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 취업하고픈 후배에게 온 편지

[테크]by 유재석
스타트업에 취업하고픈 후배에게 온 편

얼마 전, 같은 학교 다른 학과 후배에게 이메일을 하나 받았습니다. 스타트업에 취업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내용이었습니다. 몇가지 질문에 대해 약간은 정제되지 않게 답장을 보냈는데요. 현재의 저를 돌아보는 계기가 돼 기록으로 남기고자 합니다.

유재석 디렉터님 안녕하세요. 00과를 휴학중인 00살 XXX이라고 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웨어때부터 유재석 디렉터님의 글을 쭉 봐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유재석 디렉터님의 팬이기도 합니다. IT업계와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은 학생으로써 몆가지 질문을 드리고자 메일을 보냅니다.

 

1. 스타트업에 인턴으로 일해보고 싶은데 어떤 능력이 필요한가요??

전역 이후, 스타트업에서 일해보고자 이곳저곳 알아보고 지원도 해봤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받아주지 않더라구요… 여러가지 리소스가 부족한 스타트업의 입장에서, 가진 거라곤 열정,패기,오기뿐인 저 같은 지원자를 뽑을리는 만무합니다.

 

스타트업 인턴에 대한 여러 조언들을 살펴보아도, ’배우고자 하는 사람, 함께 일할 준비가 된 사람’과 같은 말들 뿐입니다. 피부로 와닿지는 않는 말이죠. 스타트업에 대한 환상도 없고, 박봉에 매일 10시 넘어서까지 일하더라도 할 수만 있으면 좋겠는데 들어가는 것 자체가 만만치가 않습니다. IT업계에서 다양한 스타트업을 취재해보신 분으로써 이에 대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2.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어떤 것인가요?

질문이 좀 모호하다고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의 단점은 무엇인가요? 최근 가입자 100만을 막 돌파한 어떤 스타트업의 디자이너께서 강연 중에 이런 말을 하시더라구요.


“스타트업에서 일하다보니 같은 업계에서 일하는 또래들에 비해 나만의 포트폴리오가 별로 없다. 이제와서 대기업을 들어갈 수도 없고, 나는 쭉 스타트업에서 일해야 할 것 같다.”

 

이렇게 말하는 개발자 분도 봤습니다.

“스타트업은 아무래도 업무 프로세스가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사회 초년생일때 대기업 같은 곳에서 업무 경험이나, 프로세스를 밟아서 12년 있어본 후에 스타트업 쪽으로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커리어는 정글짐 같다고 하지만, 스타트업에서 일했을 때의 이런 리스크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또 한가지 질문입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면 어떤 부분이 좋은가요? ‘다양한 부분을 다뤄 볼 수 있다’, ‘변화의 가장자리에서 있을 수 있다.’ 등등 다양한 말 들이 있지만 현재 스타트업에서 일하시고, 다양한 스타트업을 보아오신 분의 입장에서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궁금합니다.

 

3. 인문대생으로써 앞으로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요?

00대학교 후배라는 명목(?)으로 이렇게 메일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유재석 디렉터님이 다니실 때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아무래도 00대는 공무원 준비하는 사람들 다른학교에 비해 훨씬 많더군요. 총학생회를 해보면서 봤을때도 학교차원에서 창업지원 같은 것도 다른 곳에 비해 현저하게 부족한 게 느껴지더라구요.

 

어쩌면 전공과는 굉장히 동떨어진 이쪽분야에 계속 관심을 두다보니, 앞으로 학교생활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있습니다.

 

선배님으로써 아직 2학년 1학기까지 마친 후배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 같은게 있다면 어떤게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답장

안녕하세요. 00과시면 000 선생님 강의를 들으셨겠군요. 제가 재대하고 08년도에 생긴 학과라 나름 많은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


사실 차라도 한 잔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가장 좋긴 하지만.. 그건 추후 시간을 만들면 좋을 것 같습니다.


3가지 질문을 주셨는데, 모두 쉽지 않은 질문이고, 제 답이 얼마나 신뢰를 가질 수 있을지 의문점이 있으나, 나름의 대답을 드리고자 합니다.


1. 스타트업에 왜 인턴으로 일할 것인지에 대한 이유와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스타트업에서 인턴을 두는 이유는 리소스(resource)를 아끼기 위함입니다. 정부에서 지원을 해주는 것은 물론, 급여 측면에서 리스크가 덜하기 때문이죠. 체계적인 것을 배우기 위해서는 대기업이 훨씬 좋은 환경입니다. 다만 자신의 꿈에 따라 경험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가령 제가 아는 한 친구는 00분야의 가게를 운영하는 것이 목표라서, 그 시장 상황을 몸소 겪고자 모 O2O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 친구에겐 골목상권의 생태, 운영 노하우 등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기 때문입니다. 목표점이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스타트업이 ‘수평적 구조’ ‘무언가 시대를 선도하는 것 같은 느낌’ 등 좋아보이는 것 때문에 일하고자 하는 막연한 목표는 조금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2.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은 0에서 무언가를 창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말 그대로 0입니다. 저의 경우는 기자 생활 3년 6개월 경험을 한 뒤 기자란 딱지를 떼고도 시장에서 통할 것인지에 대한 실험을 하고자 합류했던 것입니다. 지금까지 모비인사이드엔 9개월째 있는데, 그 시간을 제 커리어 측면에서 전략적으로 활용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 스타트업엔 자유와 책임 두 가치가 핵심이기에, 자율성이 보장되나, 이 다음 스텝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분위기 좋은 공동체에서 일한 경험이 전부일 수 있습니다. 지분, 스톡등을 받지 않는다면 말이죠. 사실 두 조건 역시 종이 조각이 될 가능성이 90%가 넘을 겁니다. 3년 이후에도 사업을 영위하는 스타트업의 비율이 5%라고 하니…


3. 인문대생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아보입니다만, 사실 어느 전공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원래 교수가 되고 싶었지만 스카이가 아닌 이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역사가로서의 역할을 하고 싶었습니다. 찾다보니 기자란 직군이 보이더군요. 첫번째 커리어를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취재와 네트워크를 통해 얻은 관점(인사이트)를 더욱 결집하기 위해 중국, 이커머스란 키워드를 잡고 있습니다.


글이 길었는데, 당장에 좋아보이는 것보다는 하고자 하는 목표점에서 나의 진로를 어떻게 선택할 것인지를 찾으시길 바랍니다. 문자로 전달하기에 완벽하진 않을 것 같다는 우려가 있지만, 제가 경험했던 부분들을 공유해드립니다.


PS. 제 연락처는 000–0000–0000이니, 궁금한 것 있으시면 언제든 연락주세요^^ 

2016.06.1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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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서비스·이커머스 취재하나, 개그맨 유재석에 묻혀 기사 검색 잘안되는 슬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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