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폰

[테크]by 김국현
대통령의 폰
국가 원수가 된다는 것은 자신의 삶과 시간을 공공을 위해 헌납한다는 멸사봉공의 길이다. 대통령이 되면 사인(私人)으로서 아끼던 많은 물건은 이제 내려놓고 그 길을 가야 한다.


트럼프가 취임하면서 포기한 것은 트럼프 757 자가용 여객기만이 아니었다. 트럼프 특유의 밉상 트윗에 애용하던 안드로이드(삼성 갤럭시로 알려진) 폰도 포기해야 했다.


트럼프는 열렬한 트위터 사용자였는데, 흥미롭게도 그가 직접 안드로이드로부터 보낸 트윗은 하나같이 진상 트윗, 개중 긍정적이며 미래지향적 트윗은 모두 아이폰에서 보낸 것이었다고 한다. 보좌진들은 아이폰을 쓰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이제 그 정든 안드로이드폰은 떠나 보내고 대신 오바마도 쓰면서 아쉬워했던 대통령 전용 스마트폰을 써야 한다. 사진도 못 찍고 음악도 못 듣고 문자도 못 보내는 스마트(?) 기기를 써야 하는 이유는, 공인(公人)이 쭈그리고 앉아서 사적인 활동을 하는 일이 야기할 수 있는 위험을 제도적으로 방지하기 위함이리라. 만약 대통령의 폰이 해킹이라도 당해서 엉뚱한 트윗이 날아간다면, 뜻하지 않은 지정학적 동요 및 경제적 혼돈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말 한마디에 주가는 요동칠 수 있고,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 대통령의 자리는 그런 자리다.


조선시대. 왕의 기침 소리까지 기록하던 사관(史官)이 동석하지 않으면 왕은 누구도 만나지 않았다. 지도자의 자리는 그런 자리다.


오바마는 블랙베리가 아쉬웠지만 떠나 보냈고, 트럼프는 안드로이드가 아쉬울 테지만 떠나보낸다. 하지만 박근혜는 왠지 대포폰이 아쉬운 나머지 버리지 못했나 보다.

2017.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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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닷컴,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 글을 연재중이며 '오프라인의 귀환' 등 유수의 저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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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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