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던 공기청정기 청소, 1년 만에 해보니

[라이프]by YTN

한국환경공단 에어 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울 시내에서 하루 평균 초미세먼지 지수가 '좋음'이었던 날은 2월 9일, 13일 그리고 3월 13일 단 3일이었다. 

연일 공기 질이 좋지 않지만 당장 미세먼지를 피할 대책이 없으니 다들 마스크를 끼고 공기청정기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이제 이 두 가지는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 집 역시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공기청정기를 이용한다. 다만 우리는 아이가 없는 맞벌이 주말 부부라 집에 있는 시간이 적기 때문에 공기청정기를 평균보다 적게 사용하는 편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공기청정기 청소에는 무관심했다. 맨눈으로 봤을 때 먼지가 잘 보이지 않아서 청소 필요성을 느끼지도 못했다. 왠지 복잡할 것 같은 막연한 귀찮음까지 합세해 청소는 구매 후 1년 동안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제조사에서는 필터를 2주마다 청소하길 권장하고, PM1.0 센서(지름 1㎛ 이하 초미세먼지를 인식하는 센서)는 2개월마다 청소해야 한다고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지난달 환기가 어렵고 먼지가 많이 들어오는 집으로 이사하면서 공기청정기 사용 빈도가 늘었다. 평생 공기청정기를 써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청소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20분이면 충분, 핵심은 '전처리 필터' 청소

사용설명서와 제조사 홈페이지, 유튜브 영상 등을 꼼꼼히 찾아보니 생각보다 방법은 간단했다.


준비물은 젖은 수건이나 물티슈, 마른 천, 진공청소기, 부드러운 솔(칫솔), 면봉, 팬을 분리하는 데 쓸 드라이버 등이다.


1년 정도 사용했지만 비교적 사용량이 적어서인지 아직 필터 교체 알림은 뜨지 않았다. 사용량에 따라 필터 교체 주기도 달라지기 때문에 필터는 청소해서 좀 더 쓰기로 했다. 6만원이 넘는 정품 필터 가격도 다소 부담스러웠다.


우선 외부 커버를 떼어내 진공청소기로 먼지를 제거한 뒤 남은 먼지를 부드러운 천으로 닦아낸다. 먼지가 잘 닦이지 않을 경우 물 세척한 뒤 완전히 건조해서 쓰면 되는데 나의 경우 닦는 것으로도 충분했다.

그다음은 '전처리 필터' 청소다. 제조사마다, 제품마다 조금씩 청소 방법의 차이는 있겠지만 공기청정기 청소의 핵심은 전처리 필터 청소다.


전처리 필터는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헤파 필터를 보호하는 겉면 필터를 말한다. 비교적 입자가 큰 생활 먼지를 걸러내는 역할을 하는데, 여기에 붙은 생활 먼지들을 주기적으로 청소해야 공기청정기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전처리 필터를 가로막고 있는 먼지로 인해 미세먼지 흡입력이 저하되는 건 당연하고 제품에서 냄새와 소음이 날 수 있다.


사실 우리 집 공기청정기의 경우 전처리 필터 먼지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청소를 미뤄도 된다고 생각했지만 오해였다.


마른 칫솔로 전처리 필터를 살살 문지르자 바로 검은 먼지가 가득 묻어나왔다. 원형으로 생긴 필터를 세 차례 돌려가며 닦아내고 진공청소기로 또 한 번 먼지를 제거해야 마음이 놓였다. 먼지가 많이 쌓인 경우엔 솔을 쓰지 않고 바로 진공청소기로 제거하면 편하다.


비교적 공기청정기 사용 빈도가 적은 우리 집도 이런데, 매일 장시간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집이나 학교, 사무실에서는 필터 청소를 꼭, 자주 해야 한다는 걸 실감했다.

이후 미세먼지 오염도를 감지하는 센서를 면봉으로 닦고, 공기 배출구 팬에 쌓인 생활 먼지를 물티슈로 닦아냈다. 공기청정기 몸체 곳곳에 내려앉은 먼지도 마른 헝겊으로 닦아 청소를 마무리했다. 다른 제조사 제품들도 대체로 비슷한 방법으로 청소할 수 있다.


공기청정기를 들인 뒤 청소를 하기까지는 1년이 걸렸지만, 막상 해보니 15~20분 정도면 끝낼 수 있는 간단한 일이었다. 이렇게 간단한 걸 그토록 귀찮아했다니 머쓱한 기분도 들었다.

공기청정기, 청소 안하면 '무용지물'

최근 롯데하이마트 발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 공기청정기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170% 증가했다. 또 미세먼지 악화로 최근 군부대와 초중고교 등 여러 기관에도 공기청정기가 배치되고 있다.


하지만 공기청정기를 들이기만 하고 제대로 청소·관리하지 않으면 미세먼지 흡입 기능이 저하돼 무용지물이 된다.


한국기계연구원 환경기계연구실 한방우 실장도 공기청정기 '전처리 필터' 청소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전처리 필터를 자주 청소하고 교체 시기마다 잘 바꿔준다면 공기청정기를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실장은 "사용 빈도와 공간에 따라 청소 주기가 달라지겠지만 전처리 필터 청소는 자주 하는 게 좋다"라며 "전처리 필터에 생활 먼지가 쌓여있으면 공기 정화 성능이 기존의 반 이하로 저하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렵다고 생각하고 청소를 안 하는 경우가 많은데 청소방법은 정말 간단하다"라며 "물청소가 가능한 전처리 필터도 있지만, 건조 과정이 길어 귀찮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차라리 진공청소기로 여러 번 먼지를 제거해주는 게 덜 번거롭고 좋다"라고 말했다.


특히 물청소하고 난 뒤 필터를 하루 이상 제대로 건조하지 않으면 곰팡이가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한 실장은 "장기간 공기청정기를 사용하지 않을 때도 전처리 필터의 먼지를 제거하고 습기가 덜 한 곳에 보관해야 한다. 먼지 쌓인 필터에 수분이 닿으면 곰팡이가 생겨 악취가 날 수 있다"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음식을 조리할 때는 공기청정기를 사용 않는 게 필터 관리에 좋다. 요리할 때 나오는 점성 있고 기름진 먼지가 필터 표면에 부착되면 전처리 필터의 집진 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이에 실외 미세먼지 농도가 나쁘더라도 요리 시에는 환기하고 후드를 켜는 게 실내 환경에 더 도움이 된다고 한 실장은 조언했다.


YTN PLUS 문지영 기자(moon@ytnplus.co.kr)

2019.04.0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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