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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김국현의 만평줌] 제76화

OLED vs QLED

by김국현

OLED vs QLED
요즈음 TV 시장은 OLED냐 QLED냐로 시끄럽다. 둘 다 관심이 없다가도 집에 있는 평판 디스플레이를 오래간만에 켜 보면 어딘가 희뿌옇다. LCD 뒤의 형광등이 세월을 못 이겨서이기도 하겠지만, 원래부터 빛이 쨍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였는지 이 형광등을 LED로 바꾼 LED TV가 등장, 유행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TV도 결국 LCD일뿐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OLED가 등장하기 전까진.


올레드로도 불리는 OLED는 기존의 LCD로는 볼 수 없었던 시야각과 색표현력을 자랑했다. 특히 칠흑같은 어둠은 감동이었다. 검정은 정말 빛을 아예 내지 않는 상태이므로 전력 소모도 줄어든다.


하지만 OLED, 즉 유기EL은 유기물로 만들어진 그 특성상 습기에 약하다는 점 등 내구성에서 불안한 면이 있었다. 화면에 잔상이 눌어붙는 ‘번인’ 현상은 이미 유명한 문제다.


사실 노트북 등에서는 OLED를 보기 힘들다. 물론 요즈음에는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나 윈도우 시작 메뉴가 ‘번인’되는 것처럼 보기 흉한 일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문서 등이 백색이기 때문에 늘 발광하고 있어야 하니 전력 소비량이 LCD보다 오히려 높아진다.


그러나 그보다는 아무래도 스마트폰 쪽 물량 대느라고 컴퓨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던 탓이 클 것이다. OLED는 투자 대비 만들기가 쉽지 않은 귀한 몸이었다. 이런 답답함은 대안을 고민하기 좋은 상황이다. 반 OLED 진영이 새롭게 생겨나고 있었던 것.


20여 년 전부터 꾸준히 연구되어 온 퀀텀닷 기술이다. 퀀텀닷이란 몇 나노미터 사이즈의 아주 작은 입자인데 그 크기에 따라 다른 파장의 발광, 즉 다른 색을 낼 수 있다. 그런데 이 미립자가 엄청나게 선명한 청색이나 적색을 만들어낸다는 점. 그 덕에 OLED 못지 않은 넓은 색영역을 만들 수 있다. 특히 밝은 빛에 강하다. 게다가 유기물이 아니므로 만들기도 쉽다. 제조 공정 또한 잉크젯처럼 퀀텀닷을 인쇄해서 찍어내며 생산하니 수율도 좋다. 이 퀀텀닷이 OLED처럼 스스로 빛을 뿜는 “Q”LED를 만들면 OLED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으리라 모두 생각했다.


미래 기술 QLED란 그렇게 꿈꿔져 왔다. 지금까지는 자체발광이냐 아니냐의 경쟁이었다면, 앞으로는 자체발광을 어떻게 하느냐의 OLED-QLED 기술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었고, 그 등장 시기는 5년 정도 걸릴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올해 갑자기 CES의 삼성전자 부스는 QLED로 도배되어 있었다. 미래가 갑자기 도래한 것인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삼성의 TV는 자체발광이 아니라 여전히 백라이트가 LCD를 비추는 방식이었다. 다만 사이에 끼워 둔 퀀텀닷이 그 빛을 더 풍성하게 해준다는 뜻이었다.


OLED TV의 기회를 놓친 삼성전자로서는 TV 시장에 불고 있는 OLED 열풍에 불안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소니 등 일본산이 경쟁사 LG의 패널을 들고 적극적으로 OLED 붐을 일으키려는 데에 내심 불안했을 것. OLED 대신 퀀텀닷으로 선회한 후 SUHD 등의 이름을 지어 봤으나 잘 먹히지 않으니 올해는 다소 무리수이지만 QLED라는 명명을 감행한다. 올해 버전은 비록 진짜 QLED는 아니지만 그 구조를 최적화해 퀀텀닷 나름의 효과는 꽤 낸다고 한다.


지금으로도 OLED와 싸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삼성은 OLED에 O자에 작살을 꼽은 듯한 디자인의 Q자를 강조하며 QLED 브랜드를 부각하며 총공세중이다. 엉겁결에 QLED라는 미래의 상징을 선점당한 업계인들은 그래도 되나 하는 느낌으로 쳐다보고 있지만, LED TV라는 이름이 붙을 때도 모두 비슷한 당혹감이었다. 하지만 결국 시장에는 잘만 정착되고 말았다.


마케팅이란 늘 그렇듯 기술자가 아닌 소비자에게 파는 일이다. 시장이란 따라서 정돈된 팩트의 세계가 아닌 감성에 호소하는 정글인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