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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남의집살이 in 유럽 ③

[남의집살이 in 유럽]③"집주인에겐 임대료가 인센티브죠"

by비즈니스워치

"월세, 연 5% 인상 가능…4년여간 한번도 올린적 없어" "10유로 더 받는 것보다 안정적으로 월세 받는게 중요" [비즈니스워치] 노명현 기자 kidman04@bizwatch.co.kr


[뮌헨=노명현 원정희 배민주 기자] "집주인들은 임대료를 받으면서 경제적인 이익을 취하고 있지 않나요? 그런데 어떤 인센티브가 더 필요할까요?"(윌터 데브리스 독일 뮌헨 공대 토지관리학과 교수 인터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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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13일, 국토교통부는 '임대등록 인센티브' 대책을 발표했다. 수면 아래에 있는 임대사업자들에게 수면 위로 올라오면 그만한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우리나라는 전적으로 시장에 의해 임대료(월세, 전세 등)가 결정되고, 계약기간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많다. 이에 정부가 임대인들에게 세제 혜택을 줄테니 임차인에게 안정적인 거주 환경을 제공해달라고 요청한 셈이다.


독일에서라면 이런 정책은 애초에 생각조차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독일은 우리나라처럼 민간 임대시장 규모가 크지만 임차인 보호제도는 한국과 차이가 크다. 무엇보다 집주인이 세입자를 바라보는 시각부터 다르다.


'임차인을 보호하는 만큼 임대인을 위한 혜택은 없는가'에 대한 질문에 '임대료 꼬박꼬박 받는 게 얼마나 큰 혜택인데 어떤 인센티브를 더 줘야 하는가'로 답하는 독일. 실제 세를 놓고 있는 임대인들의 생각도 그러한지 궁금했다.


현지 통역사를 통해 예정에 없던 인터뷰를 추진했다. 뮌헨 근교(게머링 지역·메트로 40분 거리)에서 임대사업을 하고 있는 마틴 브렌델(Martin Brendel)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이다.


-임대사업을 시작한지는 얼마나 됐나?

▲2014년 8월 집을 매입했고 11월에 구매한 집으로 이사 했다. 그 해 12월부터 이 집의 일부를 임대하기 시작했다.


-임대사업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집의 일부분을 임대하기 시작한 것은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을 빨리 갚기 위해서다. 실제 임대로 발생하는 추가 수익으로 매달 내는 대출 상환액을 갚는 것이 더 수월해졌다.


또 다른 이유는 넓은 집을 활용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은 방이 다섯개라 우리 가족(갓난 아기 포함 3명)이 쓰기에는 남는 공간이 많았다. 이를 활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독일은 임차인에 대한 보호가 잘 돼 있다. 임대를 하게 되면 집주인 입장에서 법적으로 제한을 받는 것이 있나?

▲임대차 계약시 법적으로 임대 기간을 적시하는 정확한 날짜가 계약서에 적혀 있어야 한다. 따로 계약을 종료하지 않은 상황에서 상호 계약된 임대 기간이 만료되면, 임시 임대 계약은 자동으로 영구 계약으로 전환된다. 실제 독일에서는 대다수 임차인이 기간 한정없이 집을 임대할 수 있다.


다만 부득이한 경우에는 임대를 종료할 수 있는데 두가지 정도의 경우에만 계약 종료가 가능하다. 집주인이 임대를 했던 집에 본인이 직접 거주하기를 원하면 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 또 집을 리모델링 하거나 철거하게 됐을때 정도다. 이 경우 세입자가 새 집을 구할 수 있도록 오랜시간 전에 계약 종료를 통보해야 한다.


-임대료 상한선이 있다고 들었는데 임대료 인상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이론적으로는 3년에 걸쳐 15% 인상 할 수 있다. 즉 1년에 5% 인상이 가능하다. 하지만 표준임대료(Miet spiegel,미트 슈피겔)보다 더 높게 책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통상 상한선까지 임대료를 인상하는 것인가?

▲아니다. 우리 부부는 한번도 임차인들의 임대료를 올린 적이 없다. 한달에 10유로를 더 받는 것보다, 좋은 임대차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보장된 임차인으로부터 안정적으로 임대 수익을 얻는 게 임대인 입장에서 이익이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뮌헨처럼 집이 많이 부족한 도시에서는 임대인들이 최대 허용치보다 더 높이 책정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집을 구하기가 매우 힘든 상황이라 임대료를 인상해도 임차인들이 불만을 표시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현재 브렌델씨는 월 임대료로 500유로(66만5000원, 전기요금 포함)를 받고 있으며 임대업을 시작한 이후 이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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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뮌헨의 한 주택가(사진: 배민주 기자)

-임대료 인상때 임차인과 협의 하는지, 아니면 집주인이 결정하는지?

▲법적인 틀 안에서(정해진 범위 안에서) 임대료 인상권한은 전적으로 임대인에게 있다.


-집주인 입장에서 지금의 임대료 수준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 적절하게 시장 가격에서 임대료가 책정돼 있다고 본다.


-임차인 보호는 법적으로 잘 돼 있다고 하는데 상대적으로 임대인이 불리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임대인으로서 임차인과 비교 했을 때 다소 불리한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여러 채를 운영하는 대형 임대업자가 아닌 소규모 민간 사업자는 더 그렇다. 만약 임차인이 어떠한 이유로 임대료를 지불하지 못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임대인에게 오기 때문이다.


내 경우엔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임대인을 보호할 수 있는 법은 사실상 마련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운이 좋게도 아직 그런 일을 경험해본 적은 없다.


마지막 질문에 웃음으로 답했던 브렌델, 집주인 입장이기에 임대인을 보호하는 장치가 부족하다는 점은 지적했지만 임대인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화 여부에 대해선 크게 공감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가 세입자들과의 신뢰관계를 우선하면서 임대료를 올리지 않는 만큼, 세입자들도 임대료 지급 등에서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그저 돈벌이 수단이나 갑을관계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집주인은 집을 제공하고 세입자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는 상생의 관계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독일 임차인 보호제도의 시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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