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증 걸린 언론, ‘몰카’가 국민의 알 권리인가?

[이슈]by 직썰
관음증 걸린 언론, ‘몰카’가 국민의

노컷뉴스 기사를 공유하며 문재인 정부의 사과를 요구한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 해당 기사는 오보임이 밝혀졌다. ⓒ페이스북 화면 캡처

평창올림픽이 진행되면서 다양한 언론사 보도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평창올림픽의 생생한 현장을 보도하는 언론사가 있는가 하면 오보를 내보내는 곳도 있습니다.

 

2월 10일 노컷뉴스는 ‘김일성 가면 쓰고 응원하는 북한 응원단’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기사를 공유하며 “문 대통령을 호구로 생각하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북한 응원단과 김여정을 추방해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응원단이 김일성 가면을 썼다는 기사는 오보로 판명됐습니다. 노컷뉴스는 현재 기사를 삭제하고 사과문을 게재했습니다.

 

통일부가 북측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해당 가면은 김일성의 얼굴이 아닌 일반 북한 남성의 얼굴을 본 따 만든 것으로 밝혔습니다.

 

북측의 주장처럼 해당 가면에는 눈 부위에 앞을 볼 수 있는 구멍을 뚫어 놓았는데 만약 북한에서 김일성 가면에 구멍을 뚫는 등 훼손을 가하는 일은 상상할 수 없는 불경죄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북한에 대한 무지 또는 최소한의 검증조차 하지 않았던 보도입니다.

 

노컷뉴스의 오보뿐 아니라 평창올림픽 관련 상식에 맞지 않는 보도가 여러 차례 나왔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를 몇 가지 뽑아봤습니다.

북한 여성 응원단 다리에 집착하는 언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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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를 비롯한 언론은 북한 응원단 소식을 보도하면서 여성의 다리 부분을 클로즈업했다.

우여곡절 끝에 평창올림픽에 참가한 북한응원단. 이에 대한 언론 관심 또한 뜨겁습니다. 하지만 몇몇 기사는 북한 여성 응원단의 외모만을 강조하는 기사를 반복해 보도하고 있습니다.

 

2월 7일 KBS가 보도한 ‘북 응원단도 도착…“힘 합쳐 잘합시다”’라는 영상을 보면 북한 예술단원의 모습을 다리부터 훑어 보여줍니다. 성적 호기심을 유발하는 상업 영화의 촬영 기법과 유사합니다.

 

이런 비상식적 보도 행태를 하는 곳은 KBS뿐만이 아니었습니다. MBC ‘13년 만에 다시 온 북한 응원단’, SBS ‘북 응원단 도착…예술단은 한국 가요도 연습’, JTBC ‘북 예술단, 시간 지날수록 ‘미소’’에서도 같은 식으로 북한 여성을 촬영했습니다.

 

MBN이 보도한 ‘두 차례 리허설’이라는 기사를 보면 남성 응원단은 전신 또는 상반신만 촬영해 보도하고 여성 응원단은 구태여 다리를 클로즈업해서 보여줍니다. 여성의 성 상품화 문제를 지적할 수 있는 사안입니다.

관음증 걸린 TV조선, 몰카가 국민의 알 권리인가?’

관음증 걸린 언론, ‘몰카’가 국민의

TV조선은 북한 응원단 숙소를 촬영해 보도하고 있다.

2월 10일 TV조선은 북한응원단 숙소를 촬영해 ‘단독’으로 보도했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남한 TV를 시청하고 있는 북한응원단의 모습을 단독으로 포착했습니다”라는 앵커의 말을 듣노라면 ‘한국이니까 한국 TV 채널을 보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종북이니 색깔론을 내세우려는 보도임은 짐작하겠지만, 그 과정 또한 문제입니다. 숙소에 있는 북한 응원단의 모습을 마치 몰래카메라를 찍듯 촬영했습니다. 만약 타국의 기자가 올림픽 선수촌 숙소 내부를 망원렌즈 등을 이용해 촬영했다면 엄청난 문제가 발생했을 겁니다. 그러나 TV조선은 대단한 보도라도 한 것마냥 ‘단독’을 붙였습니다.

 

TV조선은 앞서 ‘만경봉 92호 내부 들여다보니…北 예술단, 트레이닝복 차림 리허설’에도 ‘단독’이라며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쯤 되면 관음증이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이 생길 지경입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TV조선 관계자는 해당 기사가 북한 응원단에 대한 사생활 침해가 아니냐는 질문에 ‘사생활 침해가 아니라 국민의 알 권리’라고 말했습니다.

여자화장실까지 따라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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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는 북한 여성 응원단원이 화장실에 있는 모습을 촬영해 보도했다. 안나 파이필드 워싱턴포스트 도쿄 지국장은 트위터에 역겹다는 트윗을 올렸다.

지난 2월 7일 연합뉴스는 북한 여성 응원단원이 화장실에 있는 모습을 촬영해 보도했습니다. 외부 전경도 아닌 화장실 내부에서 차례를 기다리거나 화장하는 모습을 여과 없이 그대로 노출했습니다.

 

연합뉴스는 여성 기자가 따라가 촬영했다고 해명했지만, 여성이 여성을 촬영한다고 범죄가 아닌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같은 여성으로서 인지하고 보호해야 할 사생활마저 클릭을 위한 장사로 이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해당 기사를 본 안나 파이필드 워싱턴포스트 도쿄 지국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정말 역겹다. 이러니까 ‘기레기’소리가 나오는 것”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왜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인지 참담할 지경입니다.

 

언론과 기자는 공익을 추구한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기자 중에는 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공정한 보도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기자도 많습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여전히 공정성보다 흥미와 선정성 보도에 집착하는 모습입니다.

 

기자를 향한 비난을 악플이라고 욕하기보다는 스스로가 왜 비난을 듣는지 반성부터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글. 아이엠피터

2018.02.1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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