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각할 수 있는 추억, 오리지날의 특권 – 패미컴 미니, NES 클래식

[테크]by 김국현

복각할 수 있는 추억, 오리지날의 특

닌텐도는 지난주, 패밀리 컴퓨터(패미컴) 복각판의 판매를 개시했다. 패미컴이라 하면 1983년 등장. 세계적 대히트를 기록했던 가정용 게임기. 영미권에서도 NES(Nintendo Entertainment System)라며 역시 ‘게임’이 빠진 가정적 이름으로 발매되었다. 전세계적으로 6,000만대 이상 판매된 것으로 알려지며 게임기에 의한 세계 통일 시대를 만든 제품이었다.

 

패미컴과 NES는 내부 구조는 거의 같아도 생김새는 그 이름만큼이나 꽤 달랐다. 그래서 이번 복각판도 당시를 추억하듯 일본에서는 ‘닌텐도 클래식 미니 패미컴’, 미국에서는 ‘NES 클래식 에디션’으로 따로따로 출시되었다.

 

둘 다 구성은 약간씩 다르지만 마리오에서 젤다까지 30가지의 고전 게임이 들어 있고, HDMI로 요즘 TV에 연결하며 마이크로 USB로 전원을 공급받는다. 무엇보다 6만원대 가격으로 당시의 추억을 완전히 재현해내는 놀라운 구성이다 보니, 30년 전 추억을 사려 달려든 노땅들이 몰리며 이미 즉시 매진. 각종 옥션 사이트에서 10~20만원 선에서 거래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복각판이라고는 해도 한정판은 아니기에 연말 쇼핑 시즌까지 물량이 풀릴 예정이지만, 모두 급했던 모양이다.

 

복각판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여러 조건이 맞아야 가능한 영광스러운 일이다. 우선 한 시대를 풍미할 정도로 성공했어야 강한 추억의 장면들을 기억 속에 만들 수 있다. 또 그 추억을 만든 당사자여야 한다. 그 시절의 주 소비자가 지금도 건재해야 한다. 다행히 당시의 게임 소년 소녀들은 지금 30~40대로 구매력이 강하다. 드래곤퀘스트 등 신작이 나올 때면 만여명이 장사진을 치는 풍경을 해외토픽에서 보곤 했는데, 그들에게 복각판의 등장은 추억의 스위치를 올리는 일이었으리라.

 

한국에서는 어땠을까? 국내에서도 89년 현대 컴보이라는 이름으로 뒤늦게 NES가 라이센스되어 판매되었지만, 상당히 늦은 감이 있었고 이미 시장에는 짝퉁(패미클론, 혹은 호환기종) 패미컴이 넘쳐났다. 정품을 팔던 현대전자도 짝퉁을 팔던 해태전자도 모두 대기업이었지만 지금은 모두 추억 속 회사들이다. 짝퉁에는 당연히 각종 짝퉁팩 등이 함께 유통되기 마련이었고, 소프트웨어란 서비스로 따라 오는 것이란 인식은 어린이들에게도 전파된다. 아직도 대형 마트 컴퓨터 코너에서도 ‘오피스 설치해 드리지 않습니다.’라는 팻말이 붙어 있어야만 하는 후진성은 그때부터 시작했을지 모르겠다. 안타까운 일이다. 노스탤지어가 짝퉁인 일은.

 

하지만 당시 우리 것은 어디에도 없었다. 대기업도 채산성을 따져 독자 개발을 하지 않았다. 사회에서는 당시 게임이란 수입 보따리상의 영역이라 생각했다. 국내 정서도 게임은 무분별하게 수입된 하급 외국문화라고 여겨서, 동심이 왜색화된다느니 이방화(異邦化)된다느니 문화적 탄압 분위기가 팽배했다. 기름을 붓는 격으로 미국에선 광과민성 발작 소동이 벌어지고, 게임기에 15%의 특별소비세가 부과되는 등 게임기의 암흑기는 본격 시작된다.

 

그러나 그렇게 90년대 중반 이후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는 게임기가 전멸된 후에, 불법 복제가 이뤄질 수 없고 또 부모님이 게임기를 사주지 않아도 PC방에 으슥하게 모여서 즐길 수 있는 온라인 게임을 한국이 리드하게 된 것이니 인생도 산업도 사회도 새옹지마가 아닌가 싶다. 

2016.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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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닷컴,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 글을 연재중이며 '오프라인의 귀환' 등 유수의 저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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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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