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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경찰대 캐슬’ 바꿔 순경으로 현장 접해야”

by한겨레21

5기 졸업생·13년 교수 이력 표창원 의원 ‘경찰대 특권 폐지’ 촉구

한겨레21

“수사권 조정은 검찰과 경찰의 관계를 ‘주종’에서 ‘협력’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중략) 수사권 조정을 받았으니 경찰개혁은 천천히 하자고 하면 반칙입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다음 날인 1월14일 오전, <한겨레21>이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 표창원(사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인터뷰했다.


표 의원은 경찰대 5기 출신으로 졸업 뒤 13년간 경찰대 교수로도 일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의정 생활의 큰 목표였음을 공언했던 그는 한결 가벼운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표 의원이 “검찰에 눌린 경찰의 권한 확대”를 주장하자 일부에선 ‘제 식구 감싸기’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그러나 표 의원은 동시에 모교인 “경찰대 특권 폐지”를 외치기도 했다. 그가 맞서 싸우려던 것은 ‘검찰’이 아니라 모든 종류의 ‘특권’이었기 때문이다.

“경찰대 졸업 경위 연 100명… 위화감”

경찰대학 개교 40주년을 축하한다. 경찰대 밥을 17년 먹었는데,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


대학 4학년 때 축제준비위원장을 맡았다. 축제 프로그램의 하나로 ‘경찰대 대개혁 세미나’를 열었다. (웃음) 당시 정아무개 교수님에게 “학업과 관련해 교수와 학생에게 자율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제를 부탁했고, 교수님이 발표했다. 내용을 들은 학장님이 화를 냈고, 호출당한 교수님은 혼쭐이 났다. 얼마 뒤 교수님은 학교를 떠났다.


일찍부터 개혁 성향이 뚜렷했던 것 같다. 2018년 12월에는 ‘경찰대 졸업생을 경위(초급 간부)로 임명’하는 현 제도를 ‘경찰대 입학생을 순경으로 임명’하는 경찰대학 설치법 개정을 냈는데 비판받지 않았는지.


같이 학교생활을 했던 선후배들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직접 연락하지는 않았지만 기수 차이가 많이 나는 후배들이 인터넷 댓글 등을 통해 비판하기도 했다. ‘선배들은 누릴 거 다 누리고 현실도 모르면서 인기 끌기 위해 후배들에게 불리한 이야기를 하느냐’는 내용이었다.


경찰대생 순경 임용은 이전부터 주장했다. 국회의원이 된 뒤에도 이야기했는데 경찰청 쪽에서 난색을 표하며 ‘경위 임용’을 고수했다. 입법 과정에서 부처가 반대의견을 내면 통과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줄 알면서도 법안을 제출했다.


한국에선 경찰 조직이 출발부터 시민들로부터 권위를 인정받지 못했고 통제 수단으로 활용됐다. 군 장교가 경찰 조직으로 넘어오기도 하면서 군대식 문화가 자리잡았는데, 경찰은 군대와 다르다. 국민 속에서 다양한 현안을 접하기 위해 경찰은 일선 현장에서 출발해야 한다. 영국에선 ‘경찰은 순경부터 출발한다’는 원칙을 명문화하고 있다.


경찰대가 경찰 조직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있다.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가 올라가고, 검찰이 경찰을 대하는 태도가 변했으며, 검경 수사권이 조정되는 결과까지 있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경찰대 졸업생이 경위 임관 영예를 100명씩 가져가면서 경찰 조직 내에서 이질적인 존재가 됐다. 경찰대 설립 초기에는 수용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경찰대 출신자 수가 많아졌다. ‘경찰대 출신끼리 인사 과정에서 지방청, 본청으로 끌어준다’ ‘폐쇄적으로 파벌을 이루고 고위직을 독점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경찰대 출신끼리 ‘경찰대 캐슬’을 만든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이 때문에 경찰대 교수로 있으면서도 개선안을 내고 문제를 제기해왔다.

경찰대 ‘졸업→경위’를 ‘입학→순경’으로

대체 불가능성 때문에 혜택을 주지만 최근에는 경찰대생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으로 진학하고 경찰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일부 고위 간부가 생각할 때는 경찰대 출신이 법조계, 정부 부처에 가더라도 경찰을 위해 일하기 때문에 꼭 나쁜 것이냐 반문할 수 있다. (경찰대 출신) 개인의 행복추구권도 있다.


하지만 이 흐름이 경찰 내부에서 이질성을 강화한다. 우수한 치안 인력을 키우려고 예산을 쓰고 투자하는데 경찰간부 지위가 보장된다는 이유로 입학한 경찰대생이 로스쿨에 진학해 법조인이 되려고 한다. 남들은 평생을 꿈꾸며 열망하는 자리(경위)가 보장되니까 그냥 주어지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정말 경찰직에 뜻이 있는 사람들이 볼 때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경찰이 로스쿨에 가는 것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미국과 영국에선 직무에 지장이 없는 한 로스쿨과 연계해서 공부하도록 권장한다. 로스쿨에서 공부하는 법률 지식이 경찰 업무에 활용되면 좋은 일이다. 문제는 일부 경찰대 출신이 신분 상승 수단으로 생각하고 로스쿨에 가는 것이다. 로스쿨을 만든 취지에도 어긋난다.


경찰 조직 역량 강화에 로스쿨 진학이 도움된다면 법무부와 협의해 경찰이 로스쿨에 갈 수 있도록 조율해야 한다. 경찰대 출신이 아니라도 뜻이 있으면 지원하고 경쟁해 공부할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여는 게 맞다. 경찰대와 로스쿨 모두 개방을 통해 정상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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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택 누리고 로스쿨로… “취지 안 맞아”

최근에는 경찰대에 진학하는 학생의 절반이 서울 강남, 특목고 출신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국비지원액을 반납하고 로스쿨에 진학해 ‘경찰대 출신’을 스펙으로만 가져갈 수도 있다.


내가 경찰대생일 때 경찰대는 가난한 수재들의 모임이었다. 집안이 가난하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체력까지 갖춘 친구들이 전국에서 모였다.


그런데 (1999년부터) 경찰대 교수로 있으면서 해마다 달라지는 걸 봤다. 경찰대 졸업생에게 주어지는 특혜 때문에 경쟁률이 더 높아졌는데, 강남 8학군에서 오는 학생이 많아졌다. 어떤 부모냐에 따라 경찰대 입학 여부가 갈리는 것 같았다. 과거에는 외출 나갈 때 빨리 나가고 싶으면 학교 밖 정류소까지 뛰어가기도 했다. 점점 고급 외제 승용차가 (학교 안에) 들어와 태우고 나가는 일이 많아졌다.


물론 집이 부유하다고 경찰대에 오면 안 된다는 건 아니다. 다만 경찰대는 경찰의 대학이어야 한다. 경찰이 먼저면 좋겠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위험에 처할 수도, 자신을 희생할 수도 있는 게 경찰이다. 자기 혼자 잘살고 성공하려는 직업이 아니다. 돈은 많이 벌지 못해도 봉사하고 희생하겠다는 사람이 많이 왔으면 한다.


경찰대생에게 주는 혜택을 많이 줄이는 방향으로 변화가 있었는데.


최근 경찰대 개정안에는 반대한다. 미봉책에 불과하다. 경찰대 졸업생의 경위 임용을 놓치기 싫고, 경찰대를 유지하고 싶다는 욕구를 건드리지 않은 채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만든 개혁안이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없애는 게 낫지 않나 싶다. 경위 임용 혜택을 없애면 우수한 인재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깔려 있는데 이러한 두려움을 버려야 한다. 경찰 조직 내 위화감을 조정하고, 직무에 충실한 인재 양성이라는 경찰대의 본질에 충실하기 위해서 개혁이 필요하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 통과와 관련해, 보수 진영에선 ‘정권이 말 잘 듣는 경찰에 힘을 실어주는 것 아니냐’고도 지적한다.


2005년 4월 <오마이뉴스>에 시민기자로 기고했던 글에서 “60년 동안 끌어왔던 검경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복 이래 검찰과 경찰은 집권 권력에 충성 경쟁을 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정치권력이 일방적으로 독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 통과도 국민의 선택과 입법을 통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명백하게 다르다. 엎치락뒤치락하다 경찰이 현 정권에 충성하면서 수사권 조정을 얻어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반대로 박정희 정권 이후 군림했던 오랜 ‘검찰공화국’이 가까스로 무너지면서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볼 수도 있다.

“자치경찰제·경찰대 특권 폐지 논의를”

수사권을 조정했으니, 이제 지방분권 이념에 따라 국가경찰의 권한을 분산하는 자치경찰제 시행 등 경찰개혁도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이다. 수사권 조정과 경찰개혁은 같이 가야 한다. 수사권 조정을 받았으니 경찰개혁은 천천히 하자고 하면 반칙이다. 자치경찰제가 시행돼야 하는데 걸림돌도 있다. 경찰권력이 분산되는 걸 두려워하는 경찰 지휘부의 리더십, 지방직 공무원이 되는 것을 우려하는 경찰공무원, 국가경찰과 지방경찰 사이의 공백 등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준비해왔기 때문에 남은 건 의지의 문제다. 뒤로 미루지 말고 약속한 대로 시행해야 한다.


경찰대가 자치경찰 정착에 도움이 되는 방법도 있다. 경찰대 입학 정원을 지역별 쿼터로 정하면 된다. 인구수에 비례해 입학 정원을 나누고 졸업생은 지방청으로 돌아가 자치경찰로 일정 기간 근무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내가 경찰대생일 때도 특혜 문제로 논쟁했던 적이 있다. 그때도 병역, 경위 임용, 국비 지원 등 혜택이 없었다면 경찰대에 안 왔을 거라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 친구들은 ‘이런 훈련을 왜 해야 하나’ 하는 피해의식이 있었다. 그러나 재학 기간에 경찰을 알아가고, 애착을 갖게 됐다.


학생 때부터 있었던 고민과 갈등은 아직 이어지고 있다. 경찰 조직의 숙원인 검경 수사권이 조정됐으니, 경찰대의 본질적인 문제를 들여다보기 위해 경찰대 특권 폐지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재검토해야 한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