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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전 남친이 내 윗집에 살고 있다면?

by알려줌

<하나 빼고 완벽한 뉴욕 아파트> (The Boy Downstairs, 2017)

전 남친이 내 윗집에 살고 있다면?

뉴욕이라는 도시의 이미지는 할리우드에서 다양하게 그려져 왔다. '스파이더맨'이 악당들의 위협에서부터 영웅적인 면모를 발휘하거나, 각종 자연재해로부터 파괴되는 '자유의 여신상'을 볼 수도 있겠지만, 뉴욕이라는 도시를 가장 분위기 있게 보여주는 장르는 로맨스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때>(1989년)의 빌리 크리스탈과 멕 라이언, <뉴욕의 가을>(2000년)의 리차드 기어, 위노나 라이더가 센트럴 파크를 거니는 장면은 아직도 사람들의 마음에 남은 명장면 중 하나다.

 

<하나 빼고 완벽한 뉴욕 아파트>도 이러한 계보를 이어가고자 한다. 주인공 '다이아나'(조시아 마멧)은 3년 전, 런던에서 남자친구 '벤'(매튜 쉐어)과 헤어지고, 작가의 꿈을 이루고자 뉴욕으로 오게 된다.

전 남친이 내 윗집에 살고 있다면?

서울도 그러하겠지만, 역시 살인적인 집값을 보유한 뉴욕의 아파트를 구한 '다이아나'의 윗집에는 알고 보니 '벤'이었다. 작위적인 설정에서 시작되는 영화는 과거와 현재의 교차 편집을 선보이면서 두 사람이 헤어지게 된 배경을 보여주며, 한계성을 동시에 노출하지만, 담백한 연출로 연애의 감정에서 한 관계의 출발을 보게 된다.

 

작품의 각본과 연출을 동시에 한 소피 브룩스 감독은 첫 장편 영화로 이 작품을 결정했는데, 감독은 앞서 언급한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와 더불어 우디 앨런 감독의 <애니 홀>(1977년)을 좋아했다고 밝혔다.

 

<애니 홀>은 희곡 작가이자 스탠드업 코미디언인 남자와 가수 지망생인 여자가 사랑에 빠지고, 그 사랑이 권태가 되어 헤어지는 과정을 담은 수작으로, 이 작품 역시 <애니 홀>을 연상케 하는 소재가 숨어있다.

전 남친이 내 윗집에 살고 있다면?

한편, 이 작품을 본 관객이라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인물이 있으니 배우이자 감독인 그레타 거윅이다. 브루클린의 작은 아파트라는 공간에서 홀로서기에 나선 인물 '프란시스'를 매력적으로 소화한 <프란시스 하>(2012년), 따뜻한 뉴욕의 일상을 보여준 <매기스 플랜>(2015년) 등이 문득 떠올려지며, 특유의 촬영 감각이나 필터 역시 기시감이 드는 대목이었다.

 

앞서 언급한 그레타 거윅의 출연 작품이나, <하나 빼고 완벽한 뉴욕 아파트>의 공통점이 있다면, 평범한 일상을 평범하게 다룬 멜로 영화라는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박력미 넘치는(물론 과한 경우가 빈번할 때가 많다) 한국 멜로 드라마를 보고 이 작품들을 본다면 날 것의 밋밋함을 느낄 순 있다.

 

그러나 우리의 인생이 그렇지 않은가? 삶에서 우연한 사건들의 반복을 포착하지만, 그것을 과장되게 표현하지 않는 방법을 담은 영화들은, 가끔 우리 삶에 필요할 때가 있다. <하나 빼고 완벽한 뉴욕 아파트> 역시 그랬다.

 

2018/12/27 CGV 압구정

글 : 양미르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