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RCS 대작전, 이번에는 메신저 일병을 구할 수 있을까?

[테크]by 김국현
구글의 RCS 대작전, 이번에는 메신

구글에게는 해도 해도 잘 안 되는 것이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영역이다.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눈앞에서 만들어가던 소셜 미디어를 실시간으로 보면서도 어찌할 줄 몰랐다. 구글 플러스 등으로 어찌 해보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카카오톡이 점령해 버린, 다른 나라에서는 라인이나 위챗이나 왓츠앱이 장악해 버린 메신저의 영역도 마찬가지였다. 특히나 메신저는 정말 될 것 같았는데 안되었던 모양인지, 행아웃, 보이스, 토크, 구글 플러스, 그리고 최근 알로(Allo)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시도를 했고 또 그만큼의 흑역사를 늘려갔다.

 

그러나 결국은 2016년에 발표된 알로도 추가 자원 투하를 중단하고, 새로운 메신저 프로젝트에 집중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또 새로운 버전의 실패작을 만들려는 것인가 걱정하는 소리도 들린다.

 

또 새로운 도전이라니, 이 집착에는 이유가 있다. 아마도 여러분 스마트폰에서 엄지손가락이 가장 편하게 닿을 수 있는 곳은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앱이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만큼 스마트폰에 있어 메시지란 일순위의 킬러앱이다. 여기서 파생되는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또 하나는 최대 경쟁자 아이폰과의 비교체험 탓이다. 아이폰의 기본 문자앱은 상대가 아이폰이면 푸른색 말풍선으로 아이메시지를 보내고 안드로이드 등 기타폰이라면 녹색 말풍선으로 일반 SMS로 발송한다. 앱을 따로 깔지 않아도 iOS 사용자들끼리는 푸른 말풍선의 비밀 결사가 생겨나니, 끼리끼리 우월감을 만들게 된다. 아이메시지 때문에 아이폰을 사지는 않지만, 아이메시지 때문에 아이폰을 떠나기 힘들어하는 경우는 생기게 되었으니, 안드로이드 진영은 이에 상응하는 응답을 내야 할 부담을 늘 가지고 있었다.

 

구글이 나서서 메시지 앱을 만들고 모든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이 이를 설치하여 안드로이드가 퍼진 것처럼 앱이 퍼져주기만 한다면, 그 앱으로 모두가 소통하는 세상이 될 것이라 구글은 처음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세상은 생각처럼 오지 않았다. 안드로이드의 배포 당사자인 제조사와 통신사의 생각은 또 달랐기 때문이다. 카카오톡 등이 태동하던 중요한 시점에 통신사는 RCS라고 자기들끼리의 표준으로 앱을 직접 만들려 했고, 삼성 등의 제조사는 챗온 등 자기만의 메신저 앱에 꽤나 큰 투자를 했다가 접어 버리고 만다.

 

그렇게 모두 망하고 난 뒤, 카카오톡, 라인, 위챗, 왓츠앱 등의 ‘지역’ 앱들이 각각 영토를 독차지 그 영내 사용자를 지배하는 제후(諸侯)들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 하지만 지역 독점의 이들 앱은 다른 앱과는 서로 소통하지 않는 봉건적인 한계도 고스란히 지녔다. 달리 생각해 보자면, 왜 카카오톡과 라인은 서로 친구 추가를 못하고, 그 앱을 꼭 깔아야만 하는 것인가. 어쩔 수 없이 친구들의 압력에 의해 대다수가 쓰는 앱을 따라 써야만 하는 분위기 사회가 만들어진다.

 

그나마 iOS 제국의 아이메시지는 SMS마저 아우르는 강력한 범용 문자 시스템으로 팽창하고 있기에 지역 제후들을 넘어서는 제후 이후의 세계를 대비하고 있는 듯했다. 황제 구글의 입장에서는 애가 탄다. 

 

이제 방법은 하나. 애플을 포위하는 더 광범위한 시스템을 규합하는 일뿐이었다. 앱에서부터 키워 나가기에는 너무 늦어버린 것. 이는 오픈 채팅 플랫폼 규격이었던 XMPP를 구글이 사실상 포기한 3년 전부터 예측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힌트는 그즈음인 2015년에 인수한 RCS(Rich Communication Services) 전문 업체 Jibe에 있다. 구글은 메시지 수복을 위해 통신사를 활용할 복안을 마련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키워드는 바로 그 RCS다.

 

RCS란 이미 10여 년도 전부터 통신사들이 밀어 오던 차세대 SMS/MMS다. 이 RCS는 2012년 경에도 실서비스로 데뷔한 적이 있다.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Joyn이라는 앱으로 출시되었는데, 완성도가 어설프기 그지없어서, 애정을 가지고 써보려 해도 쓸 수가 없었기에 애물단지처럼 있다가 조용히 사라진 뼈아픈 과거가 있다.

 

이제는 RCS라는 그 이름조차 우리에게는 생소한 상태. 하지만 덤 파이프가 되기 싫은 통신사로서는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 그 중재역으로 구글이 등장, 이제는 RCS밖에 없으니 뭉치자고 주장하게 된다. 

 

그리고 구글은 올해 이제는 자신의 모든 메시지 관련 역량을 "Chat"이란 이름으로 통합하기로 했다는 소문이 들린다. 이번 구글 주도의 도전이 과거와 다를지도 모르는 이유는 구글의 가장 성공적 독립 앱이라 볼 수 있는 구글 포토를 구글 플러스로부터 발라내어 성공시킨 장본인이 이 프로젝트를 맡기로 했다는 풍문 덕이다. 또한 2016년 말 RCS도 유니버설 프로파일로 표준이 제법 정리가 되었고, 꽤 많은 통신사들이 이 깃발 아래 모였다.(그러나 아직 국내 통신 3사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과연 지금의 제후 앱들의 천하가 얼마나 흔들릴지는 모르겠다. 바로 관계의 락인(lock-in) 때문이다. 단톡방만 생각해 봐도 그 안에는 본인이 원해서 들어가 있는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 나와도 수십 명과 동시에 신천지로 이행하는 일은 용기와 끈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만반의 준비를 해놓고 매복하다가 종래의 플랫폼이 실수하기를 기다리는 것은 유효한 전략이다. 프리챌이나 싸이월드에서 목격한 엑소더스의 역사가 가르쳐 주는 교훈이기도 하다. 

2018.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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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닷컴,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 글을 연재중이며 '오프라인의 귀환' 등 유수의 저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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