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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형식의 틀을 깨는 응용 미술관, 오스트리아 MAK

by아트인사이트 (ART insight)

완벽함과 투박함, 그리고 자유로움

 

지금까지 내가 가본 미술관 중 가장 좋았던 곳을 꼽으라 한다면, 나는 망설임없이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있는 응용미술관 MAK과 파리의 퐁피두센터를 꼽을 것이다. 전시 공간마다, 섹션마다 다른 컨셉으로 디자인되어 있었고, 실험적인 작품들이나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특히 좋았던 점은 '친절함'이 느껴졌다는 것이다. 대중들에게 어떻게 하면 ‘잘’ 보여줄 수 있을까에 대한 전시 디자이너의 깊은 고민이 느껴지는 미술관이었다.

응용미술관 MAK - Museum of Applied Arts

처음에 이 박물관이 눈에 들어왔던 이유는 응용미술관이라는 이름이 특이해서였다. 응용 미술이라는 단어는 처음 들어보는 것이라 무엇을 전시하는 곳일지 궁금했다. 응용미술은 말 그대로 미술을 응용한 것이다. 실생활에 주로 쓰이는 물건들을 미술과 결합하여 디자인한 것으로, 예술 작품과는 다르게 실제적인 효용에 목적을 둔 미술이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위치한 응용미술관 MAK

산업디자인, 그래픽 디자인, 패션 디자인, 인테리어 디자인, 장식 미술, 실용 미술 등의 분야를 응용 미술로 간주하고 있고, 도자기, 직물, 가구, 장난감, 영화 포스터, 오래된 광고 등 우리가 사용하고 소비하는 것들이 그 예시이다.

완벽한 아름다움을 전시하다.

박물관 중앙에 의자를, 가장 자리엔 장롱, 화장대 같은 다른 가구를 두었다. 각기 다른 의자 밑에 유리 판을 깔아서 통일감을 주면서 의자로 시선을 끌어들인다. 전체적인 모양과 색감이 천장과 조화를 이뤄 공간의 분위기가 풍부해졌다. 한 방향이 아닌 지그재그 모양으로 의자를 전시해 두어 좀 더 재미있는 느낌이다.

MAK의 의자 컬렉션

사실 그림자를 통해 의자의 그림자를 보여주지 않았더라면, 아무도 이 의자컬렉션에 관심을 갖지 않았을 것 같다. 의자의 색, 모양, 재질이 모두 제각각이라 의자 자체를 보여주는 전시였다면 중구난방의 느낌이 강했을 것이다.

그림자로 통일감을 주다.

하지만 이렇게 그림자를 통해 색과 재질을 통일 시켜 의자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모양'에만 초점을 두게 하는 이 방식은 의자들이 가지고 있는 각기 다른 모양을 재미나게 드러냄과 동시에 각잡힌 통일감과 공간적인 안정감을 준다.

부드러운 무게감

정말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조명과 색 그리고 곡선과 직선의 배치가 정말 조화롭고 균형잡힌 느낌이었다. 따뜻한 베이지 색의 조명은 카펫의 부드러운 텍스쳐와 잘 어우러졌고, 소파의 딥한 버건디 컬러와, 벨벳소재의 고급스러움은 이 공간을 좀 더 고풍스럽게 만들어 주었다.

 

전시형태에 있어서, 크고 유연성있는 카펫의 특성을 잘 고려하여, 빳빳하게 와이어로 고정을 시켜 '사선'으로 비스듬하게 매달아 둔 것은 정말 좋은 공간배치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사람들은 좀 더 카펫 디자인에 편하게 집중해서 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특히, 카펫 밑에 있는 곡선 형태의 하얀 판은 자칫하면 뻣뻣하게 느껴질 수 있는 전시를 좀 더 부드럽게 해준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이렇게 부드럽지만 무게감 있는 전시 디자인은 동서양의 문화교류를 보여주는 카펫의 역사성과 깊이감을 더 돋보이게 만들어 준다.

동양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다.

동양의 목조 건축물을 연상시키는 나무 프레임과 바닥 마감재

일반적인 전시 스타일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나무 프레임으로 기둥을 만들고, 천장을 만들고, 길을 만들어 사람들이 길을 따라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끔 디자인되어 있다. 마치 전체적인 느낌이 한국의 한옥과 일본의 목조 건축물을 연상시킨다. 하얀 시멘트 벽에, 정돈되고 깔끔하게 작품이 배치되어 있는 전시 형태에 익숙했었던 터라, 이 전시 공간 특유의 자유로움과 과감함이 새롭게 다가왔다.

유리에 작품 설명을 적는 과감함

보통의 경우라면 만지지 말라는 스티커가 붙어있을 유리에, 저렇게 작품 설명을 적어 두는 저 과감함이 특히나 마음에 들었다. 삐뚤삐뚤하고 길게 튀어나온 나무 프레임의 투박함과, 친근하고 인간적인 글씨체는 ‘미술관은 정적이고, 진지하며 어렵다.’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것 같아 보였다.

창의적인 방식으로 역사를 재해석하다.

보통 불상이라하면 숭고하고 장엄하며 웅장한 느낌이 연상되기 마련인데, 이렇게 아무렇게나 툭.툭. 나무판을 쌓아두고 그 위에 불상을 올려두다니. 처음보는 전시 아이디어였다. 또 저 두개의 불상이 마주보고 있는 배치 또한 일반적인 상식과 기대를 깬 기발한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박물관은 작품이 가진 아름다움을 공간을 통해 섬세하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전시 디자인과 공간 디자인에 특히나 더 눈길이 가는 곳이었다. 평범해 보일 수 있는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고,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여 방문객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일. 이것이 바로 전시 디자이너가 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그 전시를 통해 작품의 가치가 올라가고 관람객들이 이를 통해 새로운 영감을 얻게 된다면, 그만큼 전시 디자이너에게 뿌듯한 일이 있을까?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꼭 한 번 비엔나 응용미술관 MAK에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조어진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