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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조성진 열풍,
그렇다면 쇼팽은 누구인가

by비즈니스포스트

조성진의 쇼팽 콩쿠르 실황앨범 사려고 줄서...'조성진 키드' 나와야

조성진 열풍, 그렇다면 쇼팽은 누구인

쇼팽은 기교적으로도 매우 뛰어날 뿐만 아니라 매우 아름다운 멜로디 라인, 그리고 새로운 형식과 참신한 구성을 갖춘 피아노곡을 썼다.

얼마 전, 세계적인 음반사 도이치 그라마폰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쇼팽 콩쿠르 우승기념 실황앨범이 발매되었다. 그런데 국내 음반 발매 당일, 정말 유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아이돌이나 팝스타의 음반 발매일도 아닌데 사람들이 새벽부터 줄을 서서 클래식 음반의 발매를 기다리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심지어 클래식 음악에 별 관심도 없던 사람들까지 궁금증에 이 음반 발매를 기다렸다고 하니, 조성진의 쇼팽 콩쿠르 우승 이후 갑자기 불어닥친 이 광풍이 과연 클래식 음악계에 새 바람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지난 주말에는 공중파 방송에서 조성진 스페셜도 방송되고 말이다.


여기서 클래식을 모르는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할만한 이야기를 잠시 해보자. 그럼 도대체 쇼팽은 누구인가. 피아노를 치는 사람들도 쇼팽의 방대한 피아노곡들만 쳤을 뿐, 정작 쇼팽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피아노의 시인이라고 불리는 프레데릭 프랑수아 쇼팽(Fryderyk Franciszek Chopin, 1810 ~ 1849)은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 근처 젤라조바 볼라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프랑스어 교사였으며 어머니는 귀족 출신의 피아니스트였다고 한다. 6세 때부터 피아노를 시작했으며, 8세 때 이미 신동으로써의 명성을 얻었다. 14세 때에 최초로 작곡을 시작했으며, 20세에 그 당시 음악의 중심이었던 빈을 거쳐 마침내 파리로 진출하게 된다.


사실 처음에는 폴란드 출신의 무명의 피아니스트에게 파리 사교계는 그다지 관대하지 않았으나, 점점 그의 천재성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프란츠 리스트의 지지를 받아 마침내 파리에서 그 입지를 확고하게 다지게 된다.


쇼팽 하면 조르주 상드라는 여류 작가를 빼놓을 수 없다. 사랑에 빠진 그들은 마요르카 섬에서 함께 지내기도 하였으며, 많은 사랑을 받아서인지 그 기간 동안 쇼팽은 최고의 작품을 연달아 작곡했다. 하지만 화려한 생활을 좋아하는 상드와 조용하고 내성적인 쇼팽은 파리로 돌아가 결국 헤어지고 말았고, 예전부터 앓고 있던 결핵과 영국 여행의 과로로 쇼팽은 39세를 일기로 숨을 거두고 만다.


쇼팽은 몇몇 개의 관현악곡이나 실내악곡, 가곡 등을 제외하고는 거의 피아노곡만 작곡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아노 협주곡과 소나타 외에도 에튀드(연습곡), 즉흥곡, 폴로네이즈, 마주르카, 녹턴, 왈츠, 전주곡, 스케르초, 그리고 발라드 등 쇼팽이 새롭게 개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피아노곡들이 무궁무진하다.

  

그는 최정상급 피아니스트로써의 기교뿐만 아니라 뛰어난 음악성으로 최고의 작품을 연이어 발표했고, 이 작품들은 지금까지도 많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사실 기교가 뛰어났던 작곡가들의 곡들은 말 그대로 기교만 돋보이게 작곡되었을 뿐 작곡에만 전념한 다른 작곡가들에 비해 작곡법적으로나 음악적으로 부족한 면모를 보이는 곡들이 많다. 하지만 쇼팽의 곡들은 기교적으로도 매우 뛰어날 뿐만 아니라 매우 아름다운 멜로디 라인, 그리고 새로운 형식과 참신한 구성으로 피아노곡의 신세계를 개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심자들에게 먼저 추천하고 싶은 곡들은 일단 쇼팽의 협주곡과 발라드, 그리고 녹턴이다. 협주곡은 총 두 개가 있는데, 역시 쇼팽 콩쿠르 우승자 출신의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협연하고 한때 그의 남편이기도 했던 마에스트로 샤를르 뒤트와가 지휘한 음반이 유명하다. 


쇼팽의 발라드는 그의 화려한 기교와 뛰어난 음악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곡으로 총 4곡이 있으며, 녹턴은 말 그대로 아름답고 때로는 슬픈 멜로디가 돋보이는 감성적인 곡으로 모두 20곡이 있다. 


위에서 언급한 아르헤리치 뿐만 아니라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마우리치오 폴리니, 에프게니 키신, 머레이 페라이어 등 어떤 유명한 피아니스트의 음반을 들어도 쇼팽 음악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워낙 그 작품 자체가 완벽하고, 그만큼 해석의 여지도 많기 때문이다. 독주곡들의 음반은 너무 많아서 이 선택은 여러분들에게 맡긴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대중음악과 마찬가지로 스타 시스템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는 국내 클래식 음악계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일각에서는 조성진이라는 빅 스타 한명이 나타난 것뿐이지, 클래식 음악계 전체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조금 다른 생각이다. 박찬호, 박세리, 그리고 박지성 키즈를 보라. 좋아하는 스타를 롤 모델로 하여 자란 청소년들이 지금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을 빛내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조성진 키즈가 생기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 (필자도 사실 정명훈 키즈였다) 


많은 아이들 그리고 청소년들이 조성진을 보고 그를 꿈꾸며 피아노라는 악기에 새롭게 관심을 보이고, 또 올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 한국인 최초 우승자인 임지영을 롤 모델로 하여 바이올린을 시작한 아이들이 많아진다면, 대한민국은 클래식 음악 강국으로써 한걸음 더욱 나아갈 것이라 감히 확신한다.


김광현 777kh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