히 일조하고 있습니다.


존 윌리엄스와 한스 짐머 - 치머? 전 이렇게 부르는 게 아직 익숙치 않아요. -, 현대 영화음악의 아주 다른 성향을 가졌지만 각각 최고의 작곡가인 이 두 사람이 각각 작업한 영화가 앞으로도 개봉할 것이고, 그 중에 우선 겨울에 개봉하는 ‘스타워즈’의 새 시리즈가 있습니다. 그 다음엔 ‘배트맨과 슈퍼맨’이 있구요. 전 영화도 영화지만 이 사람들의 음악을 듣는다는 즐거움 때문에라도 그 영화들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다른 분들은 어떻실지 모르겠네요.


이 두 사람뿐 아니라, 대부분의 영화음악 작곡가들은 아이덴티티, 시그니쳐 등에 신경을 씁니다. 언급하지 못했지만 ‘나름 한가닥하는’ 좋은 작곡가들도 많습니다. 다작한다고 다 좋다는 것도 아니고, 몇 개의 작품만으로도 두고두고 회자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원래는, 시리즈로 나오는 영화에서의 주제음악에 대해서 쓰려고 했고,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것에 기여하는 주제음악 이야기를 하면서 이 두 사람 이야기를 잠깐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최고의 두 작곡가 이야기를 하는 걸로 채우게 되었습니다. 이 두 사람은 이런 측면에서는 거의 대명사격인 사람들이라 결국엔 같은 내용이겠습니다. 시리즈 영화의 테마음악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다시 하겠습니다.

2015.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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