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점주 고객 협박 사건…누구의 잘못인가?

[테크]by 유재석
배달앱 점주 고객 협박 사건…누구의

어제였죠. 국내 모 점주가 배달앱에서 자신의 가게에 악플을 단 고객의 집에 쫓아가 협박을 했단 보도가 오늘까지도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남자 대학생도 배달앱으로 밥을 시켜먹은 뒤 맛이 없었다는 후기를 남겼다 봉변을 당했습니다. 피해자/배달 음식 손님 : 자려고 누웠는데 전화가 왔어요, 모르는 번호로. 전화를 받았더니 갑자기 남자가 욕을 막 하는 거예요. ’지금 집으로 찾아갈 테니까 기다리라’고. (사장이 집으로 찾아와서) 문을 주먹으로 치고 발로 차고 담배꽁초도 막 문이랑 바닥에 지지고. — 배달앱에 ‘맛 없다’ 후기 썼다고…욕설에 행패(SBS)

누구의 잘못일까요? 대다수의 반응이 그렇듯 일차적으로는 협박을 한 점주의 잘못일 것입니다. 혹자는 악플을 단 이용자를 비판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블랙컨슈머에게 한 번쯤 당해봤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잘잘못을 가리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변수를 하나 더 넣어보겠습니다.


점주는 고객의 집주소, 연락처를 어디서 구했을까요. 평소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이 아닌 이상에야 개인 정보를 알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단골 고객이라고 해도 개인적인 연락처를 주고받진 않죠. 결국, 점주용 앱, 혹은 화면에 고스란히 노출이 돼 있기에 이러한 협박(?)을 할 수 있었던 것이겠죠.

배달앱 점주 고객 협박 사건…누구의

그렇게 점주는 리암니슨이 됐…다. I don’t know who you are…but I’ll find you, and I.Baedal.U

개인적으로는 대학생 시절 열심히도 읽었던 ’역사란 무엇인가’의 4장 ‘인과관계’ 편이 떠오르더군요.

애연가 로빈슨은 어느날 담배를 사러 길을 건너다가 음주운전 중이었던 존스의 차에 치여 현장에서 즉사했다. 사고의 원인을 조사하던 사람들은 존스가 반쯤 취한 상태가 원인이었다고 지목했다. 이때 어떤 사람이 나타나 “그날 로빈슨이 담배를 사기 위해 길을 건너지 않았더라면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의 흡연욕이야말로 이 사건의 중요한 사망 원인”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를 무시한 조사는 시간낭비라고 주장했다. 합리적인 생각일까? — E.H.Carr ‘역사란 무엇인가’ 역사에서의 인과관계 中

결국, 배달앱. 플랫폼에서 고객의 정보를 고스란히 점주에게 노출한 상황에서 점주의 분노는 고객의 집 앞까지 가서 협박하는 행위로 이어집니다.


마치 애연가가 담배를 사기 위해 무단횡단하다가 음주운전 차에 치어 죽는, 우연의 우연이 겹친 사건에서 죽음의 핵심 원인은 흡연욕, 음주운전자도 아닌 무단횡단 그 자체에 있는 것이죠.


즉, 고객 주소 노출, 집으로 찾아간 행동이 원인입니다. 배달앱 후기를 남기는 이용자의 신변이 서비스-법적 차원에서 보호됐다면 이러한 해프닝은 발생하지 않았겠죠.


최근 O2O가 국내에서도 화두가 되면서 많은 서비스들이 등장했지만 고객과 서비스 제공자 사이에서 후자의 편의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이러한 일들이 종종 발생합니다. 우연이겠지만, 주로 기존 산업을 모바일로 연결하는 데에 그친 서비스의 경우 이러한 일이 많이 발생합니다.


고객을 최우선으로 하는 서비스는 다릅니다. 키워드에 어폐가 있으나 ‘공유경제’라는, 새로운 산업을 만든 우버의 경우엔 운전자가 콜을 받는 순간까지도 고객의 최종 목적지를 알 수 없게 해놓았습니다. 콜(승차)거부를 막기 위한 조치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택시앱들이 있더라도 콜거부는 빈번하게 발생하죠. 이러한 장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 작은 차이가 서비스 퀄리티의 차이를 만드는 거겠죠.

배달앱 점주 고객 협박 사건…누구의

이번 사건은 그만큼 기업고객간관리(B2B2C) 분야의 업이 균형을 잡기 어렵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고객의 프라이버시라고 할 수 있는 정보를 노출했다는 것은 정말 큰 문제입니다. 그저 수수료만 떼 먹는 모델을 위해 만든 서비스가 아니라면 고객이 가장 우선이어야 할 것입니다.


photo source : shutterstock 

2016.05.1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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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서비스·이커머스 취재하나, 개그맨 유재석에 묻혀 기사 검색 잘안되는 슬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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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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