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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지휘자의 오른손과 왼손, 그리고 눈의 역할

눈, 지휘자에게 가장
중요한 도구

by비즈니스포스트

눈, 지휘자에게 가장 중요한 도구

양 손과 더불어 눈은 가장 중요한 지휘의 도구다

공연장에서 연주자들의 음악에 도취된 듯한 몸짓에 현혹되어 본 적이 있는가. 대중음악이든 클래식이든 악기 연주자들의 현란한 동작은 관객으로 하여금 더 큰 감동과 흥분을 자아내기 마련이다.


그런데 모든 음악장르를 통틀어 악기 연주를 하지 않고 오직 몸으로만 청중에게 감동을 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있다. 심지어 등을 보이고 말이다. 바로 지휘자다.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어 보았을 로망. 오늘 그 비밀을 조금 공유하려고 한다.


지휘자는 절대 관객을 지휘하지 않는다. 연주자들을 지휘한다. 그럼 지휘자는 연주자들에게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정확한 박자와 큐(cue)는 물론이거니와 셈여림이나 연주기호, 그리고 음악의 프레이즈와 캐릭터까지. 연주자들에게 이 음악의 모든 것을 몸으로 전달해 주는 사람이 바로 지휘자다. 또한 연주자들이 자신을 믿고 좋은 소리를 내게끔 그들의 마음을 움직여야만 하는 의무를 가진 사람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바로 그 지휘자의 몸동작에 주목한다. 특히 몸 중에서도 팔에 주목하고 거기에서 음악을 함께 느낀다. 또한 지휘자의 표정을 보며 감동을 받는다. 지휘의 비밀은 바로 이것이다. 지휘는 무엇으로 하는가? 지휘는 바로 오른손과 왼손, 그리고 눈으로 하는 것이다.


지휘자에게 일단 기본은 몸통이다. 하체로부터 상체로 올라오는 몸통은 아주 큰 나무와도 같아야 한다. 하체를 어깨 비슷한 넓이로 꼿꼿하게 버티고 서서 자신이 가장 당당하고 크게 보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많은 지휘자들이 다리를 계속 움직이고 무릎을 구부정하게 서거나 자신도 모르게 박자에 따라 위아래로 흔들거리는 버릇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이것은 정말 주의를 필요로 한다. 지휘자 자신도 자신이거니와 그 지휘자를 보면서 연주하는 사람의 집중력을 흐트러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할 지휘의 도구를 알아보자. 지휘의 도구는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오른손과 왼손, 그리고 눈이다. 이 세 가지는 각각의 다른, 혹은 공통된 역할을 가지고 있다. 


일단 오른손의 역할은 누구나 다 아시다시피 정확한 박자를 젓는 것이다. 4/4박이건 6/8박이건 간에 정확한 박자와 템포를 알려주는 역할을 바로 오른손이 한다. 마치 메트로놈처럼 말이다. 거기에 손가락 끝부터 손목, 팔꿈치를 거쳐 어깨까지 있는 관절을 사용하여 셈여림이나 다른 음악적 표현을 더한다. 


혹시 왼손잡이라면? 마음 편하게 왼손이 그 역할을 대신하면 된다. 실제로 왼손잡이 지휘자도 있다.


오른손의 역할을 알아봤으니 이제는 왼손의 역할이다. 왼손도 가끔은 오른손과 함께 박자젓기를 할 수도 있다. 오론손과 왼손이 따로 움직이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왼손은 박자를 젓는 것이 아니라 큐(cue)를 주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또한 오른손만으로 부족한 셈여림이나 프레이즈 등 기타 음악적 표현도 왼손으로 한다. 즉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라는 말이 지휘에서도 꽤 비슷하게 들어맞는다.


가장 중요한 지휘의 도구, 바로 눈을 생각해 보자. 눈으로만 지휘할 수 있을까?

 

지휘할 수 있다. 많은 대가들이 자주 지휘봉을 놓고 표정만을 사용해서 지휘하는 경우를 우리는 꽤 많이 접한다. 쉽게 말해서 눈은 ‘마음의 창’이니까 눈빛에서 모든 것이 나올 수 있고 또 나와야만 한다. 지금 연주되는 음악의 캐릭터를 비롯한 모든 것이 눈에 다 담겨있어야 한다. 눈으로 각 악기에게 사인을 주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결심은 마음이 하게 마련이다.


아무리 오른손과 왼손 테크닉이 뛰어나도 눈빛으로 살아있는 음악을 표현하지 못하면 그 지휘자는 음악을 잘 모르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악보만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오른손과 왼손만 휘젓는 사람은 지휘자가 아니라 그냥 단순히 기계와도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가끔 실제로 지휘자가 그런 역할을 해야 하는 곡들도 있다.


눈과 오른손과 왼손, 앞으로 지휘자를 볼 때 이 세 가지를 조금 더 유심히 관찰해 본다면 음악을 재미있게 즐기는 데 조금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뭐 지휘 폼이 조금 어색하다고 해서 음악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음악은 소리예술이고 시간예술이니까.


김광현 777khkim@hanmail.net


지휘자 김광현은 예원학교 피아노과와 서울예고 작곡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서 지휘를 전공하였다. 대학재학 중 세계적 지휘자 샤를르 뒤트와에게 한국대표 지휘자로 발탁되어 제9회 미야자키 페스티벌에서 규슈 심포니를 지휘하였고, 서울대60주년 기념 정기오페라 '돈 지오반니'를 재학생 최초로 지휘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음대 지휘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필하모니, 로이틀링겐 필하모니, 남서독일 콘스탄츠 관현악단, 루마니아 크라이오바 심포니, 경기필, 부천시향, 원주시향, 과천시향, 프라임필 등을 지휘하였다.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부지휘자를 역임하였으며, 현재 원주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