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페이, 코리아페이 대신 카카오 손잡은 맥락

[테크]by 유재석

한국 시장+크로스보더 공략…실마리는 인도 PAY TM에

알리페이, 코리아페이 대신 카카오 손

2015년 5월. 알리바바그룹의 총수인 마윈이 한국 기자들 앞에 모습을 비췄습니다. 당시 마윈은 작정한 듯 “한국 시장을 타깃으로 한 코리아페이를 만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한국 기자가 ‘알리바바그룹이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그의 맥락과 상관없이 던진 키워드였는데요. 옆자리에 앉았던 인물을 봤을 때 이미 포석을 짜고 왔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인물은 펑레이(사브리나펑) 앤트파이낸셜 글로벌 (당시) 총재였습니다.

알리페이, 코리아페이 대신 카카오 손

펑레이 앤트파이낸셜 글로벌 총재(왼쪽)와 마윈 알리바바그룹 창업주(회장) in 2015년 한국 기자간담회

이날 간담회 이후로 수개월 동안 알리페이가 구상하는 코리아페이라는 게 도대체 뭐냐?는 내용의 보고서들이 쏟아졌습니다. 최근까지도 알리페이가 코리아페이를 준비하고 있다는 식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간 보도된 기사들을 비웃는(?) 듯 2월 21일 오전 깜짝 소식이 발표됩니다.

카카오, 앤트파이낸셜로부터 2300억 투자유치 ... 알리페이와 카카오페이의 만남

카카오(대표 임지훈)는 앤트파이낸셜 서비스그룹 (Ant Financial Services Group, 이하 앤트파이낸셜)으로부터 (주)카카오페이(가칭)에 대한 2억 달러(약 2,300억원) 투자를 유치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카카오의 MAU 4천만명 어쩌고, 알리페이 4억 5000만 회원 어쩌고 저쩌고 기사들은 오늘 충분히 쏟아질 테니, 이와는 별개의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그간 알리페이 에이전시 소속이었던지라 말을 많이 아꼈는데, 보도가 나왔으니 이제 속시원히 털어보겠습니다(…)

 

마윈 회장이 ‘코리아페이’란 키워드를 꺼냈지만, 핀테크 업계에서 2년은 참으로 긴 시간입니다. 페이의 패러다임이 수없이 바뀔 수 있는 시간이죠. (아마도) 초창기에는 알리페이 역시 코리아페이를 기획했습니다. 하지만 일본 시장에서 기획했던 ‘재팬페이’의 실패 후 시장에서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깨닫게 되고 플랜B를 선택한 것으로 파악이 됩니다.

 

바로, 기존 페이 서비스의 강자에 투자를 하는 형태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인도 모바일결제 1위이자 온라인 쇼핑 강자인 PAY TM(페이티엠)에 투자 후 인도 시장에 우회 진출하는 형태입니다. 마윈 회장이 한국을 방문하기 전인 2015년 3월, 알리페이는 페이티엠에 5억7500만달러를 투자해 25%의 지분을 확보하고 전략적 제휴를 맺었습니다. 그리고 그해 9월 6억8000만달러를 더 투자해 지분 40%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습니다.

 

그 이후 알리페이의 바코드/QR 결제의 노하우를 페이티엠에 이식하기에 이르렀는데요. 인도의 화폐 개혁 시즌과 맞물려 페이티엠의 오프라인 시장 장악력이 엄청나게 커지게 됩니다.

인도에서 모바일 결제가 급성장하고 있다. 현재 페이티엠으로 하루에 결제되는 거래는 650만건이다. 화폐개혁 이후 1달 반 만에 3배로 급증했다. ‘검은돈’을 근절하기 위해 고액권 사용을 중지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화폐개혁이 불러온 나비효과다. 은행 계좌를 가진 인도 국민은 절반에 불과하고, 상거래의 98%가 현금으로 이뤄질 정도로 인도인들은 현금 거래를 선호해 왔다. 이 점을 감안하면 모바일 결제의 폭발적 성장은 놀라운 변화다. 인도 결제 문화를 바꾸고 있는 기업은 모바일 결제 시장 선도 업체 페이티엠(Paytm)이다. 페이티엠의 모회사는 인도 전자상거래 업체 ‘원97커뮤니케이션즈(이하 원97)’이고, 원97의 최대주주는 마윈(馬雲) 회장이 이끄는 중국 거대 IT 기업 알리바바의 금융 계열사인 앤트파이낸셜(마이진푸·蟻金服)이다. 페이티엠이 화폐개혁을 틈타 인도에서 모바일 결제 문화를 퍼트린 데엔 알리페이의 기술력이 큰 보탬이 됐다. 화폐개혁 부작용으로 위기에 처한 모디 총리를 알리페이가 구해준 셈이다. — 화폐개혁 한달 반만에 이용 3배 급증, 모디 총리의 ‘현금·부패 없는’ 개혁 뒷받침(이코노미조선)

알리페이의 이번 카카오 페이의 투자 및 전략적 제휴란 슬로건은 2년 전 인도 페이티엠에 투자했던 방식과 상당히 흡사합니다.

 

일단, 한국에서 알리페이 바코드 결제가 가능한 매장의 숫자는 3만1800곳에 이릅니다. 폭발적인 제휴 매장의 증가에는 알리페이 공식 에이전시인 아이씨비와 VAN사인 KICC(한국정보통신)의 공이 컸죠.

 

또한, 주요 면세점(롯데, 신라, 신세계)에 알리페이가 2015년부터 순차적으로 도입되면서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최근 중국 단체 관광객의 숫자가 줄고 있다는 보도들이 나오지만, 현금을 주로 사용하는 40대 이상의 단체 관광객 대신 2030 젊은 세대로 구성된 개별관광객(싼커)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오히려 이들이 선호하는 알리페이나 위챗페이의 매출이 급증하고 있죠. 아이러니합니다.

알리페이, 코리아페이 대신 카카오 손

알리페이의 글로벌 진출 흐름(2014–2015)

결론적으로 이번 알리페이의 카카오페이 투자 및 제휴는, 오프라인 시장에 대한 포석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미 알리페이 바코드 및 QR 모듈을 도입한 가맹점들에 카카오페이 오프라인 버전을 적용하는 것은 맨땅에 박치기보다는 빠를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더해 POS(판매시점 정보관리시스템)가 필요없는 폰to폰 형태의 QR결제 보급 역시 빠른 속도로 증가하게 될 것입니다. 최근 아이씨비는 QR결제 환경을 열기 위해 가맹점 전용의 앱을 발표하기도 했죠.

관련 기사: 아이씨비, 모바일 간편 결제 ‘큐릭’ 출시(서울경제)

하나 더, 두번째 형태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에서의 역할입니다. 이는 기존 한국->중국향의 역직구 프로세스를 넘어, 장기적 관점에서 알리익스프레스를 기반으로 하는 중국->한국향의 직구 프로세스에서도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유재석의 중국 이모저모] 알리익스프레스, 한반도에 포석을 깐다?

정리하면, 금일(21일) 발표된 알리페이와 카카오페이 투자 및 전략적 합작 발표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오프라인 페이 시장의 확장 의지와 더불어 한<->중간 국경을 오가는 이커머스에서의 포석이 담겨 있습니다.

 

알리페이가 그간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글로벌 시장에 서비스를 확장했다면, 이제는 확장된 인프라 및 제휴 파트너사들과 함께 본격 글로벌 이용자들에게 손을 뻗치고 있는 양상입니다.

2020.08.3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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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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