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컬처 ] 알려줌: TV 시리즈 리포트

'아스달 연대기' 12년 앞선 레전드 판타지 드라마 '태왕사신기'

by알려줌

<태왕사신기> (MBC, 2007)

드라마 <태왕사신기> 표지 및 사진 ⓒ MBC

2007년 9월 11일부터 12월 5일까지 방영한 24부작 MBC 수목 미니시리즈 <태왕사신기>는 그해 MBC 연기대상에서 시청자가 뽑은 올해의 드라마다. 최근 방영된 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를 통해서 재조명되고 있는데, 당시 드라마는 사극계 트랜드였던 '고구려'(동북공정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와 정통 사극에서 벗어난 '퓨전 사극', 그리고 <반지의 제왕> 시리즈 이후 국내에도 사랑받은 '판타지' 장르를 결합해 흥행한 작품이다.

 

제작진은 "한반도 역사에서 유일하게 대륙 정복을 통해 한민족의 기상을 드높였던 광개토태왕의 활약상을 역동적인 화면에 가득 구성해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자 했다"라며, "고구려 강서고분벽화의 사신도에 그려져 있는 사신을 드라마 속에 등장시켜 판타지적인 요소를 가미했다. 사신과 함께 광개토태왕이 왕이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역경과 고난을 딛고 일어서는 광개토태왕의 성공 스토리와 그 과정에서 보이는 신하와 국민을 사랑하는 따뜻하고 인간적인 왕의 모습이, 정복군주로써 광개토태왕의 모습과 함께 어우러져 시청자들이 직접 보고 느낄 수 있게 한타지 서사 드라마를 만들었다"라고 밝혔다.

약 430억 원이라는 높은 제작비로 만들어진 <태왕사신기>는 당시 MBC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1991년), SBS 드라마 <모래시계>(1995년), SBS 드라마 <대망>(2002년) 등을 함께 해온 김종학 PD, 송지나 작가가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17.7%의 시청률(이하 닐슨 전국 기준)로 시작한 드라마는 이후 20% 이하 시청률을 단 한 번도 기록하지 않았고, 최종회 가장 높은 31.9%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태왕사신기>는 당시 한국 드라마에선 볼 수 없었던 화려한 CG와 더불어 '2006년 독일 월드컵 중계'에서나 접할 수 있었던 '5.1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을 한국 드라마 사상 최초로 도입하면서 기술의 진보를 보여줬다. 김종학 PD는 제작발표회에서 "한국 신화에 대해 최초로 드라마로 플어보고 싶었다"라며, "동화 속에서 상상했었던 것을 그림으로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라고 언급했다.

1회는 국내 제작진과 뉴질랜드 제작진이 합작한 CG가 가장 강력하게 등장했던 순간이기도 했는데, '환웅'(배용준)이 세상에 내려온다는 고조선 신화를 몽환적으로 풀어나갔다. '환웅'과 불의 신녀 '가진'(문소리)의 신비로운 능력, 그리고 전설 속의 사신인 '청룡', '백호', '주작', '현무'를 만들어낸 것은 경이로웠다. 이러한 CG는 그해 최다 관객을 동원한 영화 <디 워>(2007년)와 비교가 되기까지 했는데, 김 PD는 "<디 워>를 보지는 못했지만, <디 워>에도 CG와 관련해 많은 찬반양론이 있었듯 이 드라마도 논란이 일 것 같다"라고 밝혔다.

 

또한, 드라마는 대선 정국과 맞물리면서, '담덕'(배용준)의 영웅적인 면모가 대선 주자들에게 새로운 지도자의 상을 제시한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김 PD는 "<태왕사신기>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질 '광개토태왕'의 모습은 따뜻한 심성으로 백성들을 아끼는 어진 군주인 동시에, 경제 발전을 추구해 백성들을 풍요롭게 하는 CEO형 군주"라면서, "바람직한 군주상을 제시할 뿐이지 특정 후보에게 도움을 줘선 안 된다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이며, 사전제작으로 촬영을 마친 부분에도 그런 내용은 없다. 종영 이후라도 정치권에서 요청이 와도 이 생각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제작보고회 당시 밝혔다.

드라마의 OST는 지난 6일 재개봉한 <이웃집 토토로>(1988년), 오는 26일 재개봉 예정인 <마녀 배달부 키키>(1989년), <모노노케 히메>(1997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년),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년) 등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에 참여했던 히사이시 조가 맡아 화제가 됐다. 한국 드라마에 히사이시 조의 음악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영화음악 팬들은 "역시나 이름값을 한다"라는 반응을 보여줬다. 또한, 엔딩 타이틀 곡 '천년연가'는 당시 한류스타 동방신기가 부르면서, 배용준과 더불어 대표적인 '한류 콘텐츠'를 보유한 작품이 됐다.

 

하지만 시청률과 인지도 면에서 성공적인 마무리라는 평을 받으면서도, 동시에 <태왕사신기>는 '용두사미'라는 지적을 받기까지 했다. '사전제작 드라마'라는 선언을 했음에도, 2007년 11월 29일 방영한 23회는 늦어진 촬영과 편집으로 인해서 <뉴스데스크>를 20분 연장 편성하면서야 공개될 수 있었다. 이에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는 이례적으로 자사 드라마를 비판하는 글을 "<태왕사신기>의 오만, 그리고 문화방송의 굴욕"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하기까지 했다.

노조는 "사전제작을 표방하고 나선 드라마가 당일 방송 시간도 지키지 못한 웃지 못할 촌극이 일어날 지경까지 회사 임원들이 무기력하게 끌려다니기만 했다면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라면서, "<태왕사신기>의 경우 43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되었다고 하나, 배용준 개인에게 60억원을 지급했다. 430억의 대작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허명에 불과하다. 외주제작사의 상황에 따라 수시로 편성이 바뀌는 것은 물론, 경쟁력 있는 드라마의 경우 판권조차 확보하지 못함으로써 방송사가 외주제작사의 단순한 유통창구로 전락할 수 있다"라고 사실상 '현재의 드라마 시장'을 예견하는 글을 기고했다.

 

당시 노조는 "드라마의 질적 수준을 유지하려면 미니시리즈 형식을 포기하고 미국이나 일본처럼 시즌제나 분기드라마(주 1회, 총 11부작) 등 드라마 형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언급했다. 이는 현재에도 '겉으로는 사전제작'을 표방하면서, '쪽대본'은 기본이고, 100시간이 넘는 '방송 스태프 제작 환경'이 고발된 것과도 맞물려있다.

태왕사신기

 

연출 : 김종학, 윤상호
출연 : 배용준, 문소리, 최민수, 박상원, 윤태영, 오광록, 이지아
방송 : 2007, MBC

글 : 양미르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