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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그러려니' 해? 너나 그러려니 해!

영화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

by아트인사이트 (ART insight)

줄거리

수학에 타고 난 재능을 보이는 똘망똘망 한 소녀 ‘캐서린 고블’, 그녀는 천부적인 재능을 살려 후에 NASA에서 전산원으로 일하게 된다. 뛰어난 계산 실력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백인 전산원들과는 달리 좁고 허름한 사무실에서 근무하게 된다.

 

해석기하학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상부의 요청으로 근무 부서를 옮기게 된 캐서린. 사무실 입장에서부터 처음보는 동료들에게 청소부 취급을 받게 되는 캐서린의 운명은....?

영화 ‘히든 피겨스(Hidden Fi

숨겨진 수치를 찾는, 숨겨진 사람들

영화는 NASA에서 일하며 우주 개발에 큰 공헌을 한 세 명의 흑인 여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개인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를 위해서 밤낮없이 일하는 그들이지만, 그 과정에 참여하는 '자격'을 얻는 일조차 그들에게는 쉽지 않다.

영화 ‘히든 피겨스(Hidden Fi
영화 ‘히든 피겨스(Hidden Fi

근무지를 옮긴 캐서린은 유색인종 전용 화장실에 가기 위해 계산할 자료 더미를 들고 800m를 뛰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계산에 중요한 변수들이 매 순간 바뀌고, 결정되는 핵심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다.

 

엔지니어를 꿈꾸는 메리 잭슨은 엔지니어가 되기 위한 불평등한 자격 요건인, '흑인이 수업을 듣는 것이 금지된 학교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 전공 학위 따기'을 만족하기 위해 법원에 선다.

 

도로시 본은 흑인 전산실 주임의 빈자리를 대신하지만, 그녀에게 돌아오는 것은 없고 뛰어난 계산 능력을 가진 기계 IBM의 등장으로 오히려 팀원 전체가 해고 위기에 처한다. 그녀는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팀원 모두에게 컴퓨터 언어를 가르친다.

 

'그러려니 해요'라는 말이 매번 그녀들의 앞길을 막지만, 그들은 결코 굴하지 않는다.

'나사'에선 모두가 같은 색 소변을 본다

영화 ‘히든 피겨스(Hidden Fi

NASA의 총 책임자 '해리슨'은 총 책임자라는 지위가 무색하게도, 사무실에 유색인종 전용 커피포트가 있다는 사실조차 가장 늦게 알게된다. 백인들의 위계질서, 그 속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는 해리슨이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이상 사무실에서 가장 하위 계층으로 취급받는 캐서린이 겪는 초고를 알 리가 없다.

 

모순적이게도, 캐서린이 흑인이라는 이유로 동료들에게 차별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장 늦게 알아차린 그 해리슨이 '변화의 시작점'이 된다. 해리슨은 더이상 유색인종만 사용하는 화장실 같은 것은 없다고 선언하고, 모두가 이 규칙에 순응한다. 여기에서 드는 의문점은, '과연 캐서린이 이와 같은 행동을 했어도 모든 사람들이 이에 수긍했을까?' 이다. 내부 위계질서의 꼭대기에 위치한 해리슨이 한 행동이기에 모두가 별다른 저항 없이 따른 것이다. 즉, 해리슨이 가진 권력이 변화를 가능케 한 것이다.

 

영화는 해리슨이라는 등장인물을 통해 약자가 받는 차별이 사라지는 것이 정말 어려운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조직에서 권력을 지닌 자가 약자가 겪는 문제를 인식하고, 그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그것을 실천으로 옮길 확률. 그 세 단계가 모두 일어날 희박한 확률이 약자를 위한 변화가 일어날 확률이다.

‘그 때 그 시절’의 이야기?

영화는 1961년의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가 이 영화를 그저 과거의 이야기로, 인종차별을 아무렇지 않게 일삼던 부도덕한 시대의 이야기로 받아들인다면, 이 영화는 타인보다 뛰어난 개개인들의 일생 이야기에 그친다.

 

우리는 여전히 차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세상에 살고 있다. 오히려 차별의 기제들이 우리는 눈치채지 못 할 정도로 더욱 교묘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차별을 자행하는 주체가 되기 십상이다. 오늘날 흑인들은 흑인이라는 이유로 여전히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고, 여성들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개인이 가진 능력에 비해 다양한 분야에서 제한받고 있다. 정말 안타깝게도, 어쩌면 우리의 미래 또한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려니 하던 것을 그러려니 하지 않는 것. 그것이 변화의 시작이다.

 

최지연 에디터 wldus894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