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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집을 싸게 사고 싶다면
'이 방법' 모르면 손해

by도서출판 길벗

부동산을 남들보다 싸게 구할 수 있는 방법인 '부동산 경매'.

무시무시한 명도, 저도 해야 하나요?

부동산 경매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습니다. 기존에 집에 살던 점유자를 강제로 내보내는 드라마 속 장면이지요. 하지만 어려운 집이 있는 반면, 부동산 경매로 저렴하게 구하기 쉬운 집도 분명 있습니다. 어떻게 구분하면 좋을지 함께 알아볼까요?


명도는 집에 살고 있는 점유자를 내보내는 일을 말합니다. 경매에서만 있는 일은 아닙니다. 권리 없는 임차인을 대상으로 한 여러 강제집행이 있습니다. 수협이 노량진수산시장의 상인을 상대로 진행한 명도소송 강제집행이 그 예입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집행관실의 집행 인력 300명과 100여 명의 경호인력이 동원되었고, 강제집행을 4차례 시도했습니다. 법원의 집행관실에서 나왔다는 것은 노량진 상인들이 권리 없는 상인들이라는 뜻입니다.


이런 뉴스를 보다 보면 명도는 일반인에게 매우 낯설고, 과격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가진 사람(임대인)이 못 가진 사람(임차인)을 괴롭히는 것처럼 보이지요. 하지만 이는 모두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입니다. 대화와 협상이 원만하게 이루어지면 부담스러운 강제집행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경매에서 명도는 피해갈 수 없다

경매에서 명도는 반드시 거쳐야 할 일입니다. 특히 주거용 물건은 더욱 그렇습니다. 집에는 집주인이나 임차인이 살고 있으니까요. 낙찰받은 집에 잔금을 납부하고 소유권 이전까지 한 후에도 명도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온전한 내 집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명도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기에 초보자라면 경매 물건을 고를 때 명도의 난이도를 고려해야 합니다. 명도가 쉬운 물건은 누구나 쉽게 입찰을 할 수 있기에 낙찰가율이 높고, 명도가 어려운 물건은 입찰하는 사람이 적어서 낙찰가율이 낮습니다.


경매물건정보를 보고 집주인의 상황, 대항력의 유무, 임차인의 보증금 배당 등을 파악한다면 명도의 난이도도 가늠할 수 있지요. 자세히 알아볼까요?

점유자의 상황을 이해해야 명도가 쉽다

경매에 나온 물건의 사연이 다양한 만큼 점유자가 현재 처한 상황도 다양합니다. 점유자가 집주인이라면 잔금을 낸 즉시 법원에 인도명령신청을 해 3일 이내에 결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후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권리를 갖습니다.


임차인이라면 대항력 여부에 따라 결정 기간이 달라집니다. 법적으로는 단순하지만 강제집행을 하는 것은 비용과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입니다. 그러니 강제집행까지 가기 전 가능한 대화와 협상으로 원활한 명도를 하길 권합니다.

토막상식

등기부등본을 보면 집주인의 상황을 미리 알 수 있습니다

등기부등본에 온갖 카드 압류가 표시되어 있다면 집주인이 카드대출을 돌려 쓸 만큼 경제사정이 어렵다는 뜻입니다. 이런 집에 사는 집주인은 이사할 날을 최대한 미루고 싶어 할 것입니다.


금융권이 아닌 사업자용 대출이 걸려있는 물건이 집 가격보다 높은 대출로 인해 경매에 나왔다면 이는 빚 세탁을 위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집에 사는 집주인은 많이 버티지 않고 이사를 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사람들의 사는 모습은 다양하기에 어디까지나 예상일 뿐입니다.

명도하기 쉬운 집과 어려운 집

난이도 하 | 보증금을 잃지 않는 임차인이 있는 집

임차인이 자신의 보증금을 전액 배당받는 집은 명도가 쉽습니다. 보증금을 모두 배당받는 임차인은 손해 볼 것이 없기 때문이죠. 특히 임차인이 스스로 경매를 신청한 집은 명도가 더 쉽습니다. 임차인이 경매 신청을 한 이유는 보증금을 돌려받고 이사를 하기 위해서니까요. 하지만, 전액 배당받는 모든 임차인의 명도가 쉬운 것은 아닙니다. 사례를 볼까요?

임차인 오◯◯ 씨 할머니는 오래전부터 마포에서 전세로 살고 있었습니다. 인근 다른 집은 전세가가 폭등했지만, 전 집주인은 계약 갱신 때에도 전세금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할머니는 인근에 비해 아주 저렴한 전세로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경매가 진행되었고, 할머니는 보증금 전액을 배당받는 임차인이 되었습니다. 낙찰자가 할머니께 명도를 요구했지만, 할머니는 완강히 거부했습니다. 받는 배당금이 주변 시세보다 적어 다른 집에 이사 갈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낙찰자는 예상 밖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고 오랜 실랑이 끝에야 할머니는 이사를 갔습니다.

난이도 중 | 일부만 배당받는 대항력 없는 임차인이 있는 집

임차인은 자신의 보증금을 법원에서 배당받습니다. 하지만 우선변제권의 순서가 늦으면 임차인은 자신의 보증금을 모두 배당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대항력이 있는 임차인은 못 받은 보증금을 낙찰자에게 요구할 수 있지만, 대항력이 없는 임차인은 배당받지 못한 보증금을 낙찰자에게 요구할 수 없습니다. 보증금을 잃게 되는 것이지요. 억울하고 분할 것입니다. 그래서 명도도 어려울 수밖에요.


1억원 보증금으로 살고 있다가 배당으로 7,000만원만 돌려받는 세입자라면 “나머지 보증금 3,000만원 다 주기 전에는 한 발자국도 못나갑니다.”라고 명도를 거부하기도 합니다. 이런 임차인에게는 이렇게 이야기하세요.

“그러시군요. 하지만 배당받으실 7,000만원은 제가 법원에 낸 잔금으로 받으시는 것입니다. 보증금을 법원에서 배당받기 위해서는 낙찰자의 명도확인서가 필요합니다. 이사를 안 가시면 저는 명도확인서를 드릴 수 없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보증금을 배당받으실 수 없고, 보증금은 법원에 보관될 것입니다. 저는 명도지연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임차인분의 보증금을 압류할 수 있습니다. 보증금을 다 못 받는 억울한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만,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은 낙찰자가 아닌 전 주인분에게 받으셔야 합니다. 전 주인의 급여나 다른 재산을 압류하실 수 있으니 가까운 법무사에 알아보세요.”

라고 말이죠.


난이도 중 | 그 밖의 임차인이 사는 집

‘법원에서 전액 배당받는 임차인’이 명도가 가장 쉬운 점유자라면, ‘낙찰자가 보증금을 인수하는 임차인’은 어떨까요? 이런 물건은 보증금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낙찰받은 것이므로, 낙찰자와 임차인은 명도에 관한 협상을 해야 합니다. 낙찰자 입장에서 임차인을 강제 집행할 수 없다는 어려움이 있지만, 임차인 입장에서도 낙찰자에게 남은 보증금을 받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임차인의 상황이나 태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보증금을 받아야 하는 임차인도 편치 않은 상황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대화를 진행하면 좋습니다.


배당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임차인도 있습니다. 분명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꼭 갖춰야 하는 권리를 갖추지 못한 임차인은 법원으로부터 배당을 받지 못하고, 낙찰자에게 보증금 인수를 요구할 수 없습니다. 앞선 권리들에게 밀려 순서가 늦어진 임차인, 또는 전입신고를 하지 못했거나, 제때 배당요구를 하지 못한 임차인입니다. 대항력 없고, 우선변제권이 없거나, 있어도 늦은 임차인은 인도명령 대상이고 강제집행이 가능합니다. 안타깝지만 그들에게 낙찰자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이사비를 넉넉히 챙겨주는 것뿐입니다.


난이도 상 | 가장 어려운 집은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 사는 집

법은 권리를 가진 사람을 보호합니다. 법은 자신의 권리를 찾지 않는 사람들을 보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법치사회에서 당연한 조치입니다. “몰랐는데요.”라는 변명이 통한다면 사회에서 법이 힘을 잃게 되겠지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가난하거나, 어리거나, 늙거나, 아프고 약한 사람이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거나, 확정일자를 받지 않았거나, 배당요구조차 하지 않아서 얼마 안 되는 보증금을 잃게 되고, 살던 곳에서 쫓겨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낙찰자 입장에서 이런 사람들을 명도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물건조사를 할 때부터 점유자가 형편이 어려운 사람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약 등기부등본을 확인했더니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린 자녀들만 남아 상속받은 집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집을 낙찰받을 경우 아이들을 상대로 명도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현장조사를 가면 관리실이나 인근 주민에게 이 집에 특이한 점이 없는지 꼭 확인해야 합니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 살거나, 연로하신 어르신이 혼자 어렵게 살고 있다면 이웃들이 알고 있을 것입니다. 너무 어려운 명도가 예상된다면 차라리 입찰하지 마세요.


참고 : 부동산 경매 무작정 따라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