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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채지형의 여행살롱 29화

태초의 아름다움, 지금 만나러 갑니다 - 울릉도 걷기 여행

by채지형

태초의 아름다움, 지금 만나러 갑니다

아늑한 울릉도의 숲길

배를 탄 지 얼마 되지 않아 뱃속이 뒤엉키는 묘한 경험이 시작되더군요. 말로만 듣던 멀미에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이 다가왔습니다. 몰랐던 것은 아닙니다. 험한 파도를 만나면, 보통 고생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죠. 그런데도, 울릉도행 배에 몸을 실을 이유는 태초의 순간을 고스란히 간직한 원시림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어요.

 

실제로 그랬습니다. 울릉도 나리분지에서 알봉분지를 거쳐 성인봉에 오르기까지 만나는 자연은 아마존 정글이 부럽지 않을 정도더군요. 이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맑고 신선한 공기를 가슴 깊이 들이마시는 순간, 온몸이 새로운 에너지로 가득 찬 것이 느껴지더라고요.

태초의 원시림을 만나는 길, 성인봉 트레킹

태초의 아름다움, 지금 만나러 갑니다 태초의 아름다움, 지금 만나러 갑니다

성인봉에 오르는 등산객

울릉도 면적은 약 73km². 1,845km²에 이르는 제주도보다 넓이만 보면 무안할 정도로 자그마합니다. 그러나 실제 한 바퀴 돌아보면 볼 것이 어찌나 많은지 작다는 생각이 들지 않더군요. 볼 것 많고 할 것 많은 울릉도에서도 꼭 추천해드리고 싶은 여행은 걷기 여행이에요.

 

멋진 트레킹 코스가 곳곳에 숨어 있을 뿐 아니라 해안가를 따라 그림 같은 길이 이어져 있기 때문이죠. 가볍게 산책하고 싶다면 선착장 뒤편에 난 좌안 해안도로를, 땀 한번 쭉 빼고 싶다면 성인봉 트레킹 코스를, 울릉도의 내밀한 곳을 보고 싶다면 울릉도 사람들의 애환이 담긴 옛길 내수전길을 걸으시면 된답니다. 또 색다른 맛을 느끼고 싶다면 밤에 한 번 나와 보세요. 가로등이 낭만적으로 바다를 밝히고 있을 때 해안 산책로를 오붓하게 걷다보면, ‘아, 좋다’는 행복감이 밀려들 테니까요.


어느 것 하나 사랑스럽지 않은 길이 없지만, 성인봉 트레킹은 울릉도 트레킹 코스의 백미입니다. 원시림 때문이죠. 인공적인 식물원이 아닌 있는 그대로 살아있는 자연림이에요. 수 천 년을 이어온 식물이 지천으로 널려있어, 그 안에 있는 것만으로도 황홀하죠. 식물들의 세렝게티라고나 할까요. 성인봉 원시림에는 섬피나무, 두메오리나무, 섬단풍나무를 비롯해 고비, 고사리 등의 양지식물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천연기념물 제189호로 지정될 정도로 귀한 곳이죠. 푸른 빛에 둘러싸인 숲의 싱그러움은 트레킹 하는 내내 즐거움과 특별한 경험을 선사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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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성인봉 정상 (오른쪽) 성인봉의 푸르름

나리분지를 거쳐 알봉분지를 지나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면 그 가파름에 웬만한 산행자도 고개를 떨구고 맙니다. 웬만한 곳이 45도 이상이고 조금 평탄하다고 생각이 드는 구간조차 30도를 넘기거든요.

 

그러나 언제나 힘든 일 다음에는 달콤한 일이 경험하고 있는 법. 힘겹게 산에 올라 정상에 다다르면, 엄청난 풍광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리분지와 멀리 짙푸른 동해 바다가 거친 호흡에 섞여 눈을 시리게 만듭니다.

태초의 아름다움, 지금 만나러 갑니다

성인봉에서 바라본 도동항

낭만적인 산책길, 좌안 해안길 걷기

성인봉의 아름다움을 만끽했다면, 이번에는 좌안 해안길로 향합니다. 도동항 선착장 뒤에 입구가 있는데요. 선착장에서 계단에 올라 왼쪽으로 가면 바로 나오는 길이에요. 왼쪽에 있다고 해서 좌안 해안길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죠.

 

해안길에 들어서면 구멍이 숭숭 뚫린 커다란 바위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개성 넘치는 바위의 구멍들은 거센 파도 때문에 생긴 훈장이에요. 해안길을 따라가다 보면 절벽도 나오고 굴도 나옵니다. 왼쪽에는 절벽을, 오른쪽에는 수채화 작품 속 물빛을 안고 산책하는 길이죠. 이 길이 끝나는 곳에서 행남등대까지는 고즈넉한 숲길이 이어집니다. 숲길은 털머위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요. 군락을 지나 지그재그 숲길을 빠져나오면 저동항과 칼바위가 시원하게 펼쳐진답니다.

태초의 아름다움, 지금 만나러 갑니다

고즈넉한 낭만의 해안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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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일주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공암

깊고 강인한 바다를 음미하다

울릉도에서 ‘뭔가 봤다’고 말하고 싶다면 바다색에 눈길을 줘야 합니다. 깊은 바다의 진한 에메랄드빛이 세계 어느 나라의 바다와 견줘도 빠지지 않을 만큼 아름답기 때문이죠. 여기에 햇살이 비추기라도 하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는 감탄사를 들으실 수 있을 거예요. 바다와 바다색이 만들어내는 장엄한 경관을 감상하고 싶다면 태하리 대풍감 절벽에 가보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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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대풍감 절벽에서 바라본 바다 (오른쪽) 물빛이 아름다운 울릉도의 바다

절벽이라고 겁먹을 필요는 없어요. 태하향목관광 모노레일을 타면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거든요.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면 먼저 태하등대가 여행자를 맞이합니다. 갈대를 헤치고 들어가면 입이 떡 벌어지는 대풍감 절벽이 등장하고요. 온 세상을 지배하는 것 같은 바다의 푸르름이라고나 할까요.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과 향나무의 은근한 향, 그리고 시원한 바다색은 몸과 마음을 투명하게 만들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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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유람선 일주. 수많은 갈매기와 함께 하게 된다

좀 더 바다를 가까이 만나고 싶다면 유람선 일주를 추천합니다. 도동항에서 출발해 시계 방향으로 섬을 도는 데 넉넉잡아 2시간이면 충분하죠. 코끼리의 코처럼 뻥 뚫린 공암을 비롯해 하늘을 찌를 것처럼 서 있는 송곳산, 세 선녀의 전설이 내려오는 삼선암 등 울릉도 엽서에서 자주 보던 주인공들이 사이좋게 차례로 나타납니다. 재미있게 생긴 바위 중에서도 인기가 높은 것이 공암이에요. 가운데가 비어 있어서 공암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작은 막대바위들이 촘촘하게 붙어있어 놀라운 자연의 손길을 보여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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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울릉도 바다

바다를 담은 맛, 따개비 칼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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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개비 밥

국내여행에서 빼놓으면 안 되는 것이 먹거리입니다. 울릉도라고 하면 자동으로 오징어와 호박엿이 생각나지만, 저에게 가장 인상 깊은 음식은 따개비 밥이었어요. 따개비는 바닷물에 잠기는 작은 바위에 붙어사는 조개류입니다. 울릉도에서 잡은 따개비는 육지 것보다 크고 쫄깃쫄깃하기로 유명하죠. 울릉도에서는 이것을 가지고 따개비밥과 따개비 칼국수를 만드는데 따개비 밥은 고소한 맛이, 따개비 칼국수는 바다를 품고 있는 특별한 맛이 난답니다. 눈을 시원하게 해주는 바다와 맛있는 따개비 밥, 그리고 에너지를 듬뿍 넣어줄 성인봉 트레킹이 있는 울릉도에서 가을 여행을 즐겨보는 것,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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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서 바라본 울릉도 해돋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