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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충격적인 결말로 주목받은 레전드 드라마

by알려줌

발리에서 생긴 일 (SBS, 2004)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 이하 사진 ⓒ SBS

2004년 1월 3일부터 3월 7일까지 SBS에서 방영한 20부작 주말특별기획 <발리에서 생긴 일>은 최근 300만 관객을 넘어선 영화 <안시성>에서 '양만춘'으로 활약 중인 조인성의 인생 작품 중 하나로 꼽히는 드라마다. 여기에 하지원, 소지섭, 박예진 등이 열연해 화제가 되어 마지막 회 시청률 40.4%(닐슨 코리아 기준)를 기록했다. 돈만이 유일한 가치로 남은 세상 속에서 진정 우리가 찾아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 네 젊은이의 인생을 통해 짚어보는 작품이다.

 

초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재벌 2세 '정재민'(조인성)을 약혼자로 두고 있는 '최영주'(박예진)는 옛사랑인 '강인욱'(소지섭)을 찾아 발리로 향한다. '재민'은 '영주'의 뒤를 따라 발리에 도착하고, 서울 본사에 전화를 걸어 '인욱'의 뒷조사를 시킨다. 한편, 현지 여행 가이드인 '이수정'(하지원)은 '영주', '인욱', '재민'의 여행을 도우며 발리의 곳곳을 안내하게 된다. 그러나 싸늘한 분위기에 '수정'은 이런 이상한 일행에 대해 이해를 할 수 없게 된다.

세 사람이 각자의 사정으로 서울에 온 사이, '수정'은 그동안 애지중지하던 돈마저 여행사 사장에게 모두 털리고, 사무실은 빚쟁이들에게 박살이 난다. 서울로 돌아와 무작정 '재민'을 찾은 '수정'은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어른들의 사정으로 원치 않는 정략결혼을 앞두고, 바람을 일삼는 '재민'은 '수정'에게 동정심과 연민의 감정을 느낀다. 그사이 '수정'은 서울 달동네에 사는 친구 '미희'(신이)의 집에 함께 사는데, 그 옆집에 '인욱'이 살게 되며 '인욱'과도 가까워지게 된다. 결국, '재민', '인욱', '수정', '영주'는 사각 관계로 얽히고설킨 운명이 된다.

 

<발리에서 생긴 일>의 인기 비결은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콤플렉스였다. 외형으로는 재벌 2세의 '재민'이나, 가난하지만 똑똑한 '인욱', 졸부집의 딸 '영주', 또순이 스타일의 '수정'이 펼치는 사랑이 주요 축이어서 진부한 설정일 수 있지만, 그 속에 숨은 열등감의 발현이 시청자의 주목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이런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열연이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했었다.

문제는 그 결말이 방영을 한 달 앞둔 시점부터 일부 노출이 됐다는 점이다. 촬영 현장에 있었던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외부로 알려진 결말은 "마약에 찌든 주인공 '재민'의 권총 자살"이었다. 다행히 '스포일러'가 오히려 시청자들의 관심도를 높였고, 실제 방영 장면에선 이보다 더 충격적인 살인 장면이 등장했으며, '수정'이 내뱉은 "사랑해요"라는 대사는 인상적이었다.

 

후에 김기호 작가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 드라마가 현실적인 것이 되려면 '재민'은 결혼하고, '수정'은 다른 사람들과 미팅하는 17회쯤에서 막을 내리는 게 옳았을 것이다. 그러나 네 사람의 얽히고설킨 감정을 더 끌고 가보고 싶었다. 열정의 끝은 어디인가를 보여주려고 했다. 나는 이 드라마 속에 젊음, 청춘, 사랑 이런 것들이 가지는 열정과 혼란, 아픔, 그리고 치명적 위험 등을 녹여보고 싶었다. 엔딩 장면을 쓰면서 나도 많이 울었다"라고 밝혔다.

이런 결말에 대해 TV 드라마의 극단적 상황 설정이 위험 수위를 넘었다는 비판이 일었으며, 시민단체 측은 "TV 드라마는 단순히 드라마로서 끝나지 않고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청소년을 비롯한 시청자들이 사랑하면 무슨 짓을 해도 좋다는 생각에 빠질 수 있다"라는 코멘트를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비판과 별개로 그해 백상예술대상에서 <발리에서 생긴 일>은 TV부문 드라마작품상, 남자 최우수 연기상(조인성), 여자 최우수 연기상(하지원), 남자 인기상(소지섭)을 싹쓸이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글 : 양미르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