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중 찾아온 번아웃에 대처하는 자세

[비즈]by 직썰

지난주 내내 나는 어딘가 무기력했습니다. 몸에 힘도 없었고 힘을 내자는 생각도 잘 안 들었으며 배터리가 방전된 것 같은 느낌이 계속됐죠. 당장 병원에라도 가봐야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주변 일들이 하나같이 힘겹게 느껴졌습니다. 그런 감정 다들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누구나 그럴 때가 있으니까요.

 

예전에 선배 기자 한 명은 나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아, 오늘따라 나만의 비법 없이 하루를 사는 느낌이네.”

직장생활 중 찾아온 번아웃에 대처하는

누구나 한번쯤은 번아웃을 경험한다.

이렇게 온몸에 힘이 쪽 빠지는 상황이 일어나는 이유를 대자면 끝이 없을 겁니다. 중요한 업무의 마감이 다가오는데 잘 준비가 안 됐거나 계획이 착착 맞아떨어지지 않고 자꾸 엉킬 때도 있죠. 아니면 꼴 보기 싫은 직장 상사가 문제일 수도 있고 평안한 줄 알았던 집안에 난데없이 문제가 터질 때도 있습니다. 어떨 때는 딱히 이유를 꼽기 어렵지만, 자꾸만 힘이 빠지고 어딘가로 침잠하는 듯한 나날이 오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먼저 알아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이런 감정을 겪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누구나 그럴 때가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일을 많이 하는 직원 5명 가운데 1명은 이러한 번아웃(Burnout) 상태에 빠져 극도의 피로를 느낄 위험에 처해 있다고 합니다. UC 버클리 심리학과의 명예교수이자 번아웃에 관해 1970년대부터 연구한 크리스티나 마슬락(Christina Maslach) 박사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나라는 스트레스를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산다는 방증으로 여기며) 어느 정도 미화하기도 하잖아요. 바로 그 점 때문에 사람들은 가급적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에 대해 입을 다물려고 하기도 해요. 괜히 말 꺼냈다가 최선을 다하지 않고 불평이나 늘어놓는 사람처럼 보이기는 싫으니까요.”

이제 좀 더 여러분에게도 일어났던 일,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이야기 같나요? 그렇다면 한 걸음 더 나아가 문제를 직시하고 번아웃에서 헤어나올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여기서 잠깐! 만약 당신이 특히 깊은 우울함을 느끼거나 그저 활기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아무것도 못 할 수준의 무기력함을 느낀다면, 이런 증상이 2주 이상 계속됐다면 전문가의 조언이나 상담을 받아보는 게 좋습니다.)

걱정은 붙들고 있다고 해소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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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고민은 정신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

내게 번아웃이 찾아올 때를 돌이켜보면 너무 많은 일에 치여 허덕이는 나를 발견할 때가 많습니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압도돼 버리는 거죠. 그래서 어떤 때는 미뤄둔 일이 쌓이고 쌓여 계속 미뤄두고 더 쌓아두는 것 말고는 딱히 해결책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이런 적 다들 있으실 겁니다. 실제로 일을 미뤄뒀다가 처리하는 게 나은 점도 있다는 과학적 연구도 있죠.

 

하지만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무언가를 시작해서 끝을 맺을 때 느끼는 성취감은 상당합니다. 소소한 목표를 정해놓고 이를 달성하면 뇌에 도파민이 더 많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평범한 목표를 세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면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고 일도 더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시작하세요. 쌓아두고 미뤄뒀던 일을 뭐든지 가장 잘게 쪼개어 단순하게 나누고 첫걸음을 내딛는 겁니다.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있듯 처음이 어렵지, 일단 시작하고 나면 조금씩 탄력이 붙으면서 두 번째, 세 번째 미션을 처리하는 건 훨씬 쉬울 겁니다.

필요한 만큼 충분히 회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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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아무 생각 없이 휴식을 취해보자.

나는 지난주 목요일 오후에 반차를 냈습니다. 사유는 정신 건강 때문에,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갔습니다. 그리고 오후 내내 그냥 쉬었습니다. 평소보다 잠자리에 더 일찍 들어 다음 날 아침까지 푹 잤습니다. 그러고 나서 금요일에 출근했더니 정말 상쾌해 일할 기운이 생겨났습니다.

 

너무 뻔한 소리를 한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문가들도 힘든 일상과 스트레스 요인에서 한 발짝 떨어져 푹 쉬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꼭 휴가를 내거나 온종일 쉬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잠깐 커피 한 잔 마시고 오는 것, 오후에 할 일에 쫓기지 말고 평소보다 느긋하게 오랫동안 점심을 먹는 것도 좋은 휴식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휴식은 여러분에게 엄습하던 번아웃을 멀리 쫓아 내줄 겁니다.

대화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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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토크는 정신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

크리스티나 마슬락 박사는 번아웃을 퇴치하는 최고의 명약으로 다른 사람과 어울리고 이야기하는 것을 꼽았습니다.

 

“한 사람의 건강, 웰빙, 삶에 관한 사실상의 모든 지표는 다른 사람과 어울리고 더불어 살 때 훨씬 좋아집니다. 바로 이렇게 내가 다른 사람을 신경 쓰고 돌봐주며 그 사람도 내게 관심을 두고 어려울 때 서로 손을 내밀어주리라는 믿음으로 이어진 인간관계는 잔고가 두둑한 은행 계좌처럼 든든한 일입니다. 정말로 소중한 것이 아닐 수 없죠.”

 

이 점을 잊지 말고 번아웃에 관해 할 말이 있으면 우리와 함께 나눠 주시겠어요? 몸에 힘이 빠지고 무기력해질 때 어떻게 이를 이겨내시나요? 나만의 비법도 좀처럼 먹히지 않는 날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팁을 알려주는 것도 환영합니다.

 

행복한 한 주, 스트레스 없는 한 주 보내시길!

출처: 뉴욕타임스, 팀 에레라(Tim Herrera), 1부

윗글에 많은 독자가 답을 보냈다고 합니다. 번아웃에 관해 솔직하게 다뤄준 것만으로도 힘을 얻었다고 말한 독자들도 많았다고 필자인 팀 에레라는 밝혔습니다. 그 가운데 몇 가지 팁을 추려 소개하며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은 누구에게나 번아웃이 올 수 있으며 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래 뉴욕타임스 독자들이 공유한 비법 가운데 몇 가지를 골라 소개합니다.

  1. 직장에서 번아웃이 온 것 같을 때면 지금 이 자리에 지원했을 때 쓴 입사지원서를 꺼내 다시 한번 읽어봅니다.
  2. 번아웃이 오면 음악을 들으며 주변을 정리해요. 평소에 내 방은 워낙 지저분하고 정리정돈이 안 돼 있어 항상 뭐든 치우고 버릴 게 있죠. 그렇게 물건을 정리하고 이것저것 제자리에 놓다 보면 내 방뿐 아니라 일상이 한결 짜임새가 잡히는 느낌이 든달까요? 스트레스도 줄고요.
  3. 1년에 2~3번 정도 지친 영혼을 달래고자 나를 위한 휴식일을 줍니다. 그 날은 아무 회의도 안 하고 중요한 업무를 떠올리지 않습니다. 대신 바닷가를 걷고 마사지를 받고 좋아하는 식당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고 기분 좋은 산책을 하며 하루를 보냅니다. 이런 식으로 휴식을 취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분들이 더러 있을 것 같긴 한데, 나는 나만의 휴식일을 정해서 즐기는 걸 주변 사람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가족은 물론 제일 친한 친구도 모르게 나 혼자 하루 푹 쉬고 오는 겁니다. 스트레스를 받는 날에는 세상 사람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휴식일을 계획하며 지친 나를 달래곤 합니다. (이 글을 우리 회사 부장님이 보는 건 아니겠죠?)
  4.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사실 내게 번아웃이 찾아온 것 같아요. 나 같은 경우 어떤 특별한 계기로 번아웃이 오기보다는 일상적으로 부정적인 요인을 반복적으로 겪다 보니 서서히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대표적인 게 내가 하는 일에 늘 만족하지 않으며 토를 다는 직장 상사 아래서 일하는 것이죠. 나의 대처법은 간단합니다. 내 삶을 더 적극적으로 멋지고 아름답게 꾸미는 겁니다. 예쁜 옷을 사거나 페디큐어를 받고 프라푸치노를 사 마시며 수고한 나를 칭찬해주는 겁니다. 내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이고 힘겹게 살고 있다는 것이 내가 어딘가 부족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는 것을 나 자신이 먼저 알아주지 못한다면 누가 알아줄까요?
  5. 나는 제일 하기 싫은 일부터 해치우고 봅니다. 우리 팀원들에게 ‘눈 질끈 감고 개구리 먹기’라고 명명한 방법이기도 한데, 가만 생각해보면 보통 마감이 닥쳐서 허겁지겁하는 일은 대개 가장 하기 싫어서 미루고 미뤄둔 일이거든요. 그 일을 개구리라고 생각하고 정말 싫지만, 어차피 언젠가 해야 할 일부터 해치우는 겁니다. 그래도 하루 중 가장 상태가 좋은 아침에 개구리를 먹어 치우면 남은 하루는 어딘가 찝찝하지 않게 훨씬 더 생산적으로 보낼 수 있습니다. 팀원들끼리 서로 상황을 봐주며 응원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출처: 뉴욕타임스, 팀 에레라(Tim Herrera), 2부

글. 뉴스페퍼민트

2018.05.2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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