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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올해는 세가와 캡콤까지. 사람들은 레트로 게임 전성시대에 무엇을 찾고 있나?

by김국현

근래 글로벌 게임 업계에서 눈에 띄는 풍조가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고전 게임의 복각 재판매다. 구간을 복간하는 전략으로 노스탤지어를 정조준하는 일은 짭짤했는지, 실제로 닌텐도의 NES 패미컴 ‘클래식'은 발매 후 한때 다른 모든 게임기를 제치고 가장 잘 팔리는 콘솔이 되기도 했다.


오래된 게임을 즐기는 일 그 자체도 이미 오래되어서 예전 PC통신의 고전게임 동호회 등은 꽤나 유명했고, 지금도 포털 카페에 그 후예들이 각종 에뮬레이터로 추억을 찾아 나서고 있다. 이미 단종된 게임들이기에 저작권 회색 지대에서 그렇게 알음알음 즐기던 게임들이 이제 플랫폼 회사의 순정 제품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 최근의 추세.


2016년 말 처음 닌텐도 NES로 개시한 이 트렌드는 북미권에서 시작 일본판으로 이어졌다. 이에 자극받은 추억의 용사들은 한둘씩 복각판을 만들어내기 시작하는데, 가정용 콘솔이 아니라 오락실용 아케이드 기판들까지도 가세하게 된다. 작년의 경우 SNK 40주년 네오지오 미니가 발매되어 그 귀여운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 후 코모도어64 미니와 플레이스테이션 클래식이 발매되었고, 올해는 세가 메가드라이브(Genesis)와 캡콤 홈 아케이드가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풍년이 따로 없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이러한 제품들이 큰 관심은 끌지 못한다. 우선 그 시절에도 정품 콘솔이나 정품 아케이드가 들어 온 적이 없고, 대개 불법으로 복제된 제품 혹은 잘해야 라이센스품이 유통되다 보니 정발 복각판이 소환할 수 있는 추억의 해상도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미 ‘추억팔이’는 월광보합이라 불리는 중국산 불법 버전이 여러 번 훑고 지나가 버렸다. 어떠한 거리낌 없이 수백 종의 게임이 저작권을 신경 쓰지 않고 들어 있고, 이조차 모자라 불법 신작 파일들도 버젓이 공유된다. 나름 기술 혁신 속도도 빨라 벌써 수차례의 개정판이 판매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순정 플레이스테이션 클래식의 경우 너무나 급했는지, 저가형 범용 기판으로 에뮬레이션을 한 듯 사운드 및 입력 지연이 두드러졌고, 라이센스 협상 문제였는지 겨우 20종의 콜렉션도 만족스럽지 못해 빈축을 샀다)


실제로 SNK는 국내에서 월광보합 등을 판매하는 유통업체 20여 군데와 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공장이나 회사 등 각종 휴게 시설에서 일종의 복리후생 인테리어처럼 애용되었는데, 알만한 소프트웨어 회사에서도 목격되어 구설수가 된 적도 있다. (사실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은 국내만의 문제는 아니어서, 심지어 파리 드골 국제공항 게이트 앞에도 설치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8, 90년대와는 달리 지금은 2019년. 조잡한 불법품 따위 아무래도 흉하고 부끄러운 일이기에 이제는 다 큰 어른이 알고는 사기 힘든 물건. 사려면 당연히 정식 복각판을 사야할 터인데, 그 시절을 기억해야 할 장년들에게도 정품이란 잡지의 해외 소식에서나 등장하는 물건이었으니 그 정식 복각판을 보는 느낌은 향수라기보다 동경하던 영화 속 한 장면을 뒤늦게 방문하는 것만 같다.


시장이 레트로에 빠지는 건 저성장의 신호.


구매력 있는 장년층에 기댈 수밖에 없을 정도로 활력이 떨어진 건 아닌지 걱정이다.


지금은 동네 상가에서 오락실은 사라졌지만, 그 상가 건물들은 여전히 남아 아이들을 맞고 있다.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 와이파이 신호를 주워 얼굴을 맞대고 스마트폰 게임을 하는 초등생들을 보며, 그들은 후일 아저씨·아줌마가 되었을 때, 무엇을 추억하며 장식장에 무엇을 진열하게 될까 잠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나저나 개인적으로 제일 관심이 가는 것은 역시 올해의 기대작 세가 메가드라이브의 복각판이다. 그 삼성전자가 영세무역상처럼 '슈퍼 겜보이'이란 이름으로 바꿔 가져다 팔기도 했던 추억의 기종.


여담이지만 30년 전인 1989년 이 세가 게임기의 런칭행사에 등장한 도널드 트럼프의 모습은, 50년 전 국내 최초의 세탁기 금성 백조의 광고모델인 최불암을 보는 것처럼 세월의 속도를 생각하게 한다.


이런.


옛날 이야기란 하는 사람만 재미있는 법임을 잠시 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