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전' 해석! 마지막 총성은 누구를 향했나?
'독전' (Believer, 2018)
출처 : 알려줌 팬질 (ALZ Fanzeel) · 독전 해석! 마지막 총성은 누구를 향했나? [영화읽고 알려줌] (Believer, 2018) 사랑의 총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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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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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전>은 흰 눈으로 뒤덮인 길에서 문을 엽니다. 괴괴한 길을 달리는 차를 오래 바라보다 이야기를 시작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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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범죄를 다룬 누아르 영화의 첫 공간을 순백의 눈이 감싸고 있다는 건 어딘가 반어적입니다. 더 인상적인 건 끝없이 펼쳐진 직선의 길인데, <독전>은 왜 이런 이미지로 영화를 시작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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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전>은 영문 제목 '빌리버'(Believer)에서 알 수 있듯 믿음에 관한 영화입니다. 인물 간의 신념이 부딪혀, 독한 놈들의 독한 전쟁이 되는 걸 볼 수 있죠. '원호'(조진웅)는 이 선생을 잡을 수 있다고 믿는 경찰인데요.
그를 잡기 위해 미성년자를 정보원으로 사용하고, 위기의 순간에는 망설임 없이 동료의 머리를 칠 수 있으며, 직접 마약까지 흡입하죠. 독한 놈을 잡으려다 그만큼 독한 놈이 되어버린 '원호'는 선과 악을 구별하기 힘든 인물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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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맞은편에 서 있는 '브라이언'(차승원)도 한 믿음 하는 인물입니다. 신학을 전공한 그는 믿음 그 자체를 아이덴티티로 내세우죠. "나는 믿어도 된다", "아멘" 등의 종교적인 언어로 신을 향한 믿음을 보이고, 그 뒤에 숨은 인물인데요.
그러다 영화 후반에 가서야, '브라이언'이 믿고 있던 게 뭔지 명확히 밝혀집니다. 그는 자신을 '이 선생'이라 믿고, 그를 모방한 뒤, '이 선생'이 되려 했죠. 그의 신은 '이 선생'이었는데요. 그도 '원호'처럼, 믿음이 '이 선생'을 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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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믿는 자'들의 싸움에서 믿음과 가장 동떨어진 인물은 '진하림'(김주혁)이죠. 그가 믿는 건 단 하나, 아무것도 믿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그는 끝까지 의심하는 인물로, 가장 초조하고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덕분에 가장 인간적인 인물로도 보입니다. 이 '논빌리버'(Nonbeliever)가 <독전> 속 남성들 간의 전쟁에서 가장 먼저 죽는다는 건 흥미로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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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영화가 "믿음이 없는 자는 죽는다"라고 말하고 있는 듯했죠. 뭐라도 믿어야 <독전>의 인물은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 속 인물들의 믿음엔 어떤 합리성이나 근거가 없는데요. '원호'가 왜 '이 선생'을 잡을 수 있다고 믿는지, '브라이언'이 왜 자신을 '이 선생'이라고 믿는지 알 수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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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생략되어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애초에 그들이 생각하지 않은 부분일 수도 있습니다. 그들은 그냥 믿는데요. 그리고 그 믿음은 모두 배반당했죠. <독전>은 근거 없는 믿음이 허무함과 위험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의 관점에서 보자면, '락'(류준열)이라는 인물이 남죠. 그는 무엇을 믿고 있었기에 이 독한 놈들의 전쟁에서 원하던 결과를 얻고 유유히 빠져나올 수 있었을까요? 그도 특별히 믿는 게 없어 보이기에 '진하림'처럼 죽어야 논리적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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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락'은 유일하게 믿을 필요가 없는 자입니다. 그는 '이 선생' 그 자체였기 때문에, '이 선생'을 쫓는 이 게임의 신이었죠. 그의 공허한 표정은 감정이 없는 초월자의 얼굴로 볼 수도 있지만, 인물들이 갈망한 믿음의 본질이 공허함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로웠죠.
다시 첫 장면을 볼까요? '원호'는 목적지를 확신할 수 없지만, 일단 달립니다. 이는 무작정 믿는 그의 모습과 닮았죠. '원호'는 이 길의 끝에 가본 적이 없지만, 일단 앞으로 가야 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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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멈추면 흰 눈에 묻혀 죽을 것이니, 그래서 달립니다. 현실에서 그는 '이 선생'을 본 적이 없지만, 일단 그의 정체를 믿어야 삶에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야 살 수 있고, 그래서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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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원호'는 그토록 찾던 '이 선생'을 만나죠. 하지만, 그토록 쫓던 걸 본 남자의 눈빛은 공허했는데요. 그가 믿던 것이 결국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확인한 것이죠. "이제 뭘 할 거냐?"고 묻는 말에도 아무런 답을 내놓을 수 없었는데요. 그는 믿을 것이 없기에, 삶을 지속할 이유도 없어졌죠. 그래서 그 자신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을 것만 같습니다.
글 : 영화읽어주는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