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험산의 압도적 아름다움을 맛보고 싶다면, 백화산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이 맞다. 백화산은 충북 영동과 경북 상주에 걸쳐있으며, 정상은 한성봉이지만 주행봉 일대가 백화산의 카리스마가 여실히 드러나는 바위능선이다. 마치 거대한 풍랑 속의 바위 함선이 덮쳐 오는 듯한 시각적인 강렬함, 거칠 것 없는 고도감에서 오는 스릴까지. 용기와 체력을 시험하고 싶다면 주행봉~한성봉 종주가 제격이다. 고정로프가 있지만 자칫 실수로 100여 m 이상 추락할 수 있는 절벽 구간이 많아 주의해야 한다. 초보자 혹은 암릉산행에 자신 없다면 한성
재스퍼국립공원 3박 4일 여행 대지가 움터 올랐다. 에드먼턴에서 이어진 4시간에 걸친 로드 트립에 지쳐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자 누런 평면만 가득했던 세상에 질감이 부여돼 있었다. 소리를 낼 수 있었다면 거대한 공룡의 찢어지는 괴성을 지르고 있을 것만 같은 암벽이 어느새 눈앞에 우뚝 솟았다. 만년설을 뒤집어 쓴 대암벽 사이 틈바구니를 비집고 들어가자 에메랄드빛 빙하호수와 바짝 스크럼을 짠 전나무 숲이 펼쳐진다. 황홀한 대지, 캐나다 재스퍼국립공원이다. 재스퍼국립공원은 캐나다 중서부 앨버타주에 위치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서부를 가
주왕산은 매년 가을이면 단풍을 찾는 등산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유명한 산이다. 높은 산을 오르는 것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주왕산 계곡탐방로를 찾는다. 이곳은 무장애 탐방구간이며 평탄하고 완만한 길로 이뤄져 있어 부담 없이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외길이기에 길을 헷갈릴 우려도 없다. 주왕산국립공원 주차장에서 시작된 길은 대전사를 지나 용추폭포로 이어진다. 사진을 찍으면서 천천히 걸으면 약 2시간 10분이 걸린다. 가을 하늘 아래 청명한 계곡을 따라 편안하게 용추, 절구, 용연폭포와 내원동 옛터도 감상할 수 있는 주왕산국
덕유산 운해는 멋있는 산사진의 대명사로 굳어져 있다. 내륙의 고산지대라는 특성상 적설량이 많고 운해가 자주 생기는 것도 있지만, 곤돌라 영향이 크다. 국내 산 높이 1~10위 안에 정상 언저리까지 곤돌라가 있는 산은 덕유산이 유일하다. 참고로 덕유산은 국내에서 4번째로 높다. 무주리조트의 곤돌라를 타면 20분이면 설천봉(1,525m)에 닿는다. 여기서 600m를 걸으면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에 닿는다. 다만 곤돌라는 월과 요일에 따라 오전 9시 또는 9시30분 또는 10시부터 운행한다. 오전 9시에 첫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도 운해가
인산인해의 내장산 단풍 구경이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차선책으로 권한다. 유명세에 고생길이 우려된다면, 비슷한 지역의 단풍명산을 추천한다. 고창과 정읍은 딱 붙어 있는 지역이다. 빛깔 고운 애기단풍나무가 많고, 강수량이 적당하고, 일교차가 커서 이 지역 단풍이 유독 더 화려한 걸 감안하면, 선운산 단풍도 내장산 단풍 못지않다. 산 높이는 낮지만 산세도 비슷하다. 계곡을 가운데 끼고 양쪽으로 능선이 이어져, 계곡을 걷든 능선 종주를 하든찬란한 단풍잎을 볼 수 있다. 내장사로 이어진 계곡길 단풍이 고운 만큼 선운사에서 도솔암으로 이
가을에 찾기 좋은 쌍둥이오름… 초입 찾기 어렵고 거친 산길이 관건 서쪽이 대병악이고 동쪽의 조금 작은 오름이 소병악이다. 두 산이 나란히 서 있어서 병악竝岳이라 부른다. 대병악은 북쪽으로, 소병악은 서쪽으로 트인 말굽형 굼부리(분화구를 뜻하는 제주 방언)를 가졌다. 풍수지리적으로 소병악의 동쪽이 좋아서 그곳에 상천리가 들어섰고, 농사도 잘된다고 한다. 상천리上川里는 서귀포시 안덕면 창고내(창곳내) 중산간의 자연마을이다. 창고내 상류 ‘모록밧’ 주변에 상천리가 들어섰고, 창고내 중류에 상창리와 창천리가 자리 잡았다. 그래서 상천리를
불영계곡은 통고산~진조산~백병산에 이르는 낙동정맥의 명산들에서 시작돼, 동해로 흐르는 약 40km의 소하천 불영천을 말한다. 특히 울진군 근남면 행곡리에서 서면 하원리까지 15km에 이르는 구간은 그 자체가 국가지정문화재(명승 제6호)로 지정됐을 정도로 경관이 빼어나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 비단 금錦자를 덧붙여 ‘금계천錦溪川’으로 이름한 걸 보면 옛사람들도 불영계곡의 아름다움을 찬미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이라는 수식어에서 연상되듯 불영계곡은 지표면에서 U자형으로 움푹 패어내려 간 국내에서 보기 드문 깊은 계곡
원효사~인왕봉~증심사 13.5km 무등산 억새는 천연덕스러웠다. 왜 사람들은 이 자그마한 울타리를 넘지 못하고 57년이나 기다렸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본인의 씨앗은 산들바람 한 점만 있어도 울타리는 물론 주상절리와 저 멀리 솟은 세 왕의 어깨 위까지 쉽게 날아갈 수 있으니 그럴 만했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도 자유롭게 무등산 정상에 오를 수 있게 됐다. 9월 23일부터 인왕봉 정상이 상시개방됐다. 무등산 정상은 가장 높은 천왕봉天王峯(1,187m), 지왕봉地王峯(1,175m), 인왕봉人王峯(1,164m) 세 봉우리로 이뤄져
성격 급한 사람들은 10월이 되면 서북능선을 찾는다. 설악산에서 가장 높은 능선 말이다. 대승령~귀떼기청(1,576m)~끝청(1,609m)~중청(1,664m)~대청봉(1,708m)을 잇는 이 능선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고산능선답게 가장 먼저 단풍이 찾아온다. 기후 변화로 갈수록 여름이 길어지고 가을이 짧아지는 걸 감안하면, 10월 초의 단풍 1번지는 단연 서북능선이다. 10월 초 천불동계곡이나 흘림골, 백담사를 찾더라도 단풍은 없다. 1,000m 이상 능선으로 가야 한다. 과거 서북능선은 강자들의 전유물이었다. 장수대를 들머리로 서
완주 불명산 영 지버섯이 지천, 남성적인 암릉미의 능바위산 연계 “찾아가는 길을 굳이 알려 주지는 않으렵니다” 안도현 시인은 ‘화암사. 내사랑’ 이란 시에서 불명산의 화암사에 대해 ‘잘 늙은 절 한 채’라고 말했다. 그는 화암사를 나 혼자만 알고 싶고, 알려지면 순백함을 잃을까 묻어두고 싶다고도 했다. 전라북도 완주에 위치한 불명산(480m)은 금강정맥에 있다. 하지만 금강정맥을 알려주는 지도에서 불명산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근처의 운장산, 마이산, 천등산, 대둔산 등 워낙 이름난 산들에 비해 불명산은 산세가 뛰어나거나 볼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