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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아델라인 : 멈춰진 시간

by아트인사이트 (ART insight)

100년째 29살, 아델라인의 시간이 멈췄다.

아델라인 : 멈춰진 시간

우연한 사고로 늙지 않는 몸을 갖게 된 아델라인은 유일한 가족인 딸과 자신을 위해 10년 마다 신분을 바꾸며 자신을 쫓는 존재들로부터 도망 다닌다. 세월이 흘러도 아델라인은 여전히 29살에 머물러 있지만 딸은 나이를 먹어가며 아델라인의 친구가 되고, 엄마가 되고, 할머니가 된다. 아델라인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늙어가지 못하는 자신의 삶을 저주라 생각하고 괴로워하며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지 않으려 한다.

아델라인 : 멈춰진 시간

"평생 잊혀지지 않는 말을 해줘요."
"지금만 생각해요."

하지만 사람 마음이 어디 제 맘대로 되겠는가. 새해 전야파티에서 앨리스라는 남자가 그녀에게 다가오고 아델라인도 차마 그를 내치지 못하며 괴로워한다. 매일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미래만 생각하느라 현재에서 도망치기만 했던 아델라인에게 엘리스는 ‘지금’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깨우쳐주고 둘은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된다.

 

아델라인의 시간이 멈추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에선 아쉬움을 느낄 수 있다. 나레이션으로 무슨 전류가 어쨌다니 무슨 법칙이 어쨌다니 하면서 찬물에 밥 말아먹듯 후루룩 지나가는데 그냥 말을 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만 들 뿐 머릿속에 들어오는 내용은 하나도 없었다. 실제로 지금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내용도 저런 식이다. 마블이나 디씨의 유명한 히어로물에서 왜 히어로들이 이렇게 되었는지 친절히 설명해주는 것에 비하면 불친절하긴 하다. 하지만 이것은 영화의 주 내용이 아닌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한 하나의 장치일 뿐 너무 집착하진 말자.

아델라인 : 멈춰진 시간
아델라인 : 멈춰진 시간

그렇다고 해서 스토리의 짜임새나 미쟝센의 활용도가 탄탄한 것도 아니었다. 특히 190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시대별로 조각난 사진들을 이어 만든 포스터를 보고 시대별로 미쟝센을 어떻게 표현해냈을까 기대를 하고 봐서 그런지 실망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물론 시대별로 아델라인의 스타일링이나 화장법이 바뀌기는 했지만 기대한 것에 비해 그러한 것들을 보는 맛은 좀 떨어졌다.

 

스토리든 미쟝센이든 아쉬운 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봐야하는 이유를 꼽자면 배우이다. 아델라인을 연기한 블레이크 라이블리는 <청바지 돌려입기>, <가십걸>로 유명하다. 하지만 두 작품 다 보지 못한 나에게는 낯선 배우였다. 나와 같이 블레이크를 처음 본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그녀에게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이미 알고 있던 사람들은 더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될 것이다.

아델라인 : 멈춰진 시간

블레이크는 29살의 외모로 100년을 살아온 아델라인이라는 캐릭터를 100% 표현해냈다. 외적인 면은 아름다운 20대의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도 사람 자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 자체가 그녀를 마냥 어리게만 보이지 않게 한다. 아델라인과 사랑에 빠진 남자들을 보면 아델라인 보다 액면가는 더 나가 보이지만 그녀 옆에 있으면 어딘가 모르게 어리게 느껴진다. 블레이크는 여유 있는 듯 나긋한 목소리와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한 깊은 눈으로 아델라인을 연기함으로써 그녀가 100 여 년간 겪어 온 세월을 관객이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아름답다’

영화 자체에 특출 난 미쟝센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러브스토리의 설득력도 높은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나서 남겨진 느낌은 ‘아름다운 영화’이다. 그 이유는 주인공인 아델라인 자체가 미쟝센이 되고 스토리가 된 영화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112분의 러닝타임 동안 아름다운 그녀를 보고 있으면 영화 속 남자들이 백년에 걸쳐 그랬던 것처럼 당신도 그녀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수정 에디터 pinknugge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