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하고 여력이 있거든 글을 배우라

[컬처]by 윤홍식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제자는 집안에 들어가면 효성스럽고, 집밖으로 나가면 공손하며, 언행이 신중하고 남에게 신뢰를 주어야 하며, 대중을 널리 사랑하되 인자한 이를 친애하여야 한다. 이것들을 실천하고 남는 힘이 있거든 그때 글을 배워야 한다.”라고 하셨다.

子曰 弟子入則孝 出則弟 謹而信 汎愛衆而親仁 行有餘力 則以學文

공자의 제자가 되려면 이 정도를 해야 됩니다. 이 정도는 닦아야 ‘나의 제자’라고 할 수 있다는 말씀인 것입니다. 공자는 제자들에게 먼저 “집안에 들어가면 효성스러워라!”(入則孝)라고 요구합니다. ‘효’(孝, 효성)라는 글자는 부모를 향한 자식(子)의 마음으로, 부모를 사랑한다는 의미를 담은 글자입니다. 그러니 집에 들어오면 부모님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데에 더 신경을 많이 쓰라는 뜻이 됩니다. 집에서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하고 배려하지 못한다면, 그런 실천을 하고 있지 않다면 내 제자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집밖으로 나가면 공손하라!”(出則弟)라고 하였습니다. ‘제’(弟, 아우)라는 글자는 본래 ‘제’(悌, 공경)라는 글자를 뜻합니다. 이는 형을 향한 아우의 마음으로, 형을 공경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즉, 밖에 나가면 늘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남들을 공경하라는 뜻입니다. 남이 나보다 못났다고 생각하지 말고, 늘 남에게 양보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대할 수 있어야 내 제자라는 말씀인 것이죠.


그리고 공자의 제자라면, “언행이 신중하고 남에게 신뢰를 주어야 한다!”(謹而信)는 가르침을 따라야 합니다. ‘근’(謹, 조심함)이란 삼가고 조심하라는 것인데, 말과 행동을 조심하는 것을 뜻합니다. 말을 했으면 반드시 실천해야 하니, 첫째 말이 과하게 나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고, 둘째 일단 말을 뱉었으면 실천하고자 조심해야 합니다. 먼저 말을 세게 지르지 않도록 해야 하고, 자신이 질러놓은 말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라는 것이죠. 이렇게 말과 행실을 조심하면서 살아가면, 반드시 남에게 신용을 얻을 것입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남이 믿어주게 되는 것이죠.


공자의 제자는 이상의 덕목들(① 효성, ② 공경, ③ 언행의 조심, ④ 신뢰의 획득)을 실천함으로써, 공자학파의 최고 가치인 ‘사랑’(仁)을 실천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사랑은 멀리까지 퍼져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대중을 널리 사랑하라!”(汎愛衆)라고 가르치신 것입니다. 그래야 공자의 제자라 할 수 있겠죠. 공자의 사랑은 예수의 사랑과 다르지 않습니다. “내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에게 먼저 대접하라!”라는 것이 예수의 사랑이며, “내가 그들에게 바라는 것으로 그들에게 행하라!”는 것이 공자의 사랑입니다. 우리 겨레의 ‘홍익인간弘益人間’ 이념도 바로 이것입니다.


이렇게 일반 백성들을 널리 사랑하는 것이 공자의 제자가 되는 조건이었습니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서로 사랑해야만 나의 제자라고 가르치신 것과도 통하는 내용입니다. 양심의 달인들의 말씀은 서로 통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의 양심은 본래 하나니까요. 이것은 참으로 ‘제자의 조건’이기 이전에 ‘인간의 조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천하고 여력이 있거든 글을 배우라

요즘 대학에서 저런 조건을 건다면 어떤 학원이 등장할까? (삽화: 차망우인)

따라서 ‘양심’을 공부하는 공자의 제자는,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양심을 따라 백성을 사랑해야 합니다. “내가 상대방이라면 원했을 것을 먼저 남에게 베풀고, 내가 상대방이라면 원하지 않았을 것을 남에게 가하지 말라!”는 양심의 명령에 순종하는 것이 바로 진정한 ‘사랑의 길’입니다. 백성이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하고, 백성이 싫어하는 것을 함께 싫어하는, 사랑의 길을 걷는 이라야 공자의 제자라고 할 수 있겠죠.


그리고 이렇게 대중을 사랑하되, “인자한 이를 친애하라!”(親仁)는 가르침을 실천해야 합니다. 우리는 ‘하늘의 명령’인 ‘양심의 소리’를 잘 듣고 따르는, 자신만을 위해 살지 않고 인류를 위해 살아가는 인자한 군자들을 특별히 가까이 해야 합니다. 양심을 닦는 인자한 군자들은 ‘양심의 화신’인 만큼, 그들을 더욱 가까이 하고 그들의 언행에서 양심을 느끼고 배워야 합니다.


“자연은 말없는 성인聖人이요, 성인은 말하는 자연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인자한 이는 인간의 모습을 한 양심입니다. 인자한 군자는 양심으로 불타는 존재인 것입니다. 그러니 그런 이를 가까이 해야만 우리의 양심도 함께 타오르게 됩니다. 그런 존재들로부터 멀어지게 되면 우리는 차갑게 식어버릴 것입니다. 그러니 공자의 제자된 이라면 반드시 인자한 군자들을 가까이 하고 곁에서 배워야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공자학파의 ‘제자의 덕목’을 말씀하신 공자는 마지막으로 당부합니다. “이것들을 실천하고 남는 힘이 있거든 그때 글을 배워야 한다.”라고 말입니다. 흥미로운 말씀이죠. 공자의 제자라면 글공부를 하기 전에 다음과 같은 덕목들을 갖추어야 합니다. 집에서 부모님께 효도해야 하며, 사회에서 남들을 공경해야 합니다. 언행을 조심하여 남들의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그리고 남들을 널리 사랑해야 하며, 인자한 군자가 있으면 가서 가까이 지내며 배워야 합니다. 책을 보는 것보다 이것이 먼저입니다. 먼저 주변에 있는 인자한 군자를 찾아가 가까이 지내며 배우십시오.


이것들은 ‘양심의 계발’을 돕는 실천적인 방법들입니다. 이런 방법들을 통해 자신의 양심을 계발하는 중에 부족한 정보가 있으면 그때 책을 보십시오. 실제로 해보지 않으면서 정보를 찾는 것과, 실제로 해보면서 정보를 찾는 것은 그 맛이 전혀 다릅니다. 실제로 양심적인 삶을 살면서 고전을 보면, 고전에 담긴 양심계발의 실전팁들이 생생하게 와 닿습니다. 그러나 양심적인 삶을 살지 않으면서 고전만 본다면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매일 남을 나처럼 사랑하는 양심적인 삶을 사십시오. 양심적인 사람을 가까이 하십시오! 그들에게서 양심의 지혜를 배워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책을 보십시오! 여러분도 공자의 제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고전만 읽는다고 해서 공자의 제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 먼저 일상에서 양심을 실천하면서, 그때그때 필요한 정보를 고전에서 찾을 수 있어야, 진정한 공자의 제자입니다.

2015.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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