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참시’ 송이 매니저 하차가 안타까운 이유

[컬처]by 직썰
‘전참시’ 송이 매니저 하차가 안타까

관점이 바뀌면 대상도 달리 보이고, 위치에 따라 이야기도 변화하게 된다. 그만큼 시선이 중요하다.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이하 <전참시>)은 시점의 중요성을 역설했던 프로그램이다. 뻔한 관찰 예능의 문법에서 탈피해 연예인의 최측근(그것이 심리적인 거리이든 물리적인 거리이든 간에)인 매니저의 관점을 발굴함으로써 색다른 재미를 끄집어냈다. 그로써 대상인 연예인들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했고 더불어 이야기도 풍성해졌다.

 

이영자는 매니저와 잦은 이별을 하는 편이었다. 쉽게 정을 주지 못했다. 매니저인 송성호 팀장과의 관계도 매우 어색했다. 그러나 송팀장의 묵묵한 노력에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성실히 자신의 일을 수행하면서도 이영자에 대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던 송팀장의 인간미 덕분이었다. 그런가 하면 쭈뼛거렸던 송팀장도 이영자의 따뜻한 애정 속에 서서히 변화했다. 두 사람의 성장 스토리에 시청자들은 열렬한 응원을 보냈다.

 

사회 초년생의 열정과 순수함을 보여줬던 ‘송이 매니저’ 임송은 자신의 스타에게 새로운 전성기를 부여했다. 모든 것이 처음이라 매사가 조심스러웠던 송이 매니저와 박성광의 소심함은 시너지를 발휘했다. 일이 끝나고 차 안에서 하루를 복기하고, 잘못했거나 실수했던 부분들을 되짚으며 속상해하는 그의 모습은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시청자들은 송이 매니저 덕분에 모든 일이 한없이 크게 느껴지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감회에 젖었다.

‘전참시’ 송이 매니저 하차가 안타까

이처럼 매니저라는 시점이 생기자 관계가 돋보였다. 이영자의 먹방이 빛날 수 있었던 건, 그 맛깔스러운 묘사를 실감 나게 들어줄 송팀장이 있었기 때문 아니었을까? 박성광의 조심스럽고 수줍은 행동이 하나의 캐릭터로 완성될 수 있었던 까닭은 사회에 첫발을 들인 송이 매니저의 순수함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이렇듯 관계는 곧 이야기가 된다. 스타와 매니저라는 특수하면서도 일상적인 관계는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냈다.

 

송팀장이 초창기의 <전참시>가 자리를 잡는 데 큰 공헌을 했다면, 송이 매니저는 <전참시>의 전성기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두 매니저는 자신의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그들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생겼고, 어느덧 (연예인처럼) 일상생활이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다. 어쩌면 당사자들은 그 인기를 바란 적도 없고, 그래서 더욱더 갑작스러웠던 유명세를 제대로 누리지도 못했을지 모르겠다.

 

오히려 쏟아지는 대중의 관심이 불편했을 것이다. 실제로 송팀장은 연락이 끊어졌던 지인들로부터 연락이 오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요즘에 변했다’는 오해를 받는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송이 매니저 역시 방송에 계속 출연하는 게 부담스러워 보였다. 프로그램을 위해 자신의 가족들을 노출시켜야 하는 상황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최근 송이 매니저가 개인적인 이유로 SM C&C에 사표를 제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전참시’ 송이 매니저 하차가 안타까

더 이상 매니저가 아닌 그가 <전참시>에 출연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자연스레 송이 매니저는 <전참시>에서 하차하게 됐다. 겉으로 보기에 잘 나가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 <전참시>는 위기에 봉착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던 한계론이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연예인이 아닌 매니저가 방송의 무게를 견디기 쉽지 않다는 점과 초창기의 신선함과 달리 최근 들어 뻔한 먹방과 연예인들의 홍보로 일관한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연예인 매니저라는 직업에 대한 대중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며 부정적인 선입견을 없애는 데 일조했지만, 갈수록 매니저가 연예인의 동반자라는 인식은 사라졌다. 오히려 역할의 애매함을 보여주는 데 그쳤다. 직업적 특수성은 잘 드러났지만, 직업적 전문성을 보여주는 데는 실패했다. 업무시간도 들쑥날쑥했고, 공사의 구분도 모호했다. 운전부터 식사 준비, 그리고 잡다한 심부름까지 해야 할 일은 끝이 없었다. 과연 저 직업에 미래가 있는지 의문스러웠다.

 

씁쓸하게도 연예인의 컨디션(눈치)을 살피는 수동성만 강조됐다. 명확한 업무 분장도 없고, 구체적인 기준도 부재했다. 오직 자신의 연예인에 맞춰야만 했다. 오죽하면 ‘몸종’이라는 말이 나왔겠나. 논란에 휩싸였던 이청아 편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렇게 되자 현직 매니저들도 불만을 제기했다. 스포츠동아는 ‘매니저들이 보기 불편한 ‘전참시’’에서 “기획과 영업 등 다양한 업무를 생략한 채 매니저의 일면만을 비춘다”며 <전참시>의 고민 부족을 지적했다.

 

분명 <전참시>가 관찰 예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건 사실이다. 달리 말하면 점차 꺼져 가던 관찰 예능의 수명을 연장시켰다. 그 공을 인정받은 <전참시>는 제55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예능 작품상을 수상했고, <전참시>의 중심축인 이영자는 TV 부문 여자 예능상을 차지했다. 문제는 위기 대처 능력이다. 위기는 이미 닥쳤다. 전환점을 맞이한 <전참시>가 어떤 해답을 내놓을지 지켜봐야 한다.

 

직썰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2019.05.10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Copyright © ZUM internet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