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 오토와 CarPlay를 유럽에서 사용해 보았다.

[테크]by 김국현
안드로이드 오토와 CarPlay를 유

자동차의 센터페시아(Center Fascia).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중앙 부분 대시보드를 뜻하는 말로 ‘페시아’란 어엿한 영단어(영국식)다. 차속 다른 계기판과는 달리 운전자만이 아니라 보조석 탑승자도 함께 조작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에어콘이나 비상등은 물론 내비게이션이나 카오디오 등 ‘인포테인먼트’를 위한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런데 길찾기나 음악은 스마트폰이 훨씬 더 잘한다. 사용자체험에 관한 기술력도 자동차업계보다 IT 업계가 한 수 위일 테니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보통은 스마트폰 거치대와 같은 임시 구조물이 센터페시아라는 공간이 해온 일을 대체하는 일이 벌어진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대화면이 되었다고는 하나 운전중 조작을 염두에 둔 크기는 아니다. 또 주렁주렁 폰을 차창 등지에 매달고 있는 것도 미관상 깔끔하지 않다. 이미 운전자와 일심동체가 된 구글과 애플의 전화기들이 이 센터페시아를 차지하려는 욕심을 내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유럽 체류 중인 현재 안드로이드 오토와 CarPlay를 매일 사용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오토도 CarPlay도 운전자의 전화기 화면을 운전 중에도 조작할 수 있도록 큼지막하고 시원스럽게 대시보드로 뿌려주는 기능이다. 자동차는 스마트한 컴퓨터가 되려는 욕심을 버리고 그냥 모니터나 되라는 이야기다. 어차피 통신 역량을 보나 컴퓨팅 역량을 보나 운전자는 자신의 폰에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으니, 이에 그냥 연결하자는 것.

 

CarPlay의 경우 지금까지는 폐쇄적이어서 큰 쓸모가 없었는데, iOS 12에서부터 서드 파티 지도앱과의 연동이 가능해졌고, 이를 지원하도록 구글맵과 Waze 등이 업데이트되면서 안드로이드급의 개방성을 확보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카카오내비나 T맵이 iOS 12에 대응하면서 속속 사용자가 늘고 있는 듯 하다. 오히려 현재로서는 T맵이 안드로이드 오토에 미대응이니 iOS가 더 개방적인 이례적 상황이다. (안드로이드 오토는 내비게이션에 관해서는 구글과의 협업이 있어야 입성할 수 있다고 한다.)

 

유럽에서의 경우 구글맵과 Waze만을 사용한다는 가정하에서는 안드로이드 오토와 CarPlay의 실질적 차이는 거의 없다. 조작성의 차이는 앱의 차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굳이 차이를 찾자면, 안드로이드 오토는 연결한 뒤에는 스마트폰 대신 무조건 차량의 터치스크린을 조작해야 하고, CarPlay는 오히려 폰을 조작하는 편을 장려하는 것이라 느껴질 정도로 폰을 만지는 편이 더 편하다는 차이 정도다. 안드로이드 오토는 하단이 메뉴로 가려지고 CarPlay는 좌측이 메뉴로 가려져 가로 화면인 센터페시아 스크린에서는 CarPlay의 부동산 활용이 좀 더 낫다는 점도 있기는 있다.

 

그런데 정말 이들은 유용할까?

 

유용하다.

 

한 번 쓰기 시작하면 계속 쓰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물론 일종의 원격 데스크탑 터미널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릴 수도 있지만,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비좁은 스마트폰을 운전 중 참조하는 것보다는 큼지막한 센터페시아에 최적화된 화면을 보고 만지는 편이 심리적으로도 낫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번 차에 탈 때마다 폰을 꺼내서 연결해야 한다는 불편은 변하지 않는다. 조만간 무선 안드로이드 오토나 무선 CarPlay가 실용화된다면 그 편의성은 한층 달라질 것 같다. 현재도 블루투스로 음악 등은 들을 수 있지만, 화면 전송 등을 위해서는 서로 와이파이 연결이 필요하고, 현재로서는 매우 제한된 외제차에서만 조금씩 구현되고 있다. 현대기아 측에서는 차량과 스마트폰간 무선 연결에 대해 “폰 배터리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는데,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물론 어차피 충전을 위해 케이블을 찾아야 하는 현실이라면 왜 무선이 필요할까 싶을 수도 있겠지만, 무선 충전과 무선 연결은 곧 맞이해야 할 미래다. 선처럼 거추장스러운 것은, 특히 운전석 주위에서는 사라져야 마땅하다.

 

안드로이드 오토와 CarPlay는 좋다고 치자. 그렇다고 해서 꼭 신차를 뽑아야 할까?

 

아니다.

 

자동차에게는 늘 애프터마켓이라는 선택지가 있다. 카오디오만 교체해도 안드로이드 오토도 CarPlay도 사용은 가능하다. JVC나 파이오니어, 소니 등 카오디오 업계의 노포(老鋪)들로부터 2DIN을 화면으로 가득 채운 신제품들이 판매 중이므로 이들을 도입하면 된다. (카오디오 슬롯 한 단을 의미하는 DIN은 독일 표준화 협회를 뜻하는 말, 독일에서는 A4 용지를 DIN A4 등으로 표기하곤 하는 등 여러 표준화에 많은 족적을 남겼고 자동차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조차 부담되면 헤드유닛을 자작하는 방법도 있다. 특히 안드로이드 오토의 경우 오픈소스로 공개된 것들도 있으므로 라즈베리 파이나 적절한 중고 태블릿을 구해다가 DIY에 도전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더 쉬운 방법도 있다. 안드로이드 오토에는 스탠드얼론(Standalone) 모드가 있다. 그냥 폰(이나 태블릿)에서 안드로이드 오토 화면을 마치 자동차 센터페시아에 연결이라도 한 듯 바로 볼 수 있게 하는 것. 이렇게 되면 별도의 카오디오를 사지 않더라도 폰만 제대로 거치해 놓으면 안드로이드 오토 기분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이 또한 한국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안타까운 일이다.

 

더 안타까운 여담을 빼놓기 뭐한데 전세계인이 사용하고 있는 디폴트앱인 구글 지도를 한국에서 쓸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에서는 구글 지도를 대체하는 안드로이드 오토 ‘필수앱’으로 카카오내비를 선택한 모양인데, 한국 떠나 외국에서 사용시 문제가 된다. 로밍중인 폰을 외국에서 차량에 꽂으면 구글 지도를 쓰지 않고 대신 자꾸 수십MB나 되는 카카오내비를 굳이 깔겠다고 조르는 통에 아예 안드로이드 오토를 쓰지 못하는 경우마저 발생한다. 현지 유심으로 갈아 끼우기 전까지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를 못하는 듯 하다. 심지어 듀얼 유심의 경우마저 원활하게 지원하지 못하기에, 구글 지도 금단 국가의 불편함은 적지 않다.

 

소비자에게는 늘 선택지가 많은 편이 좋다. 구글맵이 기본이라고 해도 구글맵만으로는 스피드 카메라나 주차장 자동 검색 등 소소하지만 집단지성으로 구축된 생활 밀착형 기능이 부족하기에 결국 Waze나 Sygic 등을 현지인들은 활용한다. (물론 Waze도 결국은 구글 자회사이지만).

 

한국의 T맵, 네이버지도나 카카오의 지도 등은 이미 훌륭하다. 그렇지만 훌륭하다고 하여 구글맵을 소비자가 쓰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다. 경쟁, 특히 외국산 교란종의 수입은 자연환경과는 달리 대개 소비자에게는 좋은 일이다.

안드로이드 오토와 CarPlay를 유

Waze는 속도 단속 정보 공유 등 구글 지도의 가려운 곳을 대신 긁어 준다.

2018.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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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닷컴,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 글을 연재중이며 '오프라인의 귀환' 등 유수의 저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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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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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닷컴,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 글을 연재중이며 '오프라인의 귀환' 등 유수의 저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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