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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람보:라스트 워' 람보 할아버지는 왜 다시 돌아와야 했나?

by알려줌

<람보 : 라스트 워> (Rambo: Last Blood, 2019)

영화 <람보 : 라스트 워> 표지 및 이하 사진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람보> 시리즈는 정치적인 메시지가 상당량 포함된 영화였다. 1982년 개봉한 <람보> 1편은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존 람보'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받은 상태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반전 영화'였다. 그러더니 1985년 개봉한 2편은 배우 출신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의 기조에 부응하는 '반공 영화'가 됐다. '베트콩'을 M60 기관총으로 제압하는 '람보'의 모습은 베트남 전쟁에서 패배한 미국의 당시 억눌린 분위기를 '정신 승리' 시켜주는 역할로 만들었고, 덕분에 국내에서도 '반공 영화'라는 대대적인 홍보 덕분에 흥행에 성공했다. 지금 관객들이 알고 있는 '람보'의 이미지는 대부분 이 작품에서 나온다.

 

냉전 말기인 1988년에 만들어진 3편도 비슷한 내용이 이어졌다. 1979년, 소련이 당시 민주 공화국인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고, 10년 가까운 전쟁에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무장 단체를 지원했다.(물론, 탈레반 정권이 들어서기 이전의 이야기다) <람보 3>은 실제 벌어지던 전쟁의 한복판에 '람보'를 투입하면서 벌어지는 살육전을 다뤘다. 101분의 상영 시간에 108명 이상이 죽고, 70회 이상의 폭발이 담겼기 때문에, 당시 <기네스북>에는 '가장 폭력적인 내용이 담긴 영화'로 <람보 3>가 등재되기까지 했다. 결국, 미국 흥행에도 실패하고, 냉전도 끝나면서, '람보'도 자연스럽게 휴식기를 거치는 줄 알았다.

하지만 2008년, '람보'는 <람보 4: 라스트 블러드>로 돌아왔다. 냉전 이야기가 아닌, 미얀마 군사독재를 강렬하게 비꼬기 위해 돌아온 것. 기존 시리즈가 그래도 '15세 관람가' 등급 수준에서 전개됐다면, <람보 4: 라스트 블러드>는 그야말로 피의 향연이 펼쳐진다. 빌런들의 행동은 그야말로 기술하기 힘들 정도로 잔인하며, 그것에 대응하는 '람보'의 모습 역시 마찬가지다. 이 작품의 마지막 지점. '람보'는 드디어 방황을 멈추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선언을 한다. 그렇게 방랑자 신세에서 어디론가 정착을 원했던 '람보'. 그런 '람보'가 2019년 다시 등장해 분노를 표출해야 했다.

 

<람보: 라스트 워>는 이데올로기와 같은 정치적 싸움에서 한발 물러선 모습으로 다가온다. 홀로 서부에서 여생을 정리하는 그에게 분노의 대상이 바뀐 것이다. 가족이 없는 '존 람보'가 딸처럼 여기는 '가브리엘라'(이벳 몬레알)가 친아버지를 찾고자 멕시코에 있던 중, 마약 거래와 여성 대상 성매매를 알선하는 카르텔에 납치된다. 그리고 응당 찢어 죽여도 될 인물들을 진짜로 찢어 죽이는 '람보'가 <나 홀로 집에>(1990년)에서 볼법한 '트랩'을 자신의 집에 설치해 최후의 결전을 벌이는 것이 영화의 전체적인 구조다. 이미 '트랩'을 활용하는 것은 <람보>에서도 등장은 했으나, 그 '트랩'의 잔인 강도는 4편만큼 세다.

한편, 실베스터 스탤론의 이번 작품을 보고 있자니, 선배 서부극 스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떠올랐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자신의 세월을 반추하면서, 동시에 미래 세대에 관한 메시지를 남기는 영화들을 연출해 호평을 받는 것처럼, 실베스터 스탤론 역시 그러한 마음이 있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먼저 시작했던 것이 <록키 발보아>(2006년)의 후편인 <크리드>(2015년)다. '록키 발보아'의 라이벌이었던 '아폴로 크리드'의 아들, '아도니스 크리드'(마이클 B. 조던)가 주인공인 작품으로, 실베스터 스탤론은 돌아온 '록키 발보아'를 통해 생애 첫 골든글로브 시상식 남우조연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그런 그에게 '록키' 만큼이나 애착이 가는 분신이 바로 '람보'였다. '람보'로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실베스터 스탤론도 자신만의 '인장'을 남기고 싶었던 것. 직접 제작과 각본 작업에 나선 그는 '국가' 보다는 '개인'의 복수극으로 방향을 틀었고, 그 풍경 또한 '서부극'처럼 탁 트인 공간과 자신이 누비던 정글처럼 복잡한 '지하 동굴'을 대비해 풀어갔다. 물론 이런 형태의 복수극은 우리가 익히 봐왔던 것들인데, 딸을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는 <테이큰>(2009년)을 통해서 봤던 소재이기 때문. 그런 설정과 관계없이, '고어 액션'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이번 작품에 만족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참기 어려울 수 있겠다.

람보 : 라스트 워

 

감독 : 애드리언 그런버그
출연 : 실베스터 스탤론
개봉 : 2019.10.23.

2019/10/15 CGV 용산아이파크몰

글 : 양미르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