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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블로그의 미래에 암운이 내리던 5년 전 그 날. 구글 리더 5주기

by김국현

블로그의 미래에 암운이 내리던 5년

매년 이맘때가 되면 전 세계의 노장 블로거들은 5년 전 그날을 안타까워하며 그리워하며 때로는 분노하기도 한다. 구글 리더가 영면에 빠진 날이기 때문이다.


구글 리더는 대표적인 블로그 리더였다. 당시까지 블로그들은 모두 RSS라는 (점점 잊혀져 가는) 표준 규격으로 자신들의 콘텐츠를 송출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직접 이 RSS를 구독하고 모아서 분류하여 자신만의 잡지나 신문을 만들곤 했다.


하지만 2006년경부터 이어져 온 이 참여·공유·개방의 웹 2.0 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소셜미디어의 대두에 갈피를 못 잡고 대체될 것이라는 풍문에 휩싸여 있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블로그를 만들고 RSS를 송출하는 일은 여전히 문턱이 높은 일이었다. 또 플랫폼이라는 이름으로 ‘가두리’화가 벌어지면서 콘텐츠 유통에 중요한 것은 RSS 구독이 아닌 시대가 되고 있었다. 포털이 첫페이지에 공개해 주거나 소셜미디어가 친구 소식에 노출해 주는 일이야 말로 효과적인 유통임을 모두 깨닫게 되었다.


자신의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며 장문을 쓰느니 페이스북에 한 줄 쓰는 편이 더 반응이 좋아 보이기도 했다. 독립 블로그를 운영하는 일의 비용대비 효과가 떨어져 보이기 시작할 무렵이다.


물론 글 쓰는 이에게 이는 장기적으로는 손해였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통되는 글들은 타임라인이나 뉴스피드에 몰려서 들어오기 때문에 언제든 시간과 알고리즘의 장난에 의해 파묻히기 쉽다. 여러분의 팔로워나 친구라고 해도 여러분의 글을 정말 볼 확률은 그리 높지 않아진 것이다.


덕분에 적은 수라도 자신의 확실한 팬들에게 확실히 콘텐츠가 전해지던 시절은 가버리고 말았다. 알고리즘의 요행과 시간의 우연이 맞아떨어져야 콘텐츠가 독자에게 전해질 수 있다.


그런데 이는 블로그라는 시대 정신과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다. 블로그는


1. 어느 플랫폼에도 속박되지 않는 콘텐츠를 ‘웹이라는 열린 공간’에서 운영하고, 

2. 그 콘텐츠를 공통의 표준으로 전달하고 받아보며 개인들은 스스로의 취향을 ‘편집’했고,

3. 이 모든 활동에는 개개인의 의지와 의도를 반영하는 ‘검색’이 활약을 하는 것이었다.


이 삼 단계의 콘텐츠 유통은 웹과 자란 기린아 구글을 오늘의 구글로 만들어준 자원이었고, 구글 리더는 이를 스스로 증명하던 서비스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당대의 유행에 조급해진 구글은 구글 나우라는 개인화와 구글 플러스라는 소셜미디어가 대신 뉴스를 전달해 줄 것이라며 냉정하게 서비스를 내려버렸다. 운명의 장난인지 어느 쪽도 메이저는 되지 못했고, 구글의 관심사는 인공지능으로 넘어가 버린다.

 

그렇게 허망하게 구글 리더가 떠난 뒤 Feedly나 Digg Reader 등이 빈자리를 메꾸려 들어왔으나, 구글 리더처럼 자유롭던 검색과 사용성은 여전히 아쉬웠다. 또 작은 기업들이다 보니 경영이 쉽지가 않은지 무료판의 인심은 박하고, Digg Reader마저 올봄에 서비스를 종료시켜버렸다.


당연히 지난 5년간 위의 삼 단계 콘텐츠 유통은 원활했을 리 없다. 소셜미디어와 포털이라는 가두리 양식장으로 콘텐츠 자원과 관심이 빨려들어 가는 세태가 원인이었지만, 이 역류를 막기 위한 강력한 펌프와도 같았던 구글 리더. 이 RSS 리더의 생산 중단 역시 적잖은 영향을 미쳤던 것이었다.


이를 아는 이들은 이렇게 점점 쇠약해져만 가는 블로고스피어(blogosphere, 지금은 사어가 되어 가고 있지만 한 때 블로그의 생태계와 경제권을 이렇게 부르곤 했다)를 안타까워하는 마음에서, 매년 오늘을 기리고 있다.


블로그여, 영원하라! 를 조용히 외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