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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호구의 나라. 우리는 언제까지나 불완전 상품에 만족해야 하나.

by김국현

애플의 공식 보도자료에 의하면 11월 1일 애플 TV+가 100개 이상의 국가 및 지역에서 개국한다. 일본은 물론 인도네시아나 베트남 등 아시아 곳곳에서도 론칭하지만 이번에도 한국만은 열외였다. 한두 번 겪는 일이 아니니 이제는 그러려니 하지만, 이번에는 기분이 좀 다르다. 아이폰은 물론 맥이나 아이패드 등 애플의 하드웨어 신규 고객에게는 1년 무료 구독권이 따라온다는 점 때문이다. 그만큼 국내 신규 구매자는 손해를 보게 된다.


이처럼 앞으로의 시대에 있어 콘텐츠와 서비스란 제품 구매의 강력한 유인 효과일 뿐만 아니라, 그 제품을 완성시키는 하나의 엔진과도 같은데, 부품 빠진 제품을 사고들 있다.


애플 워치의 측면 버튼은 더블클릭하면 애플 페이(Pay)가 뜨게 되어 있지만 한국에선 무용지물이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모바일 지급 결제 수단으로 세계 곳곳에서 사용 가능하지만 우리는 뭐가 좋은지 써볼 수도 없으니 알 수가 없다.


사용설명서와 사양서에는 기재되어 있으나 작동이 안 되는 제품이라니 불완전 상품의 유통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불완전 상품을 사면서도 할인도 받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한 달씩이나 늦게 출시되고 때로는 환율보다 비싸게 팔기도 한다. IT 제품은 일종의 신선식품이다. 공산품의 감가 속도를 고려하면 신품의 효용 및 가치 하락분만큼 소비자는 손해를 보는 셈이다. 물론 전파인증 등 동시 출시를 막는 규제의 발목 잡기를 모르는 일도 아니지만, 모든 법과 제도는 주권자가 허락한 일이다. 공급자도 소비자도 서로의 손해를 초래하는 장벽에 일말의 의심도 하지 않으니 그대로 유지된다.


불완전 상품이 태연하게 유통되는 이유는 그래도 다들 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경쟁이라는 시장 경제의 전제를 흔든다.


미 통신사 버라이즌 신규 고객에게는 디즈니가 곧 론칭할 서비스인 디즈니+ 무료 구독권이 증정된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 SKT는 이용자들이 애용하던 옥수수를 웨이브로 통폐합하면서 그 혜택을 사실상 거둬가 버렸다. 혜택은 경쟁이 만든다. 불완전 상품은 이처럼 나비효과를 만들며 곳곳에서 소비자의 후생을 저해한다.


불완전 상품은 이미 한국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구글 생태계에도 유독 그림의 떡이 많다. 파이(Fi)야 미국 중심 주의의 상징 같은 것이라 쳐도, 안드로이드 원이나 픽셀 폰과 같은 구글 순정품의 미유통 문제는 생각해 볼만한 일이다. 안드로이드 10과 같은 최신 운영체제를 먼저 써보고 싶은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제한된다.


뭐니 뭐니 해도 그중에서도 압권은 아마 불완전한 구글 지도일 것이다. 우리의 위치 정보를 포함한 일상 세계의 개인정보를 꼼꼼하고 살뜰하게 챙겨다 주면서도 그 회사의 가장 기본적이고 상징적인 서비스조차 제대로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구글에 연료를 공급하고 있지만 그렇게 생산된 온기는 나눠 받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나 카카오 지도가 있으니 괜찮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여기서 생각해 볼 일은 현실에 애써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불완전 상품의 유통을 당연시하는 일이다.


핑계는 대개 규제에 있다. 그리고 그 규제는 다시 소비자 보호를 핑계로 댄다. 소비자는 “아니요, 우리는 그런 보호 필요 없어요.”라고 말하지 않으니 현상은 유지된다. 오히려 들리는 목소리는 “소비자를 위해 외세를 막고, 국산을 장려합시다.” 같은 것들이다.


외산품으로부터는 변방이라 무시당하고, 국산품에게는 애국을 위해 무시된다. 일전에 현대차의 포니 신화를 다룬 BBC 다큐를 본 적이 있다. 현대차에서 모셔온 외인 명장이 주인공이었는데, 지금 눈으로 보면 당시 요정에서의 비즈니스 회식 장면도 거북하지만 그보다 더 한 것은 바로 그곳에서의 어드바이스였다. 수출 산업의 경쟁력 있는 마진을 위해서는 내수에서 최대한 비싸게 팔아야 한다는 조언이었다.


한국 경제에서 소비자는 줄곧 양보해 왔다. 소비자를 위하겠다는 우리 기업을 위해서 양보했다. 그러면 일자리와 신산업이 생긴다고 믿었다. 우리 기업을 밀어주면 뭐라도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대전제가 있었는데, 고도성장 이후 플랫폼 경제 20년 동안도 정말 과연 그랬는지는 이제는 확신이 없다.


한편 대리점 마인드의 외국기업들도 현상 유지에 급급하며 성장을 위한 모험과 투자를 꺼렸다. 본사에 한국 시장의 잠재력을 팔아야 하는 내부 영업은 등한시한 채, 주어진 쿼터 채우기에만 바빴다. “그건 이곳의 규제 때문이니까요.” 만능의 변명이었다.


이제 소비자가 목소리를 내는 수밖에 없다. 이런 건 불완전 상품이라고, 완전 상품을 가져오시라고 말해야 한다. 규제 등 남 탓을 한다면 귀 기울여 들어주고, 잘못되었다면 소비자이자 주권자로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제는 소비자를 위하는 척하지 마시라고 말해도 좋다.


가만히 있었더니 모두 우리를 호구로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