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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딱 2분만 이 게임을 하면,
당신은 치매 연구를 도울 수 있다

by베네핏

2016년 5월, 앱 스토어에 게임이 하나 출시되었다. 개발자는 올해 말까지 10만 명이 이를 이용해보는 것이 목표라는 이야기를 전했고 몇몇 언론이 해당 소식을 다루었다. 그리고 지난 11월, 다시 몇몇 언론이 이 게임을 기사화했다. 10만 명이 목표라던 해당 게임의 이용자가 출시 5개월 만에 240만 명에 달했다고 말이다.

목표치를 약 250% 초과 달성한 이 게임의 이름은 ‘Sea Hero Quest’. 플레이어가 직접 선원이 되어 바다를 탐험하고 각종 장애물을 헤쳐나가는 게임이다. 겉으로 보기엔 여느 탐험 게임과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이 게임이 반향을 일으킨 데는 사실 비밀이 있다. 당신이 선원이 되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한때 바다를 유랑하던 항해사의 아들로, 아버지는 지금 기억을 잃어가고 있다. 아버지의 기억을 찾기 위해 당신이 해야 하는 일이 있으니, 바로 한때 그가 주름잡던 바다 곳곳을 직접 탐험해 나가는 것. 총 75개의 스테이지에서 당신이 장애물을 해결해 나가면 할수록 아버지는 기억이 되돌아온다.

딱 2분만 이 게임을 하면, 당신은

여기서 하나 더, 당신의 플레이를 통해 실제 치매 환자의 치료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

 

사실 ‘Sea Hero Quest’는 영국의 치매 연구학회와 독일의 통신회사, 게임 개발사 그리고 몇몇 신경과학자들의 합작품이다. 치매는 그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기타 질병보다 연구비 지원 등이 부족한 분야로, 연구자들은 언제나 충분한 자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치매의 초기 증상 중 하나인 길을 잃어버리는 일에 대하여 일반인과 치매 환자 사이에 뚜렷한 구분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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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 Hero Quest는 바로 이를 해결하는 게임으로, 길을 잃어버리거나 장애물을 만나는 상황에서 일반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기록하고 이를 치매 환자와 비교하는 것이 목적이다. 단계마다 플레이어는 한 장의 지도를 건네받는데, 지도의 모양을 기억하고 순서대로 부표를 찾아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들의 반응은 500m마다 연구자에게 전달되며 이러한 자료는 초기 치매 진단을 위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는 데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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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통한 자료수집이 치매 연구에 막대한 기여를 한 지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양’이다. 그동안 플레이어들은 Sea Hero Quest 안에서 약 65년의 세월을 보냈는데 이는 현실에서 9500년간 실제 연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자료의 양과 맞먹는다. 대부분의 과학자가 연구에 어려움을 겪는 요소 중 하나가 시간으로, 특히나 실험에 참여해줄 사람들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란 점을 고려한다면 이는 유의미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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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언어와 지역적 장애물’을 극복한 것이다. 직관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에서는 어려운 전문 용어를 각 나라의 언어로 설명하거나 멀리 비행기를 타고 날아갈 필요가 없다. 참여자 각자가 언제 어디서나 별도의 도움 없이 원하는 시간에 게임이자 실험에 참여할 수 있다. 실제로 Sea Hero Quest는 무려 193개국에서 250만 명에게 이용되었는데, 덕분에 어마어마한 연구 비용 절감 효과가 있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뿐만 아니라 게임은 당신의 성별과 나이, 거주지역 등을 묻는데 이를 통해 그에 따라 길 찾기 능력이 어떻게 다른지 미묘한 차이를 분석할 수 있다. 이들이 밝힌 결과에 따르면 인간의 길 찾기 능력은 19세 이후부터 감소하며 남성은 여성보다 특정 상황에서 더 길을 잘 찾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또한, 핀란드나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의 길 찾기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나왔다. 이러한 내용이 향후 어떻게 활용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250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조사인원수를 기반으로 기존에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를 단숨에 뒤집었다는 점에서 그 가능성은 무한해 보인다.

 

연구 및 개발진은 앞으로 2년 동안 계속해서 자료를 분석할 예정이며 Sea Hero Quest를 치료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버전을 준비 중이다. 그때는 해당 게임을 통해 치매 초기 진단까지 가능한 것은 물론 예방 기능까지 기대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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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게임은 천덕꾸러기로 치부하기엔 꽤 유용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적잖이 문제 해결에도 기여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일명 ‘최순실 게이트’를 둘러싼 청문회에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여명숙 위원장 역시 게임의 가치에 대해 설파해 왔다.

 

인터뷰에서, 여명숙 위원장은 ‘가상현실의 일부인 게임은 가짜가 아니라 현실의 확장으로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며, ‘게임은 장난 같지만, 장난이 아니고 게임으로 교육, 의료, 운동 등 모든 것을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 Sea Hero Quest는 게임을 통한 가상현실이 의료를 대체한 사례로 치매를 해결하는 단단한 초석을 쌓는 데 기여했다. 이제 게임은 단순히 엄마의 잔소리 대상이 아니다. 현실 속 다양한 문제의 해결책, 그 실마리가 당신 손안의 가상현실에 놓여있다.

 

Images courtesy of Sea Hero Quest

 

에디터 이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