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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절세극장

빵집 아내의 수상한 재테크

by비즈니스워치

빵집은 남편 명의

주식·토지는 아내 명의 국세청 증여세 추징

심판청구 '기각' 결정


"얘들아, 아빠가 새로 만든 웰빙 녹차빵이란다."


"꼭 시루떡처럼 보이는데 맛있어요."


"쌀로 만들어서 그렇단다. 내일은 호두와 복분자 빵을 만들어보마."


서울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빵을 만드는 제빵 명장입니다. 아무도 따라할 수 없는 제빵 노하우를 바탕으로 기발한 빵들을 만들고 있는데요.


그가 만든 빵은 동네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주문이 빗발칠 정도로 유명합니다.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워낙 맛이 좋기 때문에 단골손님만으로도 일손이 딸릴 지경이죠.

빵집 아내의 수상한 재테크

이미 제빵업계에서도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하는 그도 가족이 없었다면 이 정도까지 성공하진 못했을 겁니다. 아내는 개업할 때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빵집에 나와 매장관리와 청소, 인터넷 주문·배송까지 도맡았고 자녀들까지 매장에 나와 일을 거들었습니다.


수많은 신제품을 개발하면서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가족의 힘으로 이겨낼 수 있었죠. 이모씨는 나이가 들면서 점점 노후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는데요. 평소 재테크에 관심이 많았던 아내가 바쁜 남편을 대신해서 투자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여보! 일단 주식부터 시작해봐요. 친구들이 추천한 종목이 있어요."


"주식도 좋지만 노후를 위해 땅도 좀 샀으면 좋겠는데."


"알았어요. 돈은 적금 통장에서 뽑아 쓸게요."


아내는 지인으로부터 권유 받은 비상장 기업의 주식 2500주를 먼저 산 후 1년 사이에 토지 5건을 자신의 이름으로 계약했습니다. 총 투자금액이 10억원을 넘을 정도로 규모가 컸는데요. 부부가 함께 빵집을 운영하면서 모아둔 자금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남편도 아내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지원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내의 투자는 놀라운 성과를 보였습니다. 아내가 투자했던 기업이 상장하면서 주식 가격이 단숨에 2배로 올랐습니다. 노후를 대비해 매입했던 토지도 주변이 전원주택 단지로 개발되면서 가격이 꽤 올랐죠.


하지만 아내가 보유했던 부동산이 국세청의 레이더망에 걸리면서 삐걱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국세청은 부동산 투기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에 나섰고 취득자금이 불분명한 아내를 투기 혐의자로 지목했는데요.


아내뿐만 아니라 남편의 지난 5년간 부동산 거래내역과 재산변동상황을 분석한 결과 증여세를 탈루한 것으로 판정했습니다. 남편이 아내에게 투자자금을 증여했고 세금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였죠.


"제가 모은 돈으로 땅을 샀는데 증여세가 웬말인가요."


"사모님 남편이 유명한 제빵사 아닙니까. 빵집도 남편 명의잖아요."


"남편은 빵만 만들고 나머지 매장관리는 제가 다 했어요."


아내는 국세청을 상대로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비록 빵집이 남편 명의로 돼 있지만 사실상 공동사업이라고 주장했는데요. 고객응대와 전화·인터넷 주문, 원재료 구입, 직원관리까지 모두 아내가 도맡았고 주말도 없이 새벽배송까지 전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국세청은 아내의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제빵업계에서의 독보적인 지위와 성공은 남편의 노력으로 이뤄진 것이고 아내는 직원에 불과했다는 겁니다. 10억원을 받을만큼 사업에 기여하진 않았다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었습니다.


국세청은 아내가 물려받은 재산 10억원 가운데 배우자 증여재산공제 6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4억원에 대해 증여세 7000만원을 추징했습니다. 아내는 국세청의 과세 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습니다.


심판원은 국세청의 과세가 맞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내가 제빵사업에 기여한 것은 인정하지만 공동사업까지는 아니었다는 판단입니다. 남편의 재산형성에 기여한 부분은 이미 배우자 증여재산공제(6억원)에 반영됐다는거죠.


심판원 관계자는 "공동사업을 입증하려면 아내의 이름이 기재된 계약서나 주문서, 거래계좌, 수첩 등이 필요하지만 전혀 관련자료가 없었다"며 "아내가 국세청에 신고한 소득도 미미한 점을 볼 때 증여세 과세는 잘못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절세 Tip

국세청에 신고한 소득금액이 재산을 취득한 금액보다 적은 경우에는 취득자금을 증여 받은 것으로 추정한다. 아내가 부동산을 취득하기 전 10년간 국세청에 신고한 소득금액은 수천만원에 불과했기 때문에 10억원의 재산을 자력으로 취득한 것으로 인정 받지 못했다. 따라서 거액의 재산을 취득할 때 증여세 과세를 피하려면 소득과 재산상태, 직업, 연령 등을 통해 취득자금의 출처를 소명할 수 있어야 한다.

[비즈니스워치] 임명규 기자 seven@bizwat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