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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동성애가 정상이고 이성애가 비정상인 세상, 어떤 모습일까?

by베네핏

이런 세상이 있다. 동성애가 정상이고 이성애가 비정상인 세상. 모든 부부는 레즈비언이거나 게이다.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소꿉놀이를 하며 엄마와 엄마 혹은 아빠와 아빠를 정한다. 누군가 짝이 맞지 않으니 엄마와 아빠로 부부를 하면 어떨까 하고 의견을 내면 ‘역겹다'는 소리를 듣는다. 동네에 이사 온 한 이성애 커플을 마주한 주민들은 아이들에게 ‘그 집 근처에도 가지말라'고 단단히 주의를 준다. 단편영화 'Love is all you need?(사랑만 있으면 되나요?)'가 그리는 세상이다.

미국의 킴 로코 쉴즈 감독 연출의 20분 남짓한 이 짧은 단편영화에선 이성애자가 성소수자가 되어 겪는 다양한 불평등과 차별을 보여준다. 예를 들면 이성애를 뜻하는 헤테로(Hetero)를 이마에 써 사람들에게 강제 아웃팅(성소수자의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에 대해 본인의 동의 없이 밝히는 행위)을 한다던가, 너는 죽어야 한다면서 변기에 얼굴을 박는 물고문도 서슴지 않는다. 목사는 이성애를 추구하는 행위는 씻을 수 없는 죄로, 죽으면 지옥에서 불타게 될 것이라는 저주를 퍼붓는다.

동성애가 정상이고 이성애가 비정상인
동성애가 정상이고 이성애가 비정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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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나오는 괴롭힘 장면들은 미국에서 실제 일어난 사건을 토대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부모와의 갈등, 친구들의 따돌림, 사랑하는 이의 배신, 이성애를 치료 가능한 병으로 보는 시선까지. 단지 다른 성별의 사람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나를 손가락질한다면, 내가 그들을 어떻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 더 나아가서 이 문제는 과연 누군가를 이해시켜야만 하는 일일까? 다양한 고민과 물음이 머리와 마음을 짓누른다.

동성애가 정상이고 이성애가 비정상인

이런 고민이 머릿속을 스치는 동안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하는 것에 동반하는 수많은 차별과 갈등은 성소수자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실제로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한국 LGBTI커뮤니티사회적욕구조사(나영정 등, 2014)에서는 LGBTI라는 점 때문에 차별이나 폭력을 경험한 사람들 중 자살시도와 자해시도 비율이 각각 40.9%와 48.1%로 나타났다. 이는 차별이나 폭력 경험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들(각각 20.7%, 26.9%)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치다. 특히 청소년(18세 이하)의 경우 45.7%가 자살시도를 한 적이 있고, 53.3%가 자해를 시도한 적이 있다고 한다.

 

로코 쉴즈 감독은 독특한 역발상을 보여준 이 영화를 통해 사람은 누구나 ‘그들이 어떻게 보이는지' 혹은 ‘누구를 사랑하는지'와 관계 없이 평가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동시에 다양성에 대한 포용 없는 학교 내 따돌림 역시 당장 멈춰야 하는 심각한 문제로 규정한다.

동성애가 정상이고 이성애가 비정상인

사람들은 이제까지 너무 쉽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해왔다. 당사자가 아니면서 누군가의 삶을 재단하고, 감히 해결책을 제시하고,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우리 모두가 같은 삶을 살 수는 없기에 아마 남은 평생 역시 그렇게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번만 내 입장에서 생각해주세요'라는 말을 귀담아들을 줄 안다면, 그리고 한 번이라도 그렇게 해본다면 혐오와 분노, 원망이 담긴 거친 말들은 이해와 연대, 희망의 단어들로 변해가지 않을까. 차별 없는 세상은 서로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될 것이다.

성소수자 자살예방센터 핫라인 (24시간 상담) : 1577-0199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 : 02-924-1227

Images courtesy of Love is all you need?

 

에디터 성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