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도 VR 카메라가 온다. 삶은 언제나 360도

[테크]by 김국현

닌텐도는 3D휴대용 게임기 3DS의 후속작을 지난 4월 말에 발표했다. 이름은 2DS XL. 2차원이 3차원의 다음 버전이었다. 사람들은 3D가 어지럽기만 하다 한다. 제품 제조사 입장에서는 단가만 올라가는 데다가 무엇보다도 새로운 콘텐츠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콘텐츠 제작사로서는 힘들여 만들어 봐야 사람들이 3D를 좋아하지 않으니 악순환이 시작된다. 특수 안경 없이 즐기는 3D라는 패기는 좋았으나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3D TV의 패망 이후 3D는 모든 곳에서 맹렬한 속도로 망해가는 중이다. 3D 콘텐츠 조차 3D 끄고 2D로 즐기는 편이 별 차이 없고 더 편했으니 어쩔 수 없는 결말이었다.

 

3D로 소비자들에게 몰입을 가르쳐주며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싶었을 것이었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몰입과 현장감을 주는 더 방법은 따로 있었다. 좁은 시야에서 입체 그림처럼 툭 튀어나오게 하는 3D보다, 시야를 온통 가려 버리는 편이 그러니까 IMAX식 접근이 오히려 낫다고 깨닫기 시작한 것.

 

VR·AR 붐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360도 전방위 어디를 봐도, 내 시선을 따라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게임이든 영상이든 한 번 경험하면 다르긴 확실히 다르다. VR 헤드셋을 뒤집어쓰는 것이 베스트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그냥 스마트폰을 들고 한 바퀴만 돌아도 360도 시야를 즐길 수 있을 정도로 대중화도 되었다.

360도 VR 카메라가 온다. 삶은

그리고 무엇보다도 360도 카메라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우선 LG와 삼성의 양산형 360 카메라(LG 360캠, 삼성 기어360)는 크게 비싸지 않으면서도 나쁘지 않다. 니콘 등 카메라 메이커도 360도 촬영이 가능한 액션 카메라로 뛰어들었다.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 영상에서 미래를 본 플랫폼 기업도 이 시장에는 사뭇 진지하다. 3D 때와는 다르다. 페이스북은 x24와 x6이라는 크고 작은 360도 카메라를 발표했다. 작년에 이은 2세대다. 페이스북이 직접 팔려는 것은 아니고 라이센스 모델을 통해 전문 업체가 만들도록 하려는 것. 이런 접근법은 구글이 먼저로, 2015년에 VR 제작 플랫폼 ‘점프(Jump)’를 발표했다. 작년에는 고프로와 함께, 올해는 샤오미의 자회사 Yi와 함께 협업했다. 올해 선보인 헤일로(Yi Halo)의 가격은 만칠천 불. 명백히 일반인이 아니라 프로들을 위한 구성이다.

 

하지만 30만 원 이내의 양산품으로도 우리 스스로의 추억은 얼마든지 기록할 수 있다. 우리는 가끔 사진을 찍느라 스스로의 표정을 잊곤 한다. 우리는 가끔 프레임 속에 결정적 순간을 잘라 담기 위해 프레임 밖에서 일어나는 일에 무심하곤 한다. 360도 VR 카메라는 이 모든 것을 담아낸다. 재생해 보면 현장에서 느끼지 못한 삶의 순간이 발견되어 놀라기도 한다.

 

삶은 언제나 360도였다.

2017.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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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닷컴,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 글을 연재중이며 '오프라인의 귀환' 등 유수의 저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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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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