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의 지혜를 저만치 두고 걷는 천상의 화원 길, '지리산 바래봉'

[여행]by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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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

지리산, 한반도 남쪽 최고봉이자 3개도 5개 시, 군을 넉넉하게 품어주는 우리나라 국립공원 제1호의 산, 어리석은 사람도 이 산에 들면 지혜로움을 얻는다는 뭇 산의 어머니 산이자 우리 역사와 민초들의 애환, 삶이 녹아 있는 대서사시의 산인 동시에 산을 좋아하는 이들의 로망인 주능종주, 화대종주, 태극종주 등 장거리 종주산행의 대명사로 산꾼의 도전과 자부심이 느껴지는 성스러운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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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제2봉인 반야봉

넓고 크고 의미 있는 지리산에서 5월이면 전국의 산객들이 즐겨 찾고 유명세를 치르는 곳이 있는데 바로 지리산 바래봉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연분홍 철쭉의 향연이다. 바래봉이 펼치는 꽃 잔치에 살포시 발길을 드밀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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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래봉 철쭉

바래봉 철쭉 산행은 바래봉과 팔랑치를 중심으로 한 남원 용산에서 하는 짧은 코스, 세걸산 아래에 있는 전북학생수련원에서 시작해 바래봉까지 가는 중간코스, 그리고 정령치나 성삼재에서 시작하는 조금 긴 코스 등이 다양하게 있는데 오늘은 정령치에서 바래봉으로 발길을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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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치 표지석

정령치 고개는 전북 남원시 주천면과 산내면을 연결하는 차량이 올라올 수 있는 지리산국립공원 서북능선의 고개로 마한의 왕이 진한과 변한의 침략을 막기 위해 정씨 성을 가진 장군을 파견하여 지키게 하였는데 이로 인해 '정령치'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반면 성삼재는 성이 다른 3명의 장군이 지켜서 성이 세개라 하여 '성삼재 고개'라고 하며 현재의 정령치는 자전거(라이더)족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정령치 표지석과 휴게소를 내려보고 바래봉 방향으로 들어서면 우측으로 걷기 좋은 숲길이 나온다. 직진의 바래봉 길을 잠시 두고 우측으로 200여미터 들어서면 개령암 터가 나오고 작은 습지대와 암벽에 새겨진 불상, 마애불을 만날 수 있다. 고려시대 조성한 것으로 추정하는 보물 1123호 개령암지 마애불상군은 암벽에 부처 9구를 조각하였는데 오랜 세월 비바람의 마모로 3구는 또렷하게 보이나 나머지는 흔적만 그려 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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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령암지 마애불상군

개령암지에서 되돌아나가 바래봉 가는 길을 잡고 걷다보면 (큰)고리봉으로 오르는 오름 길이 이어지고 봉우리에 서면 지리산 조망이 트인다. 뒤로는 출발한 정령치 고개와 만복대, 우측 정면으로 우뚝 솟은 반야봉의 위용과 지리 주능선의 연봉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며 장관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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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치와 만복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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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봉과 지리 주능선

고리봉은 지리산에서 백두대간 길(좌측)과 서북능선 길(직진)이 갈리지는 곳이다. 이제부터 팔랑치의 연분홍 빛에 물들려 서북능선길을 잡고 진행해보면 지리의 능선길이 모두 그러하듯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면서 주변지리 능선의 매력에 자주 곁눈질 하면서 길을 이어 세걸산에 이르게 된다.


세걸산은 정령치와 바래봉 중간 정도에 위치하는데 이 곳은 '봉'이 아닌 '산'이란 이름으로 불린다. 특히 세걸산의 가치는 바로 이웃한 반야봉 조망이 아주 좋은 곳이라는 점이다. 말 없이 생각을 비우고 그저 멍하니 반야봉을 바라보기만 해도 마치 반야의 지혜를 조금이나마 얻어갈 수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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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걸산에서 보는 반야봉

세걸산을 내려서면 만나는 세동치 고개에서부터는 산객들도 많아지고, 철쭉의 모습들이 간간이 보인다. 부운치를 지나 헬기장에 서면 분홍빛으로 물든 팔랑치 모습이 들어오고 꽃 잔치에 입장하는 흥분감이 저절로 일어난다. 분홍의 꽃 대궐 팔랑치 철쭉 군락지 속으로 들어선다. 서북능선 길에서 반야의 미소를 생각하며 그 지혜를 얻고자 했다면 산은 말없이 팔랑치의 분홍 철쭉으로 그 대답을 대신하는 것 같다.


지나온 능선과 선계의 화원인 듯한 분홍 꽃밭에서 도끼 자루가 썩어도 모를 정도의 즐거움에 빠져 든다. 분홍 철쭉이 터널을 이루고, 팔랑치 데크 따라 조성된 멋진 꽃길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산이 주는 즐거움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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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화원 팔랑치

완만하게 이어지는 팔랑치에서 바래봉 가는 길에는 철쭉 이외 조팝나무 등 화사한 꽃들이 제 존재를 알리고 초록의 싱그러움이 느껴지는 전나무 숲의 맑은 느낌과 임걸령 샘, 선비 샘과 함께 지리산 3대 샘터 중 하나인 바래봉 샘터의 청량함에 먼 길 걸어온 발의 피로가 가시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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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조팝나무와 바래봉 전나무 숲

바래봉으로 오르는 마지막 구간에는 넓은 초원이 양탄자를 펼친 듯 하다. 예전 수입 면양을 이곳에 방목하였다가 양들이 철쭉을 제외한 초목을 먹어 치우는 바람에 지금의 초원과 듬성듬성 철쭉 군락이 생긴 바래봉이다.


스님들의 밥그릇인 바리때를 엎어 놓은 것 같다 하여 이름 붙여진 바래봉, 많은 산객의 인기를 독차지 하고 있는 정상석 아래에서 보는 조망이 좋다. 가까이 명선봉과 삼정산, 삼봉산, 백운산 멀리 천왕봉과 뒤로 지나온 서북능선을 조망하기에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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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래봉에서 보는 천왕봉

바래봉 철쭉을 기념하는 '바래봉 철쭉제'는 금년 코로나19의 여파로 취소 되었지만 산이 만든 아름다운 꽃들의 축제는 변함없이 이 계절에 우릴 찾아오고 신종바이러스 긴장으로 지친 심신을 살포시 위로해 주는 토닥임을 안고 다시 일상으로 힘찬 발걸음 해 본다.


제공 = 국내유일 산 전문채널 마운틴TV (명예기자 김기년)

2020.05.2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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